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Dec 23. 2021

매트릭스 리저렉션, 메타픽션 리모델링

《 The Matrix Resurrections, 2021》정보 결말 줄

 ‘매트릭스(Matrix) 시리즈’는 혁신적이었다. 인간이 인공지능(AI)의 지배 아래 놓여있으며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모두 AI가 만든 가짜라는 파격적인 설정 안에 《시뮬라크르&시뮬라시옹》, 《반야심경》, 《장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성서》을 인용한 철학적 테마로 채웠다. 이를 재패니메이션, 누아르, 고전적 사이버펑크, 가상현실, 쿵후를 포괄한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시각적 충격을 안겨줬다.


1. 팬 무비로써의 합격점

전반부는 네오의 혼란스러움에 집중한다.

영화는 3편 <레볼루션> 이후 약 60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를 구원하고 사라졌던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임 개발자 ‘토마스 앤더슨’으로 지내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도 티파니라는 이름으로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네오는 직접 만든 어떤 ‘3부작 게임 시리즈’로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자로 추앙받지만 심리치료사인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를 만난다. 네오의 정신착란 증세에 애널리스트는 ‘게임과 현실의 착각’이라며 파란 알약을 건네준다. 그러던 중 그의 앞에 인간 저항세력의 리더인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나타나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들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18편 만에 돌아온 4편《매트릭스 리저렉션(이하 리저렉션)》의 만듦새는 나쁘지 않다. 네오와 트리니티를 다시 만나는 반가움이 있고, 새로운 매트릭스 시리즈를 시작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확실히 《리저렉션》은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2. 메타픽션을 활용한 리모델링

트리니티를 중심으로 기존 매트릭스 3부작을 분해하고 재조립했다.

《리저렉션》의 기획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4편의 장점은 기존 매트릭스 3부작 자체를 메타 비평하거나 셀프 패러디하면서도 새로운 매트릭스 영화라는 것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흥미롭게도 매트릭스 세계관이나 설정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누구라도 이 '창작'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그 반대급부로 전작들 ‘매트릭스 3부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유머 코드나 이야기 맥락을 따라가기 힘들다.


다양성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나 감독인 라나 워쇼스키는 20여 년 전 매트릭스 시리즈에 갇혀있다. 혁신적인 연출이나 화려한 비주얼을 선보지 못했다. 50대 중반의 두 주연배우에게 액션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록색 수열 조합이나, 일본식 조경이나, 중국식 무술도장은 모두 22년 전 매트릭스에서 보았던 풍경이다. 그렇다고 우리 동양인 입장에서 양키센스나 오리엔탈리즘으로 비춰진다.



3.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2블록을 막고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는 네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에서 탈출하는 과정에만 집중하며 친절하게 다 설명한다. 심지어 전작의 레퍼런스까지 다 친히 언급해주신다. 관객과의 두뇌싸움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시리즈가 일일이 강의를 하고 앉아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정작 중요한 설정들 예를 들면 기계들이 왜 네오와 트리니티를 살려놓았고, 그들을 매트릭스에 계속 묶어 두려는지를 영화가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제목이 ‘부활’이면서도 네오와 트리니티가 아니어도 무리가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시리즈 자체를 품평한다는 기발함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르키는 철학적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기존 3부작이 '합리주의(절대주의)'와 '비합리주의(상대주의)' 간의 전쟁을 그리며, 절대적 가치, 하나의 진리, 획일성을 배격했다면, 《리저렉션》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다. 속편을 위해 남겨뒀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다.


★★☆ (2.5/5.0)


Good : 두 배우를 보는 뭉클함

Caution : 추억은 가슴에 묻어야


■크레디트 끝에 피식하게 하는 쿠키가 있어요.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엘리트주의의 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