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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24. 2022

나이트메어 앨리, 델 토로식 누아르

《Nightmare Alley (2021)》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귀환했다. 윌리엄 린지 그레셤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며 1930년대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서커스단원들의 치정과 사기 범죄, 심리 호러를 다루고 있다.



1. 텔 토로만의 독창적인 필름 누아르

영혼의 카니발 (1962) 오마쥬

무일푼 떠돌이 스탠턴 칼라일(브래들리 쿠퍼)이 유랑극단에서 독심술사 지나 크럼빈(토니 콜렛)과 남편 피트 크럼빈(데이비드 스트라탄)을 만나 독심술을 배운다. 촬영감독 단 라우스첸의 카메라는 빛과 색을 절묘하게 활용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림자를 활용하여 유랑극단의 단장, 기인(Geek), 독심술사 부부, 전기 쇼를 하는 ‘몰리(루니 마라)’을 알렉사 45 카메라에 담는다. 1930년대 당시 인간마저 전시했던 유랑극단의 엽기적인 풍경과 기괴한 소품들에서 판타지·호러의 장인다운 델 토로 감독의 장기가 발현된다. 특히 프로덕션 디자이너 타마라 데베렐의 공이 크다.


전반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델 토로는 <나이트메어 앨리>를 평범한 네오 누아르로 그릴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점이다.



2. 기인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

영화는 스탠턴과 몰리의 멜로드라마를 적극 활용한다. 몰리는 극 중 유일한 양심으로 스탠턴의 삐뚤어진 야망, 일탈과 범죄행위를 지켜보게 한다. 


뉴욕에서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케이트 블란쳇)’박사가 등장하면서 필름 누아르의 세계로 빠져든다. 스탠턴과 릴리스는 부유하지만 무자비한 거물 ‘에즈라 그린들(리처드 젠킨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다. 3막의 촬영과 조명이 흥미롭다. 대도시 뉴욕이 배경인지라 조명의 양을 늘리고 와이드 앵글로 스탠턴의 확장된 욕망을 강조한다. 다만 릴리스에 대한 백 스토리가 그려지지 않아 그녀의 동기가 피부로 와닿진 않았다.


어쨌거나 델 토로 감독 영화 최초로 유령이나 괴물 등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을 속이는 게 아냐,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지.”라는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간’이라는 괴수를 등장시킨다. 등장인물 모두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확증편향의 그물에 낚인다.



★★★☆ (3.5/5.0)


Good : 프로이트가 저절로 소환되는 내밀한 심리 호러

Caution : 원작이 지닌 미스터리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4개 부문(작품상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 후보에 올라 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마스터피스라고 극찬하였다. 마틴 스콜세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또한 호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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