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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30. 2022

R&B 앨범 추천 TOP 100 (5)

~01위

2010년대 흑인음악은 그 어떤 장르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리아, 힙합과 결합한 ‘얼터너티브 R&B’와 이모코어, 포스트 그런지를 비롯한 록 사운드를 흡수한 ‘이모 랩(Emo Rap)‘까지 그야말로 대중음악계 전반에 걸쳐 마수를 뻗히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느 한가지로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도 늘어났다. 멀게는 프린스부터 가깝게는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 키드 커디, 차일디쉬 갬비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R&B는 힙합, 팝, 일렉, 얼터너티브 등 모든 장르가 흡수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현대 R&B 아티스트들은 갑자기 실험과 다양화로 더 대담해질 자유가 생겼다. 흑인이 팝이 불러도 R&B이고, 백인이 R&B를 불러도 팝이라 불리는 기존 관행에 반발했다.  오랫동안 평가절하되던 흑인 음악이 비평적으로도 인정받은 시기가 10여년이 채 안 된다. 구글신에 검색해 봐도 ‘R&B 앨범'에 대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정과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음악을 처음 듣던 초심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20 : 칸예 웨스트, 808s & Heartbreak (2008)

약혼녀와의 파혼,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한 남자의 비통한 심정을 음악에 담았다. 이 걸작은 랩과 노래의 경계가 희석되고 있는 2010년대 트렌드를 정확히 예견했다. TR-808 드럼 머신과 신시사이저를 가공해 우울한 곡을 쓰거나 래퍼가 자신의 슬픈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류의 새로운 유형을 선보였다. 드레이크, 트래비스 스캇, 파티넥스트도어를 비롯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유행에 동참했다. 발매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다음 세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재밌는 음반이다.


   


#19 : 커티스 메이필드, Superfly (1972)

가성과 타악기로 대표되는 ‘메이필드 소울’의 결정판이자 그 시대의 많은 사운드트랙 앨범들처럼 <Superfly>는 영화음악 차원을 초월했다. 베트남의 후유증, 60년대 환멸, 그리고 새로운 10년간의 인권 운동을 다룬 음반은 당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관찰기이다. 독특한 사회인식이 담겨있어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와 더불어 선구적인 소울 컨셉 앨범 중 하나다.  

   

활기찬 음악과 대비되는 암울한 가사가 일품이다. 단조의 ‘Little Child Runnin’ Wild’는 도시 빈민가의 암울한 초상을 그린다. 최면적인 베이스 라인과 통통 튀는 콩가 리듬속에 일인칭 시점으로 들려주는 길거리 르포 ‘Pusherman’은 갱스터 랩의 출현을 예고한 것 같다. 라틴 스타일의 ‘No Thing On Me (Cocaine Song)’은 또 하나의 강력한 마약퇴치 선언문이다. ‘Freddie’s Dead’와 ‘Superfly’은 담긴 내용과 달리 매끈한 사운드로 차트에서 승승장구한다.      




#18 : 밴 모리슨, Moondance (1970)

1968년에 발표한 「Astral Weeks」는 명성을 떨친 그는 「Moondance」로 미국 시장을 정복한다. 이 아일랜드 음악가는 예술적 독창과 대중적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 아메리칸 소울에 아일랜드 토속성이 융합된 소위 ‘켈틱 소울(Celtic Soul)’를 창조했다.소박한 포크, 스윙재즈의 그루브, 활기찬 브라스, 혁신적인 후크, 강렬한 백비트를 더했다. ‘Crazy Love’, ‘Brand New Day’ ‘And It Stoned Me’ ‘Everyone, Glad Tidings’, ‘Into The Mystic’, ‘Come Running’, ‘Moondance’은 그 이전에 어떤 음반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특별한 음악이었다. 그는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기타, 키보드, 색소폰 연주에 프로듀서까지 도맡았다.     

 

블루스가 고된 노예노동 속에서 영적 쇄신과 구원을 노래했지만, 밴 모리슨의 창법은 아일랜드 특유의 한이 서려있다. 마치 베토벤 6번 교향곡처럼 느슨하고 여유롭다. 평론가 그레일 마커스는 “그의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 아닌 모국의 것”이라 그의 특허를 등록했다.     




#17 : 조지 마이클, Faith (1987)

런던 출신 한 청년이 웸의 해산에 슬퍼하는 10대 소녀 팬에게 ‘흑인보다 더 흑인다운 음악’을 들고 와서 당당하게 어른이 되었음을 선언한다. 미국에서 백인 아티스트가 R&B 차트 1위를 기록한 최초의 앨범이 되었다.      


<Faith>은 가내수공업에 가깝다. 조지 마이클이 전곡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연주에 참여했고, 7곡의 싱글 중에 4곡의 넘버원 히트를 기록했다. 그래미 최고상 ‘올해의 앨범’을 받으며 흑인 마이클과 백인 마이클이 서로 다투고 있다는 역대급 라이벌리가 성사된다. 아델, 저스틴 비버, 샘 스미스, 포스트 말론, 로빈 시크 등 백인 R&B 아티스트들이 팝 시장에 유입된다.    

 

더욱이 저스틴 팀버레이크, 로비 윌리암스, 해리 스타일스 등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비법을 전수했다. 그는“음악 비즈니스는 자아, 허영, 자기만족에서 만들어진다. 이것 모두가 이것들은 모두 헛된 것이다.‘며 좋은 음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땅의 아이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16 : 디안젤로 앤 더 뱅가드, Black Messiah (2014)

디안젤로는 마빈 게이, KRS-One, 프린스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90년대 중반에 네오 소울 무브먼트를 만든 클래식 앨범 <Brown Sugar>를 만들었다. 한층 성숙해진 2집<Voodoo>로 섹스 심벌의 위치에 오른다. 이를 불편하게 여긴 그는 14년간 두문불출하게 되었고, 네오 소울은 점차 힘을 잃었다.    

  

드러머 퀘스트러브, 베이시스트 피노 팔라디노, 기타리스트 이사이아 샤키, 관악기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로 구성된 백 밴드를 대동하고 보다 록(재즈)적인 접근을 행한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펑카델릭(Funkdelic) 등 선배 거장의 특징을 적절히 활용한다. 게다가 남녀 간의 사랑에만 머문다는 작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곳곳에 녹여냈다. 그가 창조한 네오 소울과 그 이전 시대의 소울, 펑크가 화합한 명곡들이 그득하다. 

 

  


#15 : 더스티 스프링필드, Dusty In Memphis (1969)

수많은 백인 뮤지션들이 흑인음악인 ‘소울’에 도전해왔다. 그들의 노력을 흔히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금발의 영국 가수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Dusty In Memphis>만큼 더 소울하다고 느껴지는 앨범은 거의 전부하다. 역사가들은 이 음반이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팝과 R&B의 융합은 1970년대 필라델피아 소울 사운드를 개발한다. 이를 참고해 디온 워릭,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비슷한 소울 음반을 내놓으면서 하나의 예술사조로 정착된다. 

    



#14 : 에이미 와인하우스, Back To Black (2006)

남자친구이자 미래의 남편 블레이크 필더-시너와의 격동의 연애에 기반을 두며, 이별과 재결합이 되풀이되던 와중에 그녀는 관계에서 죄책감, 슬픔, 불륜, 비판, 재활의 주제로 한 앨범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했다. 네오소울과 컨템포러리 R&B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은 레트로 소울은 60년대 모타운 드럼소리를 재현할 만큼 정교하게 프로듀싱되어있다. 재즈 싱어로 데뷔했지만, 고교시절에 랩 그룹을 결성했던 그녀는 힙합 가사를 얹으므로 블루오션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창작의 동력을 삼은 그녀가 몰고 온 빈티지 열풍의 유산은 아델, 브루노 마스, 라나 델 레이, 샘 스미스, 더피, 빌리 아일리시 등에게 전승되고 있다.  


   


#13 : 재닛 잭슨, Rhythm Nation 1814 (1989)

전작 「Control (1986)」로 뉴 잭 스윙 시대를 연 그녀는 흑인이면서도 백인적인 노래를 부르는 오빠 마이클이나 휘트니 휴스턴과는 달랐다. 80년대를 관통하는 사조인 ‘크로스오버’를 거부하고 검은 기운을 한껏 들여 마셨다. 힙합과 R&B, 일렉트로닉의 결합이라는 미래에 대한 예언을 남겼다. 그렇게 이 음반은 현대 디바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클리블랜드 초등학교 총기 난사사건과 크랙 코카인 문제를 접한 자넷 잭슨은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입니다.”라며 가혹한 현실을 노래하기로 결심한다. 흑인이면서도 백인적인 노래를 부르는 오빠 마이클 잭슨이나 휘트니 휴스턴과 달랐다. 자넷 잭슨의 록, 팝, 컨템퍼러리 R&B은 확실히 ‘흑인이 부르는 흑인 노래’처럼 들린다.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Rhythm Nation 1814」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록 스타 중 한 명이 되었고, R&B 음악의 양상을 바꾸었다. 단독으로 작사곡한 글램 메탈 “Black Cat”은 그래미 최우수 여성 록 보컬 퍼포먼스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대중음악 최초로 래퍼(헤비 D)가 피처링한 'Alright'은 미래의 팝과 힙합 컬래버레이션의 트렌드를 예언했다. 의외로 K-POP에 영향을 많이 줬는데, 높은 난이도의 안무 역시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줬다. 3년 연속(1989~1991년까지 매년) 빌보드 핫 100 1위 싱글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운 앨범이며 1990년 빌보드 연말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참고로 4곡의 넘버원 히트를 포함해 7개의 싱글이 빌보드 TOP 5를 기록한 유일한 앨범이기도 하다.    

  




#12 : 비욘세, Beyoncé (2013)

프로모션나 발표 없이 기습적으로 음반을 발매한다. 음반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발표하며 ‘비주얼 앨범(Visual Album)’이라는 개념을 창시하여 음악 산업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왔다. 동시에 팝스타가 ‘YOUTUBE시대에 살아가는 법’을 친히 일러줬다. <Beyoncé>은 여성다움, 모성애,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성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흑인여성이 존중받기 위해 부끄러워하거나 쾌락을 거부할 필요 없다고 슬로우 잼"Blow"와 "Rocket"에서 노래한다.    

 

비욘세는 “저는 아이를 낳고 나서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섹슈얼리티과 원래 몸매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음악에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왜냐하면 많은 여성들이 같은 고민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저는 섹슈얼리티가 부끄럽지 않아요. 섹슈얼리티가 우리 모두가 가진 힘이죠.”라며 인터뷰했다. 그녀는 여성들이 섹슈얼리티를 되찾게 하고 그 안에 해방이 있음을 그들에게 확신시킨다.     




#11 : 프린스, 1999 (1981)

프린스의 최초의 걸작은 다른 아티스트에게 훔쳐온 것을 모두 자신만의 형태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었다. 펑카델릭에게서 기계적인 비트와 보코더를 가져왔지만, 프린스는 이런 음악적 속임수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곡을 써냈다. ‘1999’, ‘Little Red Corvette’, ‘Delirious’ 같은 록 앤 소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니애폴리스 사운드‘라는 독자브랜드를 런칭한다. 문제의 19금곡’Let's Pretend We're Married‘를 계기로 ’학부모 음악보존협회(PMRC)‘가 설립된다.    

  

자넷 잭슨의 「Control」은 「1999」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준다. 이 앨범의 남긴 유산은 박재범, 신해철,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루노 마스, 리한나, 알리시아 키스, 어셔, 자넬 모네, 위켄드, 레이디 가가, 로드, 레니 크라비츠, 안드레 3000, 프랭크 오션, 벡, 이적, 퍼럴 윌리엄스가 이어가고 있다.     





#10 :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 Stand! (1969)

슬라이 스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한 흑인과 백인이 함께한 혼성 7인조 그룹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은 휭크, 팝, 록, 사이키델릭을 혼합한 다채로운 사운드로 새로운 토대를 세웠다. "Sing A Simple Song", "I Want To Take You Higher", "Stand!", "Everyday People"로 빌보드를 접수했다. 음반은 100주 이상 차트에 머물렀다. 슬라이 스톤의 음악은 강한 친화력을 내뿜었고 그러면서도 독특했기에 남다를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경쾌하고 밝은 곡조지만, 연대와 참여를 촉구하는 자기 성찰적인 노랫말이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일으킨다.      


슬라이 스톤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렉트릭 재즈 퓨전을 위한 길을 닦은 것은 물론이고, 70년대 소울 음악의 사회 정치적 태도를 수립했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비전은 프린스와 아웃캐스트,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칸예 웨스트 등에 의해 계승·발전되고 있다.    





#9 : 아레사 프랭클린, Lady Soul (1968)

그녀가 ‘레이디 소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은 12번째 앨범 덕분이다. 이전 소속소인 콜럼비아가 그녀에게 구태의연한 팝만 부르게 했고, 애틀랜틱으로 이적하면서 머슬 숄스 리듬섹션과 함께 하게 되면서 잠재력이 폭발하게 된다.     


10집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로 자신감을 얻었고, 11집 「Aretha Arrives」는 그녀가 가진 재능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부각시켰다. 마침내 12집「Lady Soul」은 그녀는 ‘시대의 목소리’로 맹활약한다. ‘Chain Of Fools’로 당시 흑인들의 당당한 의식이 배어 있다. 흑인이 열등하지 않다는 자부심을 노래하자는 의미에서 장르명이 흑인의 영혼을 의미하는 소울(Soul)이다. 국내에도 신중현이 소울을 창조적으로 도입해 김추자, 박인수, 펄 시스터즈와 같은 소울 가수가 1970년대 초반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아레사는 애절한 R&B ‘Since You’ve Been Gone’를 부르면서도 커티스 메이필드의 ‘People Get Ready’을 가스펠로 재해석한다. 에릭 크랩톤이 기타 솔로를 담당한 로큰롤‘Good To Me As I Am To You’이나, 캐롤 킹이 작곡한 ‘A Natural Woman’마저 자신의 서명을 새긴다.     





#8 : 로린 힐,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1998)

로린 힐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는 역대 최고의 R&B 힙합 앨범뿐만 아니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음반 중 하나이다. R&B, 재즈, 네오소울, 레게, 힙합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장르에 대한 매혹적인 접근을 제공한다. 즉, 2000년대를 주름잡을 네오소울의 전성기를 도래했음을 선언한 작품이었다.  


 




#7 : 프랭크 오션, channel ORANGE (2012)

프랭크 오션의 데뷔앨범은 R&B를 다시 사랑하게 할 정도로 신선하고 과감하다. 오션은 일렉트로 휭크, 팝, 소울, 재즈에서 영감을 얻어 발매되자마자 클래식이 된 앨범에 절묘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저임금과 무자비한 노동을 잊기 위해 순간적인 쾌락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는 황량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는 애써 진단하거나, 선동의 메시지를 설파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고통을 그대로 노래한다.      


중의적인 문장에 담긴 불쾌한 진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섣불리 발설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적인 영역에서 풀어내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바로 음악가 본인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6 : 스티비 원더, Talking Book (1972)

전작 《Music Of My Mind》로 음악적 자유를 얻은 그는 ‘1인 밴드’라는 대담한 실험을 시도한다. 그래미 최우수 남자 R&B 보컬과 최우수 R&B 노래를 수상한 ‘Superstition’은 박진영 의‘Kiss Me(1998)‘와 김건모의 ’Kiss(2008)’로 친숙하다. 그래미 최우수 남자 팝 보컬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역시 클래식이다. 정부의 감시를 정조준한 <Big Brother>은 사회의식을 조심스레 타진한다.     

 

이처럼 《Talking Book》에서 휭크는 더 변화무쌍하고, 소울은 더 깊으며, 노래는 더 예리하고 음반은 미래지향적이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부터 칸예 웨스트, 켄드릭 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감을 불어넣는 독창적인 음악언어로 써져 있다. 현대 대중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5 : 제임스 브라운, Live At The Apollo (1963)

1962년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벌어진 공연실황을 담았다. 66주간 음반차트에 머물며 제임스 브라운에게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이다. 이 라이브앨범은 '소울(Soul)'이라 불리는 형식미를 완성했고, R&B의 유행에 큰 업적이 있으며 '휭크(Funk)'라는 하위 장르를 창시했다.      





#4 : 마이클 잭슨, Off The Wall (1979)

어린 신동에서 성인 스타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스티비 원더와 달리 마이클 잭슨은 혹독한 음악적 사춘기를 거쳤다. 1979년 당시 마이클은 7년 동안 솔로로써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열아홉 살의 청년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음악적 스승을 찾고 있었다. 1977년 뮤지컬 <위즈>의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잭슨은 재즈와 휭크(Funk)의 거장 퀸시 존스에게 좋은 프로듀서를 추천해줄 수 있는지 수줍게 물었다. 존스는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나섰고, 래리 칼튼(기타), 조지 듀크(키보드), 데이비드 포스터(신서사이저), 폴리노 다 코스타(퍼커션), 제리 헤이(트럼펫), 루이스 존슨(베이스), 래리 윌리엄스(색소폰), 그렉 필링거네스(건반) 등 일류 연주자들이 합류했다. 작곡진도 화려했다.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바카락의 파트너였던 캐롤 베이어 세이거, 영국 소울의 선도자 로드 템퍼튼, 데이비드 포스터 등 당대 최고의 송라이터들이 집결했다.     


그러나 이 앨범의 중심은 역시 마이클 잭슨이다. 그의 자작곡인 ‘Don’t Stop ’Til You Get Enough’에서 벤 라이트의 현악 편곡과 제리 헤이의 혼이 서스펜스를 바짝 당기고 있지만, 잭슨의 가성은 타이트한 곡에 완급조절이 능수능란하게 부여한다. 로드 템퍼튼이 선사한 ‘Rock With You’ 역시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꾸밈없이 불렀지만 절절하게 감상에 젖게하는 ‘She’s Out Of My Life’나 펑키한 “Off The Wall”, 폴 매카트니가 선사한 “Girlfriend”까지 경쾌한 디스코 비트와 원초적인 휭크, 가슴 아픈 발라드, 명쾌한 팝을 섞어 R&B의 로제타스톤을 남겼다.      


마이클 잭슨은 당대 최고의 인물들과 협업하여 그의 앨범이 항상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선례를 남겼으며, 70년대 디스코 사운드를 집대성한 업적과 잭슨 특유의 곡해석력은 이후 앨범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잭슨 클래식"이라 부를 만 하다. 흑인음악인 디스코마저 백인 아티스트가 불러야 히트가 더 잘 되었던 시대에 이 앨범은 2천 만장 넘게 팔렸다는 사실에 메이저 음반사들은 흑인 아티스트에게 문호를 열게 된다.  

    

오늘날 이 음반이 재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히 마이클 잭슨이라는 최초의 슈퍼스타를 잉태해서가 아니다. <Off The Wall>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대중음악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은 팝/록에 없는 소울을 깃들이게 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는 디스코를 개발한다. 흑백사운드의 공존은 BTS, 블랙핑크, 비욘세, 퍼렐, 저스틴 비버, 켄드릭 라마, 더 위켄드 등 21세기 아티스트들이 슈퍼스타가 되는 비법인 것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량과 음악적 완성도가 담보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잘 만든 팝 음반의 수준을 넘어, 역사가 기록할 파급력을 지닌 명반이다.     




#3 : 스티비 원더, Innervisions (1973)

15개의 앨범을 발표한 스티비 원더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성숙기에 도달했다. 보통 <Songs In The Key Of Life>에서 무한대의 창작력으로 세상을 감동시켰다면 이 음반은 '흑인음악 사상 최초의 록 앨범'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사회에 대한 그의 통찰의 깊이가 무르익었다. 23세의 나이로 작곡, 프로듀싱, 연주까지 참여한 대중음악 사상 획기적인 레코드이다. 로큰롤의 문법을 받아들여 80년대 백인들에게 먹히는 흑인음악의 비전을 제공한 동시에 이처럼 음반은 훗날 프린스, 레니 크라비츠 등의 흑인 로커들을 탄생시킨 결정적 배경을 제공한다.      


앨범 제목대로 원더는 자신의 내면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팬들과 생각을 소통한다. 평화에 대한 약속, 번영에 대한 희망, 인종 공평성에 대한 기대가 좌절된 비통함이 꽤나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의 음악에 고통과 냉소가 존재해왔지만, 이번처럼 절실하게 웅변한 적은 없다. 인종차별 시스템을 다룬 누아르 <Living For The City>, 감미로운 선율의 <Visions>, 어두운 이면을 이겨내려는 종교적 구원을 갈구하는 <Higher Ground>, 억울한 감정을 표출하는 <Jesus Children Of America>까지 앨범 전체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낱낱이 분해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비가 설교를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닉슨 정부의 차별적 태도에 실망감을 표하는 <He’s Misstra Know–It–All>는 축제처럼 흥겹고 즐겁다. 또 프랭크 시나트라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커버한 <All In Love Is Fair>은 감미로운 선율로 영혼을 울린다. 그 정치성은 능숙한 음악적 터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Innervisions》은 전작 《Talking Book》 못지않게 소울과 휭크, 팝의 삼각형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화려한 결과물을 쉴 새 터트렸다. 그렇기에 이 음반은 많은 후배 가수들, 켄드릭 라마, 프린스, 퍼블릭 에너미 등 '현실 참여 음악'에 있어 절대적 참고서로 대중음악사에 남았다.     





#2 : 마빈 게이, What's Going On (1971)

이 저항 앨범은 베트남 전쟁에서 싸웠던 마빈 게이의 동생의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전, 인종차별, 약물 남용에 이르는 사회문제 전반을 다루고 있는 콘셉트 앨범이다.    

 

196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모타운 아티스트들은 상업적 강압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급기야 1970년대 초반부터는 일부 아티스트들은 자유로운 창작권을 요구하였다. 마빈 게이는 고국으로 돌아온 젊은이들, 계속되는 흑인들의 투쟁, 폭력과 빈곤, 환경문제 등을 지켜보면서 사회학적·생태학적 인식을 포함한 시대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을 녹음할 구상을 했다.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세션 '펑크 브러더스'와 함께 작업하면서 1970년대 소울음악이 나아가야할 9가지 좌표를 완성했다. R&B음악이 창작의 자유를 얻게 되자 예술성에 무게를 둔 ‘프로그레시브 소울’이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한다. 발매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What's Going On>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앨범들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1 : 프린스, Sign 'O' The Times (1987)

앨범 제작 당시에 프린스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원래 1986년 초 「Dream Factory」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다가 프린스가 자신의 연인이자 뮤즈인 수잔나 멜보인과 결별하고 백밴드 레볼루션도 해산한 시점에서 중단되었다. 워너는 「Purple Rain」 이후 앨범의 판매 저조를 근거로 그에게 상업적인 앨범을 만들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결국 프린스는 「Sign O’ The Time」을 만들었다. 프린스는 강렬한 펑크와 에로틱한 소울을 넘나들며 장르의 구분을 무시하고 있으며, 조니 미첼과 슬라이 스톤 같은 자신의 영웅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젠 고전이라 불리는 "Sign "O" The Times"와 "U Got The Look"를 비롯해 초현실적인 재즈 "The Ballad Of Dorothy Parker", 장난스러운 휭크 "If I Was Your Girlfriend", 발랄한 포크록 "I Could Never Take The Place Of Your Man", 로맨틱한 재즈 "Adore"등 어느 곡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단순히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음악의 다른 스타일을 혼합하기 때문에 걸작이라 칭하는 건 아니다. 우회적으로 음반은 80년대 후반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에이즈로 섹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마약은 미국 사회를 병들게 했다. 이건 좋은 시절이 무너지는 소리이지만 프린스는 현실을 잊고 신나게 춤추면서 떨쳐버릴 생각이 아니었다. 그 근심과 두려움이 진솔하게 들린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타인에 대한 사랑과 긍정적인 희망을 놓지도 않았다. 「Sign O’ The Time」은 심각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완벽하게 조율된 찾기 힘든, 매우 희귀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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