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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5. 2022

경관의 피*혈통과 브로맨스 사이에

《The Policeman’s Lineage 2022》정보 결말 줄거리

영화 <경관의 피>는 출처불명의 후원금을 받고 범죄자들을 수사하는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과 그의 뒤를 캐는 원칙주의자 신입 경찰 ‘최민재(최우식)’가 신종 마약 사건 수사를 두고 벌이는 두뇌싸움을 그린다.


영화는 3대에 걸쳐 경찰관이 된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사사키 조의 소설 <경관의 피(警官の血)>를 각색했다. 우리와 일본이 경찰체계가 달라 소재와 캐릭터만 가져온 것 같다. 특히 손자 가즈야(최민재)와 히토시 경부(박강윤)간의 갈등에 중점을 뒀다. '민재'라는 캐릭터의 개연성이 썩 납득이 가지 않지만, 두 배우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브로맨스가 영화의 동력으로 삼았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한 <불한당>보다 황정민에게 많이 기댔던 <신세계>의 설정에 가깝다. 반장과 막내 신입 형사라는 계급 차이 때문에 서로 유대관계를 맺는 과정이 끈끈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된 원인은 ‘최민재‘캐릭터가 각색 과정에서 매력이 휘발되어서다. 특히 민재의 과거와 연관된 진실이 밝혀지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오프닝부터 카메라는 좀체 가만히 있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카메라 워킹에 의미 없는 클로즈업, 간혹 초점이 엇나간 샷들을 보고 있으면 산만한 화면만큼이나 의도를 읽을 수 없다. 샤프디 형제처럼 연출하고 싶은 것은 알겠으나 그러려면 역설적이게도 인물의 행동과 스토리가 더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인 음향은 믹싱이 된 것인지 의심케 할 정도로 대사와 사운드가 뭉개져있다. 이 부분은 극장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삭제했다. 그리고 훌륭한 음악을 왜 상황에 맞지 않게 써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지 모르겠다. 장영규 음악감독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원작이 탄탄해서 이야기 짜임새가 좋은 편이었으나 혈통과 브로맨스 사이에서 좀더 확실한 노선을 정했어야 했다. 조직문화를 다루는 부분에서 일본적인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밋밋해진데에는 후속작을 염두에 둬서 더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악인을 심판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윤의 '불의(不義)'와 경찰답게 합법적인 수사를 고수하는 원칙주의자 민재의 '정의(正義)'가 충돌하는 함의마저 희미해져버린다. 그 점이 가장 안타깝다.


★★ (2.2/5.0)


Good : 조진웅의 압도적인 스크린 장악력

Caution : 일본적인 이질감, 옅은 캐릭터, 엉망인 음향


●작가 사사키 조도 히토시 경부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지 가즈야와 히토시 간에 9년 뒤의 갈등을 주제로 한《경관의 조건》을 후속작으로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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