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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6. 2022

키드 디텍티브*미래 없는 청년들을 위로하다.

《The Kid Detective, 2020》 후기

12살 때 리즈시절
현재의 비루한 모습

미스터리 코미디 영화 <키드 디텍티브>는 펄프 픽션(3류 단편소설)의 DNA가 함유되어 있다. 1896년부터 1950년대 사이 장르문학의 산실로 오늘날 SF 문학이나 슈퍼히어로 코믹스도 펄프 픽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키드 디텍티브>는 12살 때 마을의 사건을 연달아 해결하며 시장에게 공로상을 받은 소년탐정 에이브가 모종의 납치 사건을 통해 좌절하고 숙취와 자기 연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32살의 에이브(아담 브로디)를 대비시킨다.


영화는 낙오자 주인공을 시종일관 따뜻한 눈길로 그의 무기력함의 일부를 씻어낸다. 감독은 어릴 적 갖고 있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한 작금의 청년들을 위로한다. 소중한 이들과 멀어진 상실감, 어릴 적 친구와 멀어진 안타까움,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죄송스러움, 그리고 어릴 적 꿈에 대한 낭만과 미련을 모두 아우른다.


에반 모건 감독은 소년 탐정으로 승승장구하는 도입부를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을 패러디하며 시트콤처럼 그린다. 그러다 미해결 사건을 통해 소년의 꿈이 좌절되고, 부모조차 경제적 지원을 끊어버리며 초라한 현실로 영화를 돌려보낸다.


샘 스페이드의 탐정소설처럼 팜므파탈이 느닷없이 탐정사무실에 나타난다. 그러나 캐롤라인(소피 넬리스)은 소설과 달리 순진무구한 여고생이다. 그녀는 남자친구 패트릭의 살인사건을 의뢰한다.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에이브는 패트릭 사건을 맡기로 결정한다. 추리를 해감으로써 그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40년대 필름누아르로의 희귀도 아니고,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추리물<브릭 (2005)>과 비슷한 방식도 아니다.


<키드 디텍티브>는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고등학교 불량 패거리 레드 슈나 패트릭의 부모와 멜로디 밀러, 엘리스 교장(피터 맥닐), 경찰서장(모리스 딘 윈트)과의 만나 사건을 조사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에게 느끼는 애정, 실망, 연민의 정에서 웃픈 코미디가 탄생한다.


이 미스터리 코미디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쯤 서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심오한 진술이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는 치유를 얻게 된다. 그 만족스러운 결론 덕분에 이 영화가 특별해진다.


마치 어릴 적 읽던 동화책처럼 어른이 된 우리를 안심시킨다. 마치 <노바디>의 허치 멘셜과 비슷하게 비루한 삶을 살고 있지만, 평범한 이들을 위한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 (3.5/5.0)


Good : 올해의 힐링 영화

Caution : 연령별로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음.


●대한민국만 청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야만적인 사회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 캐나다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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