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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22. 2022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 성의 없는 게으름

《Texas Chainsaw Massacre (2022)》정보 결말 후기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는 원작을 리메이크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원작의 파이널 걸(Final Girl) 샐리 하디스트는 ‘놈을 죽이기 위해 수년을 기다렸다’는 대사를 날린다. <이블 데드>을 리부트 했던 제작자 페데 알바레즈는 <할로윈 (2018)>의 로리 vs 마이클 마이어스의 대결을 참고했다. 


하지만 할로윈의 파이널 걸 ‘로리 스트로드’는 친오빠일지 모르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이상한 집착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반면에 샐리 하디스트는 여행 도중 기름이 떨어져서 살인마 가족을 만나 홀로 도망쳤다. 그녀가 트라우마를 겪겠지만, 마이클 마이어스처럼 레더 페이스가 그녀의 주변에 알짱거리지 않았다. 이런 설정상 한계 때문에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는 속편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다.


보안관이 레더페이스와 맞서기 위해 전기톱을 구입하는 2편의 장면 (1986)

그렇기 때문에 원작자가 토브 후퍼도 2편을 준비하면서 똑같은 고민을 했다. 후퍼는 원작이 스플래터와 슬래셔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스플래터와 코미디에 주력하며 훗날‘코믹 슬래셔’ 혹은 ‘스플래터의 조상님‘으로 추존되는 차별화된 2편을 내놓았다.


50년 만에 돌아온 샐리

그렇다면 이번 제작진은 어땠을까? 8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이유가 있었다. 상상력 고갈이 명확하다. 이미 이전 시리즈에서 숱하게 본 것을 재탕하고 있다. SNS나 총기난사를 다루지만, 그것만으로 이 학살극이 벌어진 경위를 설명하기엔 미흡하다.


그나마 보육원 장면까지는 <맨 인 더 다크>처럼 밀실공포를 매우 타이트하게 잡는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현대화라는 명분 아래 대량 살인, 유혈 낭자, 사지 절단을 일삼는다. 이보다 더 나쁜 점은 원작의 사회비판 요소를 전부 날려먹었다는 점이다. 살인마 가족 구성원을 제외하는 바람에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은 1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시골 주택이라는 공간을 탈피한 덕분에 도농격차(도시와 시골의 문화적 차이) 역시 나오지 못한다.


<할로윈(2018)>와 <스크림(2022)>이 원작을 부분적으로 계승하되 그 나머지 부분은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참신한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할리우드 공포영화가 상상력이 고갈되어 61세의 마이클 마이어스와 57세의 로리 스트로드를 소환했다. 둘의 대결은 그래도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반면에 이 영화는 ‘50년 동안 널 찾았다’다면서 샐리를 다시 불러왔다. 그러면서 레더페이스가 칠순을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별안간 74년 당시 16-20세 추정이라는 단서를 단다. 어르신들이 편히 쉬지도 못하는 할리우드 공포영화계의 현주소다.


★☆ (1.5/5.0)


Good : 보육원과 버스 장면!

Caution : 재탕은 이제 그만! 


●수위 면에서는 자비가 없다. 심약자 및 임산부의 시청은 삼가기 바란다.


●1편은 전체 상영과(PG) 등급을 목표로 제작되어서 직접적인 연출 없이 은유적인 표현만으로 최상의 공포감을 선사했다. 레더페이스는 슬래셔 연쇄살인마의 조상이며 샐리 하디스트는 Final Girl 클리셰를 역사상 최초로 장식한 신화적인 캐릭터다. 로리 스트로드, 엘렌 리플리의 선배 격 인물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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