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역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할 가장 위대한 감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스탠리 큐브릭 영화는 얼핏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바로 파격적인 주제와 독창적인 영상미 때문이다. 하지만 흥행 성적이 가장 낮은 <베리 린든> 마저 본전은 건졌을 정도니 상업성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예술가인척하는 상업 감독"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낸 거장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웨스 앤더슨, 조지 루카스, 제임스 캐머런, 테리 길리엄, 코엔 형제, 리들리 스콧, 조제 A. 로메로, 데이비드 린치, 마이클 만, 기예르모 델 토로, 데이비드 핀처, 라스 폰 트리에 등 많은 영화감독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본인이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는 유대인들의 입김이 세다며 1961년에 영국으로 이주한다. 겁이 많은 큐브릭은 세균과 비행기를 무서워해서 할리우드로 복귀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사회풍자, 비전통적인 프레이밍 기법, 복잡한 스토리라인은 그의 장기였다. 그의 작품들은 그 심오한 의미는 오랫동안 시네필들 사이에 논의되어 왔다. 큐브릭은 그의 작품에 광범위한 세부사항을 쏟아부은 완벽주의자였으며, 그의 세심한 성격은 함께 작업하기 어렵다는 악명을 남겼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폴레옹>을 준비하면서 관련도서 1만 권을 읽을 정도로 사전 단계부터 철저했다. 개봉하는 국가의 지면 광고까지 꼼꼼히 챙기는, 영화 제작에 있어 결벽증에 가까운 그의 완벽주의는 여러 명작을 만들어냈다.
<나폴레옹>, <A.I.>, <피노키오> 같이 미완성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그가 남긴 13편의 영화 중 대다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간주된다. 그의 어록을 소개하며 그의 필모그래피를 간략히 살펴보자!
영화란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음악에 더 가깝고, 그래야 한다.
영화는 감정과 정서의 진행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정 뒤에 있는 주제나 의미, 이 모든 것들은 나중에 온다. -스탠리 큐브릭
#10 : 로리타 (LOLITA, 1962)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문제작을 극화했다. 큐브릭은 코미디와 드라마의 균형을 능숙하게 다뤄 금시시되는 집착을 드러낸다. 특히 약탈적 관계를 절제한 연출은 주인공의 집착을 우스꽝스럽게 비친다.
덧붙여 1997년작 <로리타>가 배우들의 감정선이 잘 살아있는 반면에 1962년 작은 원작자가 직접 각색해서 그런지 메시지가 더 명확하다.
#9 : 스팔타커스 (SPARTACUS, 1960)
아카데미 남우조연·의상·미술·촬영상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노예 반란을 그린 대형 사극이다. 불과 31세의 젊은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주목을 받는 동시에 박스오피스에서 크게 성공했다. 큐브릭이 가장 타협한 작품으로, 큐브릭은 흥행을 고려하여 흥미진진한 액션 시퀀스를 만들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예술적 통제력을 갖지 못한 유일한 영화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큐브릭은 흥행을 고려하여 흥미진진한 액션 시퀀스를 만들었다.큐브릭은 제작자이자 주연배우인 커크 더글러스와 다툼으로 인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삭제할 것을 원했다. 훗날 커크 더글러스는 큐브릭에 대해 "능력 있는 XX(Talented Shit)"라고 비난했다.
매카시즘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달튼 트럼보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그래서 정치적 행동주의와 시민권 탄압에 대한 명맥한 메시지를 보냈다. 큐브릭 특유의 상징과 은유, 풍자는 트럼보의 선동적인 수사학과 충돌한다. 이러한 부조화가 당시 유행하던 《벤허》, 《십계》 같은 대형사극에서 보지 못한 차별성을 갖게 한다. 트럼보는 존 F. 케네디 당선자가 시사회에 참석함으로써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8 : 킬링 (THE KILLING, 1956)
큐브릭의 천재성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킬링》은 오늘날 미국 영화의 기초이다. <다크 나이트》의 오프닝,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펄프 픽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메멘토》, <저수지의 개들》, 《오션스 일레븐》, 《로건 럭키》와 같은 영화에 영감을 주었다.
1930년대의 제임스 캐그니의 갱스터물이나 1940년대의 험프리 보카트의 필름 누아르의 계보를 이탈한다. 대신에 <킬링》은 두 장르 모두에서 영감을 받아 제3의 장르를 창시한다. 팜므파탈, 붉은 청어, 클라이맥스 총격전에서 관객의 기대를 뒤엎었다. 그의 후기작처럼 철학적으로 풍부하지 않지만,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중 하나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7 : 풀 메탈 재킷 (FULL METAL JACKET, 1987)
<풀 메탈 재킷》보다 더 직설적인 반전 메시지는 없다. 보고 나면 심리적으로 잊히지 않고 감정적으로 피곤하다. 큐브릭은 전쟁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전반부는 조직에 동화되지 못한 개인을 군대가 어떻게 도태시키는지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언론과 미디어에서 전쟁을 어떻게 포장되는지를 폭로한다.
전반부의 훈련소에서 후반부 실전 배치되면서 미군의 허상이 더욱 실체화된다. 전투가 이어지지만,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것은 베트남 분쟁과 매우 흡사하다. 음악 선곡에 탁월했던 큐브릭 답게 "미키 마우스 클럽 행진곡"은 웃픈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는 기묘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6 : 영광의 길 (PATHS OF GLORY, 1957)
'애국심'과 '충성심'이라는 위선적 영광 아래에서 국민을 가차 없이 소모시키는 국가의 위선을 들춘다.
할리우드의 거물 커크 더글라스와 첫 협업은 신진 작가를 알리는 자기소개서다. 큐브릭은 1957년 당시보다 훨씬 앞선 촬영과 음향편집을 통해 영화산업을 선도했다.
#5 : 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
아카데미 촬영· 주제가· 의상· 미술상
<배리 린든》은 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하나라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다.
존 알콧의 아름다운 음악과 전기가 없던 근대(18세기의 7년 전쟁 당시)를 반영하여 촛불과 자연광으로 황홀한 화면을 그려냈다.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 배리 린든(라이언 오닐)의 기회주의적 행보와 대조적이다. 깊이 있는 재현과 챕터별 접근 방식을 통해 배리의 흥망성쇠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4 : 샤이닝 (THE SHINING, 1980)
큐브릭은 '귀신 들린 집'이라는 뻔한 소재를 가지고, 호러가 공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한 수 가르쳐준다.
오버룩 호텔로 상징되는 <샤이닝》은 그 자체로 미로이다. 큐브릭은 기존 공포영화과 결이 다른 시각적으로 잊히지 않고,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미지를 생산했다. 잭 토렌스(잭 니콜슨)가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큐브릭은 내러티브의 명확성을 분위기와 서스펜스로 대체하며 궁극적으로 잊을 수 없는 공포의 순간을 공급한다.
#3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
큐브릭이 매력적인 필름 메이커로 만든 것은 그가 주로 다루는 어두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모든 영화에는 풍자적 요소가 설계되어 있고, 당연히 노골적인 코미디 영화는 영화 역사상 가장 재밌고 웃긴 영화 중 하나다. 핵전쟁의 위협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희화화할 수 없을 것이다.
냉전의 광신에 질려버린 큐브릭은 세계 지도자들이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릴 때의 무능함을 구조적 아이러니를 사용하여 꺼리김없이 비웃는다. 특히 베라 린의 노래"We'll Meet Again"을 사용하는 것은 역대급이다. 그리고 안보를 다룰 때 자주 등장하는 '각계의 정부 요인이 모인 지하의 전쟁 상황실'은 이게 원조다.
#2 :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시계태엽 오렌지》은 국가 공권력이 국민 개개인을 강제하려는 데에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악의 본성을 깊이 탐구한다.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 관람했다고 한다.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을 각색하면서 폭력과 섹스 등 자극에 길들여진 청소년의 무지와 이를 조장하는 사회적 조건 모두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다뤄졌다.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알렉스(말콤 맥도웰)의 갱단이 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중에 정부의 루도비코 실험을 통한 갱생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다. 혼란과 질서로 구별되는 끔찍한 미래상은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준다. 영화가 잘 작동하는 것은 이러한 실현가능성 때문이다.
아차상 (Honorable Mentions)
공포와 욕망 (FEAR AND DESIRE, 1953)
킬러스 키스 (KILLER’S KISS, 1955)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
#1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그 영향력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체인저였다. 스크린에서 봐야만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다.
석기시대부터 우주 모험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에 대한 비판과 창조자에 대한 통찰력, 우주 개발로 나아가야 할 인류의 진화로 이어지는 텍스트가 풍부하다. 사진작가 시절의 큐브릭이 연상될 만큼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대사를 대신하고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은 비주얼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내러티브적으로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이야기의 밀도는 제처 두고 작품은 엄청난 기술적 성과이다. 과학적 고증, 정교한 세트와 인상적인 소품으로 영화의 범위를 크게 개척했다.
우주 배경의 거의 모든 현대 영상물의 토대를 마련했다. 영화가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 이전에 개봉되었고, 2001년의 과학적 업적을 당시에 예측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인상적이다. 큐브릭은 진화, 인공지능, 니체의 철학 사이의 유사점을 그렸다. 심오한 핵심 주제를 설명하지 않고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현재도 계속해서 담론과 분석을 촉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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