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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3. 2021

2021 올해의 앨범

2021년 음악계는 R&B와 힙합의 강세 속에 재즈, 록, EDM이 어느정도 생존을 모색하는 한 해였다. 쉽게 말해, 소외된 장르들이 레트로 붐을 타고 부활의 기치를 올렸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의 앨범을 집계했다. 특히1위는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이 득세하는 현실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저항이다.

https://brunch.co.kr/@dies-imperi/496


      



#10 : 악뮤, NEXT EPISODE

악뮤는 협업을 통해 ‘다음 장(NEXT EPISODE)’을 공개한다. 굳이 콜라보나 피처링을 쓰지않고 With를 쓰며 음악적 파트너쉽을 맺는다. 아이유와 신스웨이브에 입 맞추며, 이선희와 80년대 신스 팝에 호흡을 맞춰보고,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과 노스텔리지어를 그려보고, 자이언 티와 거침없이 자유를 노래한다.


비슷한 컨셉의 에드 시런의 <No.6 Collaborations Project(2019)>이 차트를 노리는 몰 뮤직(Mall Music)스러움에 아티스트 본연의 아이텐티디를 상실했다면, 정반대로 악뮤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융합’에 충실하다. 즉 두 남매의 상상력이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티스트를 만나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을 말이다. 그렇게 악뮤는 음악적 영토를 늘려나간다.


추천곡: 전쟁터(with 이선희), 낙하(with 아이유), 째깍 째깍 째깍(with 빈지노)





#9 : Olivia Rodrigo, 'Sour'

2021년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해였다. 업계에서 차세대 스타로 그녀를 낙점하고 밀어줬다. 그 결과, 스포티파이나 빌보드 어디를 봐도 그녀가 최상단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앨범<Sour>는 90년대와 00년대 선배가수들이 미리 그려놓은 설계도대로 지나치게 안전하다. K-POP앨범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찾아보면 우리나라 음반시장에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앨범은 정말 교묘하다. 왜냐하면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십대들의 이야기를 화제의 중심으로 끌고 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Z세대의 문화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틱톡과 유튜브로 십대들끼리도 취향이 유리되고 파편화되어있다. 그러면서도 M세대의 음악적 자양분을 흡수하여 Z세대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을 생산해냈다. 그녀가 업계에 주목을 받고 푸시를 이끌낸 것은 이런 실력이 뒷받침되어서다. 다소 유치하지만 당돌하고 솔직한 매력이 앞으로 몇 년 간 지속될지 빌리 아일리쉬와 더불어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추천곡: Déjà vu, Drivers' License, Brutal




#8 : 아이유, LILAC  

'젊은 날의 기억'이란 꽃말을 인용해 아이유는 ‘20대를 닫는’ 앨범을 만든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녀가 겪은 순간들이 음표 하나하나에 수놓아진다. 솔직하게 20대를 회고하는 대목에서 '공감'과 '보편성'을 얻고, 30대를 준비하는 그녀의 자세에는 새로운 '창작열'과 ‘실험정신’이 담겨있다. 

  

대중과의 호흡을 맞추려는 케이팝 트렌드를 도입하고, 동료뮤지션과 협업을 통해 흑인음악에 도전한다. 다소 음악적 욕심이 과해 통일성이 흐트러졌지만, 끝끝내 인정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역량을 재확인하게 만든다. 베테랑 아티스트가 노련할 뿐 아니라 과감하게 새로움을 시도한다는 점이 놀랍다. 

    

추천곡: 봄 안녕 봄, Flu, 아이와 나의 바다




#7 : Wolf Alice - Blue Weekend

한동안 침체일로를 겪던, 영국이 자랑하는 ‘기타 팝(기타 중심의 록음악)’을 이어갈 후계자를 찾았다. 그 주인공인 ‘울프 앨리스’는 90년대 음악들 드림 팝, 슈게이징, 그런지에 뿌리를 뒀지만 음악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밴드다.


3집 <Blue Weekend>을 준비하면서 몇 가지 방침을 바꾸게 된다. 프론트 우먼 엘리 로셀은 기존의 모호한 표현을 보다 직설적인 언어로 써내려간다. 아케이드 파이어,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등과 작업했던 마커스 드라바스를 프로듀서로 위촉해서 이들의 다양한 음악색상을 풍부한 음향으로 정교하게 가공한다. 이것은 밴드가 유망주에서 락스타로 성장하는 소리이며 이질적이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다양성을 하나로 정제하는 과정이다.


추천곡: The Last Man On Earth, Smile, Lipstick On The Glass





#6 : Low – HEY WHAT

미네소타 주 출신 부부 듀오 ‘로우(Low)'은 1993년부터 13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올해 정말 대형사고를 쳤다. 전작도 좋았지만 말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노이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 지미 헨드릭스, 딥 퍼플부터 섹스 피스톨즈, 소닉 유스,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나인 인치 네일즈, 칸예 웨스트 등을 미루어 볼 때 언제나 음악적 화두였다.


<HEY WHAT>은 한마디로 ‘부조화속에 조화’랄까? 정제되지 않은 음향과 거친 질감에도 불구하고, 펜데믹 사태로 인한 감정적 동요와 정신적 상실을 매우 정갈하게 다듬어서 들려준다. 왜곡된 이팩트가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나 자세히 들어보면 정교한 선율을 정성스럽게 매설해놓았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래서 이 노이즈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제시하고, 개인의 안식을 초월해 공동체적인 위안을 안겨준다.


추천곡: Days Like Me, More, White Horses





#5 :Self Esteem, 'Prioritise Pleasure'

2020년대에 들어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펜데믹으로 비대면 라이브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으며 BU(BTS 유니버스)같은 독자적 세계관도 대두되었다. 대중음악 역시 디지털 변혁이라는 인류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추동시킬 문명사적 변동에 휩쓸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레베카 루시 테일러가 들고 온 ‘실험적인 팝(Experimental Pop)’에서 새로운 대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펜데믹과 4차 혁명에서 겪는 전 세계 여성들의 좌절감을 표출하면서도 섣불리 분노를 표출내지 않는다. 기쁜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성장하는 기회로 받아들이자고 우리를 위로한다. 즐거운 분위기 아래에 저항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용감하지 못했던 사람, 괴롭힘을 당한 적 있는 사람, 잘못된 관계로 상처 입은 사람,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위해 가운데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어준다.


추천곡: How Can I Help You, Priorityize Fleasure, I Do This All The Time





#4 : Tyler, The Creator, 'Call Me If You Get Lost'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은 믹스테이프 같은 아마추어리즘과 그래미 수상자다운 프로페셔널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타일러는 수많은 고전을 샘플링하고, 그 사운드 파편에서 전작에 사용한 기법을 잘게 붙여 넣는다. 그러면서 프로듀싱으로 한 번 더 가공함으로써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고유의 것처럼 들린다. 콜라주 미술처럼 영감을 무작위로 R&B, 재즈, Funk, 팝, 보사노바, 힙합 소리의 헝겊을 잘라 덕지덕지 덧댄 느낌이다.


마치 믹스테이프 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운동성을 흡수하면서도 프로답게 앨범은 응집력이 매우 뛰어나다. 즉 즉흥성(애드립)을 통해 기존의 음악에서 멀리 도주하도록 돕는다. 청소년 때 즐겨 듣던 믹스테잎의 향수가 기성 아티스트로써의 매너리즘에서 탈출한 셈이다.


추천곡: CORSO, MASSA, SWEET /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





#3 : The Weather Station, 'Ignorance'

캐나다 출신 포크 싱어 타마라 린데만의 노래는 사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곁에 있는 가족, 친구, 연인에게 건네는 대화를 가사로 옮겨 적는다. 그녀는 몬트리올에 가서 엔지니어 ‘마커스 파킨(Marcus Paquin)’에게 프로듀싱을 맡긴다. 그녀가 오로지 피아노로 쓴 노래들에 비트를 입혀 우리들은 80년대로 데려간다. 포크는 음악사에서 최초로 메시지에 주목했던 장르이기에 리듬은 부차적인 요소로 여기지기도 했다. 그녀는 그것을 역으로 뒤집는다. 동시에 재즈, 록, 실내악과 연대를 주창한다. 또, 밴드사운드 외에 클라리넷, 색소폰, 키보드, 현악기로 연주되어 우리 귀에 쏙쏙 박힌다.


<Ignorance>은 기후변화, 슬픔, 사랑, 욕망, 치유, 자아 발견을 마음껏 이야기하면서도 올해 그 어떤 음반보다도 아름다운 멜로디, 흥겨운 리듬, 풍부한 표현력을 선사한다.


추천곡: Tried To Tell You, Parking Lot, Separated






#2 : Little Simz,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리틀 심즈는 3집<GREY Area(2019)>에서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면으로 되돌린다.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인 그녀 자신과 그녀의 가족사를 펼쳐놓는다. 그러면서도 ‘내성적(Introvert)’인 성격의 그녀는 음반을 통해 2년간의 펜데믹에 시달린 정신건강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팬들과 나누려고 시도한다.


이미 3집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냉철하고 깊이 있게 다루면서 개인적인 의견과 감정을 생동감 넘치게 풀어냈다. 더불어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엮는 방식에 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아티스트 ‘리틀 심즈’와 개인 ‘심비아투(그녀의 본명)’ 사이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축으로 삼는다. 즉 랩 스타로서의 명성과 그녀의 개인적인 불안감과 내성적인 면을 다룬다. 이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녀가 주장하는) 연대에 동조하도록 만든다. 작가는 관찰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처럼 그녀는 사회·경제·정치에 대한 통찰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로덕션도 훌륭하다. 인플로(Inflo)는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고 3집의 미니멀한 구성을 포기한다. 아버지와 떠들썩(?)한 관계나 10대 시절 칼에 찔린 사고 등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숨김없이 폭로하면서도 영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으로서 끊임없이 위협에 노출되는 현실을 덤덤하게 나열한다. 전 세계의 여성들을 위해 랩을 하고 있는 동시에 그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 소외된 목소리들은 힙합 예술 형식이 처음 만들어진 그 목적에 정확히 부합한다.


추천곡: Woman, I Love You, I Hate You, Introvert





#1 : Floating Points, Pharoah Sanders &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Promises

지구의 지축을 뒤흔들고 태양계의 공전주기를 바꿀 정도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재즈-클래식 걸작이다. 이 음반이 얼마나 기념비적인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재즈는 팝(대중음악)이전의 대중음악이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 재즈가 위치해있다고 보면 받아들여지기 쉬울 것 같다. 그런 재즈가 전자음악과 클래식을 품으며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다.


영국DJ 샘 셰퍼드와 프리재즈 색소포니스트 파로아 샌더스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타와 함께 9악장으로 이뤄진 ‘약속’을 건넨다. 46분짜리 교향곡은 세대, 장르, 음악적 장벽을 넘나들며 순수한 즐거움을 제공하며 우주적 교감이다. 지난 30년 간 축적된 음악의 성과가 응축된 결과이자 앞으로 30년 간 음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청사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천곡: 전곡 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교향곡이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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