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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5. 2021

2021 올해의 노래 TOP 30

1부

랩과 아이돌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언론·방송에서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랩 아이돌’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를 받았다. 즉, 이상하고 낯선 노래들이 대중음악을 바꿔왔다. 이 리스트에도 미래를 바꿀 이상하고 낯선 노래들을 찾고자하는 의도에서 골랐다.



#30 : 에스파 – ‘Next Level

올해의 중독성, 이수만은 ‘SMCU(SM Culture Universe)’을 선언하며 전통적인 SMP을 복원하기 위해 <분노의 질주 : 홉스 & 쇼>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를 가져와 유영진 특유의 반전을 주는 브릿지를 더한다. 일반적으로 ‘송 폼(Song Form)’라 불리는 구조에서 완전히 다른 곡(그것도 3번씩이나)이 중간에 삽입된 액자식 구성은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다. 예술에서 통일성이라는 명제를 훼손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SM이 90년대 중반부터 추구해온 이질적인 매쉬업이 오늘날 K-POP의 클리셰로 정착한 이상 <Next Level>은 그런 전통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29 : 강승윤,"아이야"

올해의 발라드, 아티스트 본인이 밝힌 대로 작품은 아티스트의 10년의 음악 생활을 돌아보는 회고록이다. 이 성장궤도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아이돌이 된 현재를 경유하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자기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아이야>는 K-POP(특히 기획사에 의존하는 아이돌)에 부족한 진정성을 120% 채운다.      


단순히 작사·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서가 아니라 예술의 기본 명제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때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진솔하게 자기를 표현한 것이 가장 훌륭한 예술일 것이다.   

  


#28 : Woodz(조승연), “Feel Like”    

올해의 R&B, 우즈로 알려진 조승연은 2014년에 아이돌 맴버로 데뷔했다가 2017년 한한령으로 중국활동이 어려워지자 솔로로 독립했다. <Feel Like>은 위험한 사람이지만, 묘하게 끌리는 여자를 만난 주인공의 심리를 다룬 에로틱 스릴러다. 남녀간의 밀고 당기기를 베이스라인을 중심으로 블루지한 기타 리프를 배치하며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간다. 비트마저 '절제한 관능미'가 당신을 유혹한다.     



#27 : The Kid LAROI, Justin Bieber, "STAY

올해의 팝펑크, 호주 래퍼 더 키드 라로이는 <Mood>, <Without You>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속전속결'을 대명제로 삼은 것 같다. 기타 대신 신스로 만든 펑크록처럼 3분 미만의 노래로 '숏폼(Short-form)' 컨텐츠에 익숙한 Z세대를 취향저격한다. 그 속도감과 경쾌함이 히트의 비결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26 : No Rome - “Remember November” 

올해의 발견, 필리핀계 영국인 ‘노 룸’은 슈게이징을 R&B에 찰떡같이 결합시킨다. 빌리 아일리쉬의 <Bad Guy>처럼 두 개의 곡절을 이어 붙여 어떻게 곡이 진행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도록 한다. 이 미스터리 스릴러에 탈출하는 길은 노래가 어서 끝나길 바라는 일 뿐이다. 


         

#25 : Yoasobi, “怪物

올해의 J-POP, 요아소비는 차트에서 승승장구하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재팬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실력파 듀오다. <怪物>은 BEASTARS 2기 주제가로 곡 자체도 아니메스럽다.     


독일과 함께 전자음악 강국이었던 일본답게 서구와 다른 아기자기한 구성과 살짝 유치한 발랄함이 무척 흥겹다. 귀에 팍팍 꽂히는 후크와 정교한 록 리프, 재지한 터치, EDM의 드롭 구조를 매끄럽게 한데 통합한다.      


#24 : Caroline Polachek, “Bunny Is A Rider

올해의 팝, 베이스라인이 튼튼한 노래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기본명제에 충실하다. 프로듀서 대니 L 할(Danny L Harle)은 캐롤라인 폴라첵의 시점에서 음모를 끊임없이 던진다. 미궁에 사건에 빠지게 되고 청자에게 끊임없이 궁금증을 안긴다. 멜로디는 가볍고, 리듬은 산뜻하며 코러스는 새로운 차원으로 안내한다. 이 노래는 미래의 K-POP이 벤치마킹해야 할 교본이 될 것 같다.     



#23 : Japanese Breakfast, “Be Sweet

올해의 신스팝, 한국계 미국인 미셸 ‘정미’ 자우너가 이끄는 저팬니스 브렉퍼스트는 올 한해 잊을 수 없는 곡을 썼다. 행복감이 다량 함유된 선율을 신디 로퍼나 스테이시 Q가 떠오르는 보컬로 발현한다. 둔중한 베이스와 감칠맛 나는 80년대 R&B 기타 그루브로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신뢰와 애정으로 직조된 담요로 우리의 청각을 덮어준다.      



#22 : John Mayer, 'Last Train Home'

올해의 오마주, ‘기타의 신’ 에릭 크랩톤으로부터 ‘뉴 슬로우핸드’로 명명된 존 메이어는 유년기에 즐겨들었던 노래를 오마주한다. 토토의 <Africa>을 소환해 1980년대 소프트 록과 선배 아티스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1 : 스테이씨(STAYC), "ASAP"    

올해의 K-POP, 이상형이 빨리 나타나길 촉구하는 가사치고는 템포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 비디오 게임 비프음이 울려퍼지며 스테이씨만의 '틴프레쉬'장르를 알린다. 이 장르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꾹꾹이춤'을 따라 춤추게 하고 싶다.     


곡은 맴버별 파트에 따라 다변화하지만, 그게 전혀 어색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어떤 때는 느리게, 어떤 때는 랩이 튀어나오고, 어느 구간에서는 고음으로 캐치한 라인을 강조한다. 신스베이스로 만든 후크와 싱코페이션(당김음) 리듬이 느린 템포에도 전혀 곡이 처지지 않게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속도를 가감하거나 멜로디를 강조할 때도 흐트러짐이 없다. 정말 잘 만든 웰메이드 곡이다.     



#20 : SZA, "Good Days

올해의 희망가, 시저는 어쿠스틱 기타에 의지하며 펜데믹에서 겪은 심상을 노래한다. '아직도 좋은 날을 믿고 싶다'는 코로나19이전의 삶에 돌아가고 싶은 소망을 피력하다. 내년에도 대봉쇄가 이어질 것이라 절망 속에서 지친 이들을 위한 위안가를 좀 더 들어야겠다.    


 

#19 : WizKid, “Essence

올해의 아프로 팝, 나이지리아 출신 싱어송라이터 위즈키드는 드레이크의 <One Dance>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가 나이지리아 래퍼 Tems와 함께 <Essence>를 발표한다. 곧바로 ‘아프로 팝과 R&B의 완벽한 혼합’이라는 오늘날 대중음악이 가능한 최상의 비전을 제공한다.     


90년대 미국식 R&B, 2010년 이후 영국에서 정립된 ‘아프로비츠(Afrobeats)’가 혼합된 관능미를 연출하는 방식은 앞으로 힙합이 가야할 청사진을 제공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억양이 섞인 영어발음으로 무심하게 노래하는 방식은 이 노래가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해둔다.     



#18 : Girl In Red, 'Serotonin'

올해의 싱잉랩, 걸 인 레드는 빌리 아일리쉬,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뒤를 이을 Z세대를 대변할 싱어송라이터 유망주다. 그녀는 도자 캣이나 포스트 말론과 유사한 방식으로 10대의 성정체성을 묻는 반전스릴러를 연출한다. 첫 번째 구절은 떡밥일 뿐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는 후반에 깜짝 등장한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와 집의 경계가 무너지고 SNS로 타인과의 비교와 그로 인한 자존감 저하로 Z세대의 정신건강이 더 불안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우울한 트랩 비트를 모조리 걷어내고, 절(Verse)와 브릿지는 건조한 멜로딕 랩으로 솔직하게 우울증에 대해 털어놨다. 후렴구는 청량한 기타 리프를 배치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날려버린다. 코로나블루로 힘겨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10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은 없을 것 같다.     



#17 : 악동뮤지션(AKMU) Ft. 아이유, '낙하'

올해의 가요, 이찬혁은 앨범 주제를 'Beyond Freedom(초월자유)'라고 밝혔다. '초월자유'란 단순히 육체적인 안락과 편안함을 넘어 어떠한 환경이나 상태에도 영향받지 않는 내면의 자유를 의미하며,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나, 남들의 기준과 시선, 개인의 아픔 등으로부터 굴복하지 않고 내면의 단단함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의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낙하>는 중력을 다룬 SF영화들이 선뜻 떠오른다. 두툼한 베이스라인을 중심에 두고 신스와 드럼을 통해 공간 자체를 뒤집는 도치를 시도하기에 입체적인 사운드 설계가 중요하다. 그 운동성에 뒤엉키며 잊을 수 없는 후크라인을 배치함으로써 대중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물론 제목과 달리 수현과 아이유의 보컬 멜로디는 희망적이라는 역설에서 그 치밀한 계산이 읽힌다.   


   

#16 : Mitski, “Working For The Knife

올해의 프로듀싱, 미야와키 미츠키는 마블 영화처럼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다뤄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힘겨웠던 2019년의 월드투어에서 느낀 피로감과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Working For The Knife>은 인생에서 일하기 위해 우리가 포기해야하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심지어 음악을 그만 둘 결심을 할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겪는 좌절과 실망이 어두운 신스와 드럼 머신으로 표현된다. 그렇게 예술이 고통을 이겨내는 위한 수단이 된다. 동시에 사랑 받기를 원하는 허영심이 일렉 기타로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다. 그렇게 고통을 수반한 예술은 예술가의 삶을 담아낸다. 솔직히 난 이 노래가 너무 싫었다. 내가 일하며 겪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15 : Wet Leg – “Chaise Longue

올해의 디스코, <Chaise Longue>는 문자 그대로 ‘킬러 베이스라인’을 갖고 있다. 리안 티즈데일과 헤스터 체임버스는 능청스러운 영국식 유머를 건네며 절제할 때와 폭발할 때를 정확히 판별한다. 곡의 척추에 해당하는 베이스라인 그리고 템포 조절만으로도 이렇게 훌륭한 개러지 록이 완성할 수 있다는 데에 실로 놀랍지 않다. 이 중독성은 보너스이고 말이다.         


      

#14 : Lil Nas X, "MONTERO (Call Me By Your Name)"

올해의 쇼크록, 앨리스 쿠퍼나 오지 오스본이 '의도적 충격‘을 통해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예술을 단행하지 않았던가? 선배들도 악마와 지옥의 이미지를 가져다 썼었다. 이를 물려받은 릴 나스 엑스는 선배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동성애 혐오‘를 조롱하며 전복시킨다.   

             

#13 : Lucy Dacus, "Thumbs"

올해의 가사, 노래를 듣다가 오랜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Thumbs>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듣는 것 같다. 갑자기 가타부타 할 거 없이 아버지가 죽길 원한다는 내용이 가슴 아프게 한다. 어떤 사연인지 소상히 밝히지 않지만, 어릴 적에 자신을 버리고 간 원망이 얼마나 깊은지는 절실히 체감된다. 상처를 고백하는 섬세한 서정성이 평생 이어져온 고통의 계보를 끊는다. 신파조차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비극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순수한 의미의 사랑을 예찬한다. 왜냐하면 애정이 없는데 굳이 미워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덧붙여 기승전결을 완전히 분쇄한 곡 구조 역시 파격적이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멜로디가 청순하고 향기롭다. 그래서 이 노래는 일체 만물에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공 사상(空思想)’적이다.      



#12 :  Little Simz, “Introvert

올해의 저항가, 노네임(Noname)의 <Rainforest>과 함께 BLM운동을 이어간다. 이 곡은 전쟁영화다. 자신을 위협하는 적들을 알리는 호른과 드럼이 울려 펴지고, 자신의 단점에서 출발해서 인종적 불평등, 경제적 양극화로 확장하며 여러 가지를 고찰하도록 이끈다. 그 탁월한 극본이 노래를 흥미진진하게 만들며, 시네마틱한 편곡 역시 이 전쟁영화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린다.     


국힙도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를 주제로 멋진 랩을 발표하면 진짜 멋질 것 같다.  

   


#11 : 버둥, '씬이 버린 아이들'

올해의 신인, 버둥은 버둥거리며 힘에 겨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외국에서 인디음악에서 메이저 시장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인디와 아이돌 팬덤문화, 쇼미와 고등래퍼로 겨우 꾸려가는 국합시장이 제각각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일까? 청년의 고민과 번뇌가 이 곡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영국의 포스트펑크, 80년대 가요, 90년대 일본의 컬리지 록의 감성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버려진’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분위기는 경쾌하고 밝다. 이 역설이 노래를 자꾸 곱씹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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