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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02. 2021

베네데타, 신성에 반하다.

《Benedetta, 2021》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30살에 수녀원 원장이 된 한 여인의 비밀이 밝혀진다. ‘베네데타(비르지니 에피라)’는 23살에 “그리스도와 심장을 교환하고 신과 결혼하는 환영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성인으로 추앙받으며 30살의 젊은 나이에 수녀원 원장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룸메이트인 ‘바르톨로메아(다프네 파타키아)’와 사랑을 나눈 것이 밝혀지면서 자신이 성취한 모든 것을 잃고 만다.



1.금기가 가져온 미학적 특성을 취하다.

르네상스 시기에 실존했던 레즈비언 수녀 이야기를 폴 버호벤이 <원초적 본능>, <쇼걸> 같은 에로틱 스릴러를 만든 것처럼 홍보되었지만, 정작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전통과의 대립’이랄 수 있다. 동양에 '유불선'이 있다면 서구의 정신적 토대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7세기에 종교개혁으로 헤브라이즘이 세속화되면서 헬레니즘 즉 인본주의가 회복되던 시기였다.


그런 미학적 관점에서 영화에서의 누드는 ‘기존의 사회와 불화하고 적대하는 부정의 정신’으로 해석해야 옳다. 즉 기존의 지배집단의 시선을 분해하고 소외된 타자들을 주목,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향한다. 르네상스 이후 서구 미술에 나체화가 다시 등장한 것과 맥락이 정확히 일치한다.



2.서구 전통에 도전하다.

《베네데타》는 수많은 논란을 뒤엎을 만큼 야만적인 종교적 맹신과 은밀한 정치공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자신들과 수녀원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는 고뇌가 스크린 너머로 전달된다. 또 역사가 주디스 C. 브라운의 교양서적<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이 원작인 만큼 실화가 주는 힘은 묵직하다.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베네테타가 '잔다르크'인가 '캐서릴 트라멜(원초적 본능의 여주인공)'인가 아니면 그 중간 쯤 위치해 있을까 하고 영화는 관객들 각자가 판단하도록 모호하게 조형되어 있다.


그리고 비르지니 에피라, 샬럿 램플링 등 배우들의 연기가 그야말로 압도적이어서 성(聖)과 속(俗)을 넘나들며 설득력 있게 관객을 설득한다. 종교의 시작과 왜 종교가 생겼을까? 지배를 위한 수단, 지배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이중적 구조(성과 속)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더욱이 폴 버호벤이 3년 전부터 촬영하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된 상황이 영화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전염병 시퀀스는 코미디영화<몬티 파이톤과 성배(1975)>처럼 펜데믹 대처에 미흡했던 유럽사회에 대한 야유와 조롱처럼 느껴졌다. 그 짓궂은 유머는 전체주의를 풍자했던 전작<스타쉽 트루퍼스>도 연상됐다. 84세의 나이에 수많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통제하며 다층적이며 매혹적인 멜로드라마를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 (4.0/5.0)


Good :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불합리, 부조리, 권력욕, 무자비함

Caution : 누군가에게 신성모독으로 읽힐 여지도 다분하다.


●모호한 미스터리함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비크의 극본도, 앤 더들리의 음악도, 폴 버호벤의 연출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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