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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30. 2021

라스트 나잇 인 소호,지알로를 향한 러브레터

《Last Night In Soho, 2021》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줄거리] 시골소녀의 런던적응기

상하이에서 온 여인

배리 라이언의 노래에서 따온 주인공 '엘리(토마신 맥켄지)'는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에 상경한다. 매일 밤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안야 테일러조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러나 '엘리'는 '샌디'에게 화려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가고 '샌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그런데 '샌디'를 죽인 범인은 '엘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에드가 라이트답게 영화제목을 1968년도 사이키델릭 록 노래에서 가져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전들을 이토록 창의적으로 재편곡할 수 있는지 굉장히 놀랐다. 동경하는 역할모델과의 심령적 유대감을 강조하며 다리오 아르젠토가 연상되는 심리 스릴러로 출발한다. 그러다 미스터리를 쌓아가다가 유령과 환각으로 살짝살짝 흥을 돋구더니 클라이맥스에서 하우스호러로 마무리한다.



1.레퍼런스를 창의적으로 전복하다.

영화는 여자 신입생이 겪는 불안을 실체화한다. 난생 처음 고향을 떠나 낯선 장소에 도착한 그녀는 이기적인 룸메이트, 여학생들끼리의 기싸움과 텃세, 추파를 던지는 남성들을 만나고 만사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에드가 라이트는 고전 영화와 60년대 대중문화(팝, 사이키델릭 록, 비하이브, 재키룩)을 절묘하게 배치하며 창의적으로 뒤집는다. '지알로(이탈리아 호러장르)'를 패러디하며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전복하는 재미는 보너스다.


이 장면은 <싸이코>과 <딥 레드>를 절묘하게 혼합했다.

그래서 레퍼런스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발견한 것을 나열해보겠다. 여성의 신경적인 긴장은 로만 폴란스키를 닮았고, 파란 조명은 마리오 바바를, 붉은 조명과 심령적인 유대감, 연쇄살인마는 다리오 아르젠토를, 교통사고 장면은 <쳐다보지 마라(1973)>, 경찰서장면은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 (1963)>, 살인 장면은 <싸이코(1960)>와 <딥 레드(1975)>를, 하우스호러는 <공포의 대저택(1961)>을, 거리와 패션쇼 장면은 <욕망(1966)>과 <인페르노(1980)>을, 관음증은 <피핑 톰 (1960)>, 환각장면은 <영혼의 카니발(1962)>, <혐오(1965)>, <킬, 베이비... 킬! (1966)>과 <상하이에서 온 여인(1947)>을 절묘하게 비틀고 재조립한다.



2.지알로를 향한 러브레터

쳐다보지 마라

영화가 음악적이라 그런지 시퀀스 간의 편집이 매우 유려하다. 그래서 음악을 굉장히 영리하게 배치했는데,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샌디의 굴곡진 삶을 샌디 쇼의 <Puppet On A String>로 비꼬는 무대장면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샌디라는 이름도 이 노래에서 따왔다.


연출도 놀랍다. 평이한 플롯에 애매하고 다루기 힘든 내러티브인데도 톤과 시간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리고 미스터리를 푸는 방식도 지알로와 동일한데도 아르젠토보다 더 흥미롭다. 서스펜스 연출도 흥미로운데 간략히 설명해보겠다. 180도선을 고의로 무너뜨리며 복선을 깔거나 60년대 올드팝 속에서 갑자기 1980년에 발매된 "Happy House"을 깔며 이전 장면과 묘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이것 모두가 공포로 다가온다. 여성이라면 한번쯤 느껴봤던 섹슈얼한 위협을 담고 있으며, 역으로 남성이라면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공감하며 대리체엄해볼 수 있다.


그렇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영화 전체가 지알로를 향한 경의을 표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 허용을 이해하는 관객과 그렇지 못한 관객 사이에 만족도 차이가 날 것 같다.



★★★★ (4.2/5.0)


Good : 쟝르를 갖고 노는 재미

Caution : 라이트 특유의 유머는 많지 않다.


●모던한 외모의 안야 테일러조이를 1960년대 여성으로 변신시키고, 고전적인 미인상인 토마신 맥켄지를 현대 여대생 역에 맡긴 것부터가 에드가 라이트의 변칙적인 연출이다. 테렌스 스탬프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수집가(1967)>가 연상되는 역할을 맡긴 것이나 <007과 여왕(1969)>의 다이애나 리그를 중요한 인물에 배치한 것 역시 감독의 60년대에 대한 리스펙처럼 느껴진다.


●사운드트랙에서 인상 깊었던 곡들

"Eloise" by Barry Ryan

"You're My World" by Cilla Black

"Last Night in Soho" by Dave Dee, Dozy, Beaky, Mick & Titch

"Puppet On A String" by Sandie Shaw

"Wishin' and Hopin" by Dusty Springfield

"Happy House" by Siouxsie and the Banshees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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