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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23. 2022

피어 스트리트 3부작, 양극화에서 공포를 발굴하다.

Fear Street Trilogy (2021)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피어 스트리트(Fear Street) 시리즈>는 어린이 공포소설인 구스범스(Goosebumps)의 작가로 유명한 R.L. 스타인(RL Stine)의 청소년 공포소설 피어 스트리트(Fear Street)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구스범스 시리즈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해리포터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많이 팔린 책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다.


저주받은 마을 '셰이디사이드'에서 청소년들이 오랜 저주들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본인들이 다음 저주의 목표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을을 300년 동안 감싸온 악몽의 실체와 맞선다는 내용의 호러 미스터리물이다. 3부작을 동시에 촬영해서, 3주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파트 1: 1994> 하이틴 & 패러디 공포영화

<파트 1: 1994>은 1666년에 마녀재판을 받았던 세라 피어라는 마녀의 저주로 인해 마을 셰이디사이드에 연쇄살인이 끊임없이 벌어진다는 전설에서 출발한다. 리 자니악 감독과 필 그래지아데이는 각색하면서 원작에 없는 지역 라이벌 ‘써니테일’을 등장시켜 셰이디사이드와 대조를 이룬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주인공 디나 존슨은 흑인 여성이며, 그녀의 동생이자 설명을 담당하고 있는 조시 존슨 (벤자민 플로레스 주니어)가 주축이다. 흑인 캐릭터는 공포영화에서 먼저 희생된다는 공식을 첨부터 어긴 것이다. 그들의 친구인 케이트(줄리아 레월드)와 사이먼(프레드 헤힝거)은 약물 공급책이다. 이처럼 공포영화와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를 일부러 위배한다. 더욱이 피해자 순서라거나 살인하는 타이밍을 봤을 때 <할로윈>으로 대표되는 공포영화 법칙들도 일부러 피해 간다.


수많은 공포영화를 패러디하는데, 오프닝은 90년대 호러 영화가 맞지만, 베이비시터 장면은 <할로윈(1978)>, 병실장면은 <할로윈2(1981)>처럼 고전 공포영화를 오마주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90년대를 재현할 욕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음악, 연출, 캐릭터들을 봤을 때 원작대로 연대순으로 기획한 것이 분명하다.


《파트 1: 1994(이하 1편)》이 클리셰를 갖고 노는 메타 영화였다면, 《파트 2: 1978(이하 2편)》은 3부작이 거대한 이야기가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파트 2: 1978> 3부작 전체의 큰 그림을 제시하다.

우선 장르적으로는 2편은 여름 캠프를 배경으로 한 슬래셔 고전의 쾌감을 재현한다. 다만 <13일의 금요일 (1980)>, <버닝 (1981)>, <슬리퍼웨이 캠프(1983)>. <치어리더 캠프(1988)> 같은 고전들에서 빌려온 트릭과 관습에 의존하기 때문에 참신하지 않다. 반면에 1편은 <스크림>처럼 공포영화 법칙을 비트는 메타 영화로써 신선함을 유지했던 방식에서 훨씬 보수적이다. 슬래셔 영화답게 살인 장면이 연달아 이어진다. 그러나 1편의 마트 장면 같은 잔인한 장면의 수위를 조절했고, 메타 유머도 결여되어 있다.


그렇지만 페이싱이 좋다. 인물 소개와 세계관 정립에 힘쓰느라 정작 사건에 집중하지 못했던 1편과 달리 이야기가 훨씬 오밀조밀하게 응집해있다. 장르적 쾌감과 정서적 전달 측면에서 2편이 1편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반항적인 동생 지기 버먼(세이지 싱크)와 범생이 언니 신디 버먼(에밀리 러드)의 갈등이 주요 플롯이다. 버먼 자매가 연쇄살인에 맞서는 자세에서 현실 자매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구니스>같은 80년대 소년 모험 영화를 여성화한 <겨울왕국>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반면에 미스터리가 약하다. 1편을 본 시청자라면 살인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으며, 마지막에 살아남은 생존자도 눈치챌 수 있다. 전편의 시간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이므로 추리적 재미는 포기한 셈이다.


그 대신에 3부작의 전체 서사의 허름한 세부사항을 훌륭하게 더했다. 셰이디사이드와 써니베일로 분리된 공동체의 역사를 계속 탐구한다. 원래는 한 동네였으나 둘로 쪼개진 써니베일과 셰이디사이드 두 마을의 소득격차, 치안 격차, 교육격차 등 계층화는 ‘양극화’된 미국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런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에 관객 역시 허무맹랑한 마녀 괴담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파트 3: 1666> 유기적인 3부작 구성과 깔끔한 결말

<파트 3: 1666 (이하 3편)>은 셰이디사이드가 왜 저주에 내몰리게 되었는지 납득이 되게 전개한다. 3부작은 써니베일과 셰이디사이드를 대비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주제와 밀접하다. 영화의 주제는 미국사을 한 마을의 비극으로 치환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번영해왔고, 상속을 통해 제국을 유지하고, 반대편에 있는 이들을 고통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한다.


리 자니악 감독은 3편에서 슬래셔 고전을 본 떠서 만든 1편과 2편과 달리 3편은 굉장히 독창적인 시도를 한 셈이다. 1666년의 과거와 1994년의 현재를 조응하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3부작을 통합한다. 전반부는 <더 위치(2015)>을 참조했지만, 후반부는 최신 호러 경향과는 결이 다른 신선한 시도를 가미한다. 1편부터 3편 전반부까지 정서적 감정을 쌓는데 공을 들인 만큼 영화의 마무리는 깔끔하다. 정치적 올바름을 마녀재판과 연관을 짓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또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적절히 올드팝이 흘러나오며 과거 슬래셔가 흥했던 옛날을 회상하도록 설계했다.


총평을 하자면, ‘피어 스트리트 3부작’은 개별 공포영화로서는 모자라지만, 나름의 의미와 적당한 재미를 갖고 있다. 이 시리즈의 진짜 강점은 3부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큰 그림을 그린데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 자체에 흥미를 갖지 않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감상한다면 흥미가 반감될 수 있다.



★★★☆ (3.4/5.0)


Good : 3부작을 아우르는 큰 그림 

Caution : 크지 않은 장르적 쾌감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는 꼭 3부작을 연달아 보시길 추천 드린다. 3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다 봐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극장 개봉을 위해 기획된 작품이었다. 제작사 체르닌 엔터테인먼트와 배급 계약을 맺고 있었던 20세기 스튜디오는 제작 당시만 하더라도 2019년에 3부작을 연속 촬영한 뒤, 2020년 여름에 한 달 간격(6/7/8월)으로 각 작품들을 개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계획이 미뤄지고, 체르닌 엔터테인먼트도 20세기 스튜디오와 배급 계약이 종료된 후 새로운 계약을 넷플릭스와 체결하게 되면서 극장 공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결국 2020년 8월에 넷플릭스가 디즈니로부터 피어 스트리트의 배급권을 완전히 사들이면서 극장 개봉이 최종 불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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