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Feb 27. 2022

배트맨 영화 순위

The Batman Movies Ranked 

배트맨은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에 처음 등장하면서 미디어에 노출된 가장 오래된 슈퍼히어로 중 하나다. 그는 슈퍼맨, 원더우먼과 함께 DC 코믹스의 ‘홀리 트리니티’로 묶인다. 이 캐릭터는 코믹스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차례 실사 영화화됐다. 이미 1943년과 1949년에 주말마다 15회차로 상영되는 시리얼 영화이 제작됐다. 배트맨은 슈퍼맨(Superman)보다 1년 늦게 탄생했지만, 탄생 직후 4년 만에 영화에 진출하며 슈퍼맨을 앞질렀다. 이는 배트맨이 초능력이 없는 슈퍼히어로였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배트맨 (1966)

1966년 ABC 방송사에서 방영된 배트맨 TV 시리즈로 1968년까지 3시즌 동안 방영되었다. 온 가족이 가볍게 볼 수 있는 경쾌한 버디 활극이었다. 장난기 많고 코믹한 배트맨 역의 아담 웨스트, 로빈 역의 버트 워드, 조커 역의 세자르 로메로와 배트걸 역의 이본 크레이그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첫번째 실사영화 <배트맨(1966)>이 제작되었다. 


밝고 경쾌한 아동히어로로 폄하되던 배트맨은 80년대 코믹스<다크 나이트 리턴즈(1986)>, <배트맨 이어원(1987)>, <킬링 조크(1988)>에 의해 다크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팀 버튼이 1989년 성인취향의 진지한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DC코믹스에서 죽여버리고까지 했던 배트맨의 인기는 부활하게 된다. 이후 워너는 <모던 에이지 4부작>, <다크나이트 3부작>, <DC확장 유니버스>로 배트맨 영화를 꾸준히 제작했다. 그럼 배트맨 영화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자!




#15 : 킬링 조크  (Batman: The Killing Joke·2016) 샘 류

<다크나이트 리턴즈>, <배트맨 이어 원> 등 여러 코믹스 애니메이션 중에 <킬링 조크>는 가장 많이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1988년 앨런 무어의 코믹스를 끔찍할 정도로 각색했으며, 극장으로의 전환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기본적으로 배트맨의 로건 버전인데, 단지 애니메이션일 뿐 감정적인 공명이 없다. 원작에 없는 배트걸의 프롤로그를 추가하는 이상한 결정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남은 것은 배트맨 역의 케빈 콘로이와 조커 역의 마크 해밀의 성우연기 뿐이다. 




#14 :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2017) 조스 웨던

DCEU는 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너무 성급하게 탑을 쌓아올렸다. 잭 스나이더가 가족문제로 중도 하차하면서 조스 웨던을 급하게 투입했다. 그런데 경쟁사에서 빼내온 조스 웨던이 빌런이었다. ‘혼자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결국은 (슈퍼맨) ‘혼자서 세상을 구해버리는’ 아이러니 앞에서 캐릭터 붕괴·짜임새·플롯·스케일·메인 빌런·개연성·구린 CG 등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며 자멸한다.





#13: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2016) 잭 스나이더

고질라 vs 킹콩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대결은 싱거웠다. 도대체 둘이 왜 싸워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다. DC코믹스의 상징들이 격돌함에도 형편없는 CGI, 구멍이 숭숭 뚫린 극본, 캐릭터 붕괴, '느금마사'로 대표되는 어설픈 갈등 봉합으로 ‘정의닦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12 : 배트맨과 로빈 (Batman & Robin·1997) 조엘 슈마허

<배트맨 포에버>가 60년대 배트맨 TV시리즈로 돌아가는 첫걸음이었다면 <배트맨과 로빈>은 종착역이었다. 애당초 조엘 슈마허는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이어 원>을 기반으로 어둡고 진지한 정극 스타일의 배트맨 영화를 만들려고 했으나 워너 측에서 ‘온 가족이 좋아하는 오락물로 만들라’고 압력을 넣었다. 결국 <배트맨과 로빈>은 만화적인 기법, 너절한 대사, 유치한 개그로 가득한 망망대해에 표류해버리고 말았다.


조엘 슈마허는 공개사과를 했고, 조지 클루니는 트크쇼에서 출연 자체를 흑역사로 여겼다. 크리스 오도넬은 촬영 내내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 궁금해했다고 훗날 밝혔다. 알리시아 실버스톤의 배트걸은 제대로 된 역할을 주지 않았고 베인은 저능아로 그려져 원성을 샀다. 특히 당대의 대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500만 불의 출연료에도 불구하고 썰렁한 개그와 죽은 아내의 순애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오직 우마 서먼만이 맡은 포이즌 아이비만이 농염한 팜므 파탈로써 올바르게 기능했다.


결국 워너의 지나친 간섭으로 영화는 산으로 가고 말았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부가상품을 팔기 위한 광고 영상으로 전락한다. 조엘 슈마허는 차기 배트맨 영화를 좀 더 성인 취향으로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워너도 이 의견을 수용한다.




#11 :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2021) 잭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제목에 걸맞게 2017년 극장판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감독의 비전이 제대로 구현되었다.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성이 부각되며 극장판에서 삭제되었던 장면이 복원되며 극장판보다 이야기가 훨씬 설득력 있다.


배트맨 영화이니만큼 배트맨에 국한해서 논의해보자! 극장판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던 배트맨과 원더우먼 사이의 이상한 추태를 대부분 없앴다. 그리고 배트맨의 죄책감을 깊이 있게 다뤘지만 여전히 저스티스 리그의 브레인다운 역할은 사이보그에게 많이 양보해야 했다. 게다가 액션조차 전혀 우리가 아는 배트맨과는 거리가 멀다. 배트모빌로 화력지원이나 불살주의자인 배트맨이 총을 집어 드는 장면은 확실히 배트맨의 아이덴티티를 깬다.




#10 : 배트맨 포에버 (Batman Forever·1995) 조엘 슈마허

팀 버튼은 의욕적으로 3편을 준비 중이었지만, <배트맨 2>의 음울한 분위기에 워너 경영진은 가족영화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조엘 슈마허로 감독을 교체한다. 묵직한 드라마가 특기인 감독에게 워너는 60년대 TV 시리즈의 '캠피(Campy) 스타일'을 주문한다.


네임밸류가 떨어졌던 배트맨 역의 발 킬머를 보완하기 위해 조연 배우를 화려하게 채웠다. 리들러 역의 짐 캐리, 투 페이스 역의 토미 리 존스, 체이스 메리디안 박사 역의 니콜 키드먼을 기용했다. 그리고 팀 버튼의 시각스타일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포에버>가 이전의 두 작품과 두드러지게 달랐던 점은 로빈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크리스 오도넬이 맡은 로빈은 배트맨의 비중을 약화시켰다. 결국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3편은 보다 활기차고 오락적인 요소가 부각되었다.


영화는 팀 버튼의 기획과 워너 브라더스의 방침이 불협화음을 표출하고 있다. 또 촬영장에서 발 킬머와 토미 리 존스가 문제를 일으키며 조엘 슈마허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고의 인기 가도를 달리던 짐 캐리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혹자는 제목을 <리들러 포에버>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워너는 나쁘지 않은 흥행 수익으로 인해 가족친화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하게 하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9 :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2012) 크리스토퍼 놀란

3부작을 완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놀란은 <나이트폴(1993)>, <다크나이트 리턴즈'(1986)>, <노 맨스 랜드(1999)> 같은 몇몇 코믹스에서 영감을 얻어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된 3부작을 우아하고 장중하게 마무리 짓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한마디로 <배트맨 비긴즈>를 <다크 나이트>의 화법으로 이야기한 영화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164분에 담기에는 감독의 포부가 지나치게 거대했다. 그것이 캐릭터 낭비로 이어진다. 존 블레이크가 갑자기 브루스 웨인에게 찾아가서 정체를 알고 있다고 밝히는 장면은 다소 뜬금없었다. 또 캣 우먼은 중반 이후 평범한 할리우드 히로인으로 전락하고 탈리아 알굴의 폭로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무엇보다 베인은 모종의 캐릭터와 엮이면서 영화는 급격히 동력을 상실한다. 워너는 다크나이트 이후 미국에서 영화 속 조커를 모방한 범죄가 발생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때문에 워너는 베인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력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제작진에게 전달하였다. 이 점과 더불어 <배트맨 비긴즈>와의 지나친 연계가 영화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물론 이 모든 단점은 놀란의 미숙한 감정처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8 : 배트맨 - 가면의 환영 (Batman: Mask Of The Phantasm·1993) 브루스 W. 팀, 에릭 라돔스키

<가면의 환영>는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찐팬들로부터 진정으로 위대한 배트맨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TAS)>는 팀 버튼의 표현주의적 영화과 원작이 추구했던 탐정 누아르 스타일의 간극을 좁힐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그런 만큼 마피아 보스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과 초창기 범죄 퇴치 시절이 플래시백으로 대비되며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브루스 웨인의 존재론적 딜레마가 극대화된다. 


그런 연유로 <배트맨 비긴즈>와 <더 배트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가면의 환영>은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 고뇌가 그 어떤 실사영화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부모님의 무덤을 찾은 브루스가 어둠의 기사가 될 것인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행복을 택할 것인가 놓고 빗속에서 절규하는 모습이 마치 <슈퍼맨 2>에서 클락이 로이스를 위해 슈퍼맨을 버리고 평범한 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대목을 연상시킨다. 덧붙여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열병기와 유혈사태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7 : 배트맨 (Batman·1989) 팀 버튼

아카데미 미술상

워너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 이후 잠잠했던 슈퍼히어로 장르를 다시 부활시킨 야심을 가졌다.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은 슈퍼히어로 영화에 혁명을 일으켰다. 당시까지만 해도 희극배우로 알려졌던 마이클 키튼이 브루스 웨인 역에 캐스팅되자마자 5만 통의 항의 편지가 쇄도했다. 이에 워너는 잭 네이피어 역에 오스카 배우 잭 니콜슨을 기용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그리고 조커가 원작과는 달리, 배트맨의 부모를 살해한 범인과 동일인으로 묘사된 점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원작 코믹스의 명장면을 그대로 살리려고 애썼다. 배트맨이 지붕 위에서 두 범죄자와 만나는 장면, 배트맨이 날개를 펴고 화학 공장으로 뛰어내리는 장면, 조커가 TV로 범죄를 예고하는 장면, 브루스 웨인이 턱을 괴고 고심하는 장면, 조커가 사망하는 장면과 사망 후에도 웃고 있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팀 버튼은 극단의 미술적 상상력을 통해 유치한 소년만화에서 진지하고 어두운 성인 취향의 영화로 탈바꿈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우선 독일 표현주의 양식을 통해 타락해가는 고담 시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절대선(善)'의 슈퍼히어로의 어두운 내면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브루스 웨인은 원작 코믹스를 벗어나 팀 버튼만의 독자적인 다크 나이트로 정립한다. 또 조커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설정함으로써 조커와 배트맨의 기원이 서로 맞물려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당연하게도 코믹스 팬들은 반발했지만, <배트맨>은 박스오피스에서 4억 불 이상 벌어들이며 개봉 당시 역대 5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대박을 쳤다. 팀 버튼의 재해석은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Batman: The Animated Series)>로 이어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배트맨>은 할리우드에서 현대 마케팅의 기준을 세웠고 슈퍼히어로 영화가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경쟁력 있음을 증명해낸다. 이 장르 자체가 폭발하게 된 토양을 제공한 셈이다. 진지한 성인 취향의 슈퍼히어로 영화들 이를테면 엑스맨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연달아 제작되면서 블록버스터의 판도를 바꿨다.




#6 : 레고 배트맨 무비 (The Lego Batman Movie·2017) 크리스 매케이

<레고 배트맨 무비>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배트맨 영화 중 가장 웃기다. 그리고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배트맨 영화이다. 방대한 규모의 등장인물과 깨알 같은 대사로 방대한 배트맨의 역사를 비틀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이 들어맞을 정도로 그만큼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만, <레고 배트맨 무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전에 손대지 않았던 브루스 웨인의 인간성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브루스 웨인의 심리와 정신을 매우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그의 정의로운 행동으로 많은 찬사를 받지만 정작 그 자신은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치고는 매우 야심차고 대담하다. 평범한 인간이 슈퍼히어로로 활동하기 위해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하며, 때로는 지나쳐서 종종 겸손과 우정을 희생시킨다. 영화는 브루스 웨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살펴본다. 인간관계에서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나은 자아를 발견하는 테마는 다소 진부하지만, 부모를 일찍 여인 브루스 웨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5 :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2005) 크리스토퍼 놀란

조엘 슈마허는 워너에 <배트맨: 이어 원>를 기초로 한 스크립트를 제출한다. 원작 코믹스의 폭력적인 묘사를 줄이는 대신에 진지한 배트맨 영화를 구상한다. <메멘토>의 신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데이빗 S. 고이어와 함께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극본을 완성한다.


놀란은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에서 영감을 얻어 캐릭터의 성장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이중적 자아’에 초점을 맞춘 팀 버튼의 재해석과 달리 <배트맨 비긴즈>는 ‘공포’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스승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불살주의'를 지켜간다. 정의를 명분삼아 수단을 가리지 않으면 자신이 싸우려고 하는 악과 자신이 다르지 않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거기서 필연적인 모순이 발생하고 그 윤리적 딜레마가 <다크 나이트>에서 만개한다. 이렇듯 배트맨이 왜 '박쥐'를 선택한 이유와 부모님을 여인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 있다. 이것은 9/11이후의 미국인에게 남긴 두려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되묻는 것과도 같다.


심리 스릴러에 기초한 연출은 설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설득된다. 또 모던 에이지 배트맨 영화가 갖고 있는 B급 취향의 천박함과 결별했다. <배트맨 비긴즈>는 앞선 모던 에이지 4부작을 지우고 리부트하면서 시리즈를 혁신한다. 이 아이디어는 수많은 모방자들을 양산한다. 이로써 할리우드는 걸핏하면 리부트라 쓰고 리메이크하는 풍조를 낳는다.





#4 : 더 배트맨 (The Batman·2022) 맷 리브스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 이어 원>을 충실히 화면에 옮긴다. 배트맨 코믹스의 원류인 하드보일드로 거슬러 올라가며 사적 복수에서 공적 정의로 나아간다. 배트맨과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활용한 두뇌게임을 축으로 긴장이 체감되거나 탐정극이 빌드업되지 않는다. 리들러가 정답을 떠먹여주는 수준의 추리가 쌓이는 재미가 크지 않다. 문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유산이 어마어마해서이다. 


여러모로 불리한 위치에서 <더 배트맨>은 출발한다. 고담시의 엘리트들이 카르텔을 맺고 서로의 부정부패를 눈감아주는 형태는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또 리들러의 범죄행각은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건이기에 굉장히 섬뜩하며 불쾌감과 불안감을 안긴다. 복수심과 정의감 사이에서 방황하고, 영웅과 악당 사이에 위치한 배트맨의 고뇌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일조했다.




#3 :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Batman: The Dark Knight Returns·2012-3) 제이 올리바

배트맨을 성인물로 탈바꿈한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충실하게 옮겼다. 은퇴한 브루스 웨인이 범죄와 부패로 고담시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55세의 나이로 배트맨으로 복귀하게 된다. 작품의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코믹스의 내면 독백을 대부분 삭제한 현명한 결정 덕분에 영화다워졌다. 또 잔혹한 묘사를 줄였다.


1부에서 진흙탕에서 뮤턴트 리더를 각종 무술로 제압하는 장면에서 배트맨이 최고의 무도가인지 똑똑히 보여준다. 2부에서 조커와의 숙명의 대결, 배트맨과 슈퍼맨의 클라이맥스까지 깊이를 희생한 각색을 보완하며 배트맨 관련 영화 중에 최상의 액션을 선사한다.




#2 : 배트맨 2 (Batman Returns·1992) 팀 버튼

전작의 대성공으로 워너로부터 팀 버튼은 전권을 부여받았다. 우선 펭귄과 캣우먼의 (원작코믹스에 없는) 오리지널 기원담을 전면에 배치한다. 슈퍼빌런이지만 찰스 디킨스적인 사회부적응자로 그려져 연민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코믹스의 크리프와 <노스페라투(1922)>에서 창안한 '맥스 슈렉(크리스토포 월켄)'을 가장 비열한 악당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흡혈귀가 노동자들의 피를 빠는 자본가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펭귄과 캣우먼이 그를 쓰러뜨린다는 점에서 혁명의 테마도 가져왔다.


아마도 <배트맨2>의 유일한 단점은 스포트라이트가 악당에게 가있어 배트맨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마이클 키튼은 다소 부족한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웨인/배트맨 페르소나의 이중성을 탐구한다. 또한 키튼과 파이퍼는 팬들로부터 커플로서 응원하게 만드는 놀라운 케미를 갖고 있어 이들의 궁극적인 운명을 더욱 비극적으로 표출한다. 심지어 대니 엘프만에 동화 같은 영화음악이 진지하고 폭력적인 측면을 상쇄시켜 준다.


당시에 '역사상 가장 어두운 블록버스터'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팀 버튼의 잔혹동화는 그리스비극 못지않게 모든 인물들이 장대하게 파멸하는 클라이맥스는 처절하다. 워너 브라더스는 팀 버튼의 자의식 과잉에 당황한 것이 분명하다. 스튜디오의 우려가 궁극적으로 모던 에이지 배트맨 영화의 종말을 이끌었지만, <배트맨 2>는 이후의 배트맨 영화들이 가야 할 길을 예언했다.





#1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크리스토퍼 놀란

솔직히 이 순위에서 1위와 2위는 꽤 접전이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이 근소한 차이로 정상에 올랐다. <배트맨 비긴즈>가 슈퍼히어로 장르의 특징을 회피한 것처럼 <다크 나이트>는 본질적으로 마이클 만의 <히트(1995)>와 같은 범죄 스릴러다. 놀란은 오프닝을 <히트>에게 오로지 바칠 정도로 참조했다. 또 취조실에서 배트맨과 조커의 구도는 <히트>의 레스토랑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취조도 중에 조커가 배트맨에게 한 “You Complete Me”라는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 한 마디가 조커와 배트맨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조커 역의 히스 레저의 상징적인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의 결말에서 노골적으로 팀 버튼을 떠올리는 카드를 등장시킨 이유가 있다. 애초에 놀란과 각본가 조너선 놀란은 '잭 니컬슨의 조커'를 지울 심산이었다.


배트맨과 고든 경감, 하비 덴트 사이에서 ‘혼돈의 화신’이라는 돌발변수를 집어넣음으로써 배트맨이 믿는 가치인 ‘정의’와 ‘불살’을 시험한다. 그 와중에 고담의 백기사였던 하비 덴트가 레이첼을 잃음으로써 타락하게 된다. 배트맨은 정의에 대한 불신과 부조리, 환멸을 막기 위해 투 페이스의 죄를 뒤집어쓰고 어둠의 기사를 자처한다. 배트맨의 희생은 단순히 범죄자를 때려잡는 자경단에서 범죄와 악에 대항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며 고담의 수호자로 거듭난다.


<다크 나이트>는 단순히 슈퍼히어로 장르를 넘어서,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블록버스터/범죄 스릴러 부문에선 최대의 의의를 가진 작품이라고 일컬어진다. 할리우드의 판도를 뒤집어 광기 어린 아류 빌런이 속출하고, 현대 블록버스터가 유쾌한 오락성에서 '아트 버스터'라 불리는 작가주의를 논하는 유행을 이끌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스파이더맨 영화 순위 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