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Mar 01. 2022

더 배트맨, 깨달음의 과정

《The Batman (2022)》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영화에 전체적인 느낌은 '그런지(너바나 같은 록음악)'스러웠다. 예고편에 괜히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1991)>이 쓰인 게 아니었다. 패틴슨이 커트 코베인을 모델로 연기했다고 직접 밝혔다. 


1. 시리즈 최초로 빌런보다 배트맨에 더 집중한 영화

8편의 배트맨 솔로 무비 중에 가장 배트맨 캐릭터에 집중했다. 뱀파이어 역할로 인기를 얻은 로버트 패틴슨의 이미지가 박쥐와 잘 어울렸다.


아직 2년차 배린이인지라 서툴기도 하고 조력자와 호흡도 맞지 않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 이를테면 캣우먼, 고든 경위 모두 사회 초년생이라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 (배트맨의 기원담은 생략되어 있지만) 그 관계의 역동성이 영화의 주제인 ‘배트맨이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왜 고민하는가?‘를 깊이 탐구한다.



2. 캣우먼 비긴즈

배트맨과 캣우먼의 관계가 중요하다. 캣우먼도 캣린이이므로 배트맨처럼 초기활동이 그려진다. 이는 캣우먼의 매력을 그리기 위함이 아니라 배트맨의 각성을 위해서다.


배트맨이 범죄자를 때려잡는 이유는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분노와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런데 캣우먼과 엮이면서 사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가 일치하지 않는다. 배트맨은 (외부의 빌런이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과 싸운다. 그래서 이 영화가 호불호를 띄게 된다.


영화의 초점은 오롯이 ‘배트맨의 정체성’에 맞춰있다. 리들러의 수수께끼 역시 그 깨달음의 과정에 잘 배열되어 있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추리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지점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탐정영화일까?



3. 탐정영화?

연기가 좋았다. 폴 다노, 콜린 파월, 존 터틀로 전부 만족스러웠다.

DC코믹스(Detective Comics)의 회사명 자체가 ‘탐정 만화’다. 1939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배트맨은 원래 탐정이었다. 1940년대 할리우드는 필름 누아르의 시대였고, DC코믹스는 그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모든 배트맨 영화는 누아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배트맨>이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영화나 <조디악>, <세븐>이 연상되는 연유이다. 몇몇 장면에서 놀란이 연상된 연유는 똑같이 테렌스 멜릭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


배트맨 영화에 한정해 보자!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런 역시 누아르를 차용했지만, 차이가 분명하다. 팀 버튼은 독일 표현주의에 심취했고 크리스토퍼 놀런은 리얼리즘에 매진했다. 반면에 <더 배트맨>은 <조커>처럼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왜냐면 (앞서 말했듯이) 브루스 웨인의 내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4. <조커>의 배트맨 버전

 '펭귄'은 후속작을 위한 비장의 카드다.

배트맨 기획 단계에서 가장 큰 힘을 얻었던 건 <조커> 솔로 무비의 성공 덕분인 것 같다. 맥락만 놓고보면 <조커>가 가장 비슷한 영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방법론적으로 아주 흡사하다. 매우 사실적인 범죄 누아르를 표방하고 액션 역시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억만장자인 브루스 웨인이 왜 슈퍼히어로가 되어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익명’과 ‘고아’라는 재료로 176분 동안 진행된다. 그렇게 얻은 슈퍼히어로로서의 각성이 분노나 복수가 아닌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그러나 <조커>가 매우 뜨거운 반면에 이 영화는 매우 차갑기 때문에 카타르시스가 생성되기 힘들다. 더욱이 앞으로 공개될 3부작에 대한 힌트가 영화 곳곳에 뿌려져있다. 그래서 영화가 밀도가 높지만 후속편에 대한 연계 때문에 장황하게 여겨질 수 있다.



★★★★☆ (4.3/5.0)


Good : 오로지 배트맨에게 오롯이 집중한 솔로 무비

Caution : 히어로물이라기엔 멀고, 누아르에 훨씬 더 가깝다.


■맷 리브스는 <차이나타운>, <프렌치 커넥션>, <택시 드라이버> 등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두가 만족할 영화가 아니지만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3부작에 대한 밑그림이 이미 다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더 배트맨>의 정확한 판단은 3부작이 다 나와봐야 한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트메어 앨리, 델 토로식 누아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