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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03. 2022

힙합 앨범 TOP 100 (1)

-61위까지

2017년 7월 17일, 포브스에 따르면 ‘힙합/R&B’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악 장르로 ‘록’을 대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음악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된 셈이다. 그래서 힙합 명반들을 한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지면관계상 너무 좋은 앨범들을 상당수 제외할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선정기준

1.선정과정에서 힙합의 역사적 관점에서 '맥락'을 중시했다.

2.①영향력 ②음악성 ③대중성 순으로 집계했다.  

3.영향력이라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라서 최신 앨범일수록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4.2024.03.19 TOP 100 확장판으로 업그레이드했음.




#100 : 릴 야티(Lil Yachty) - Let's Start Here (2023)

투팍과 비기(Notorious B.I.G.)가 과대평가됐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조지아주 래퍼는 록스타로 다시금 비상한다. 익스페리먼트 힙합, 얼터너티브 힙합, 얼터너티브 R&B의 도래로 이미 장르의 구분이 모호하며, 작법과 형식에서 차이가 있고, 실험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스타일과 프로덕션이 등장했다.


릴 야티는 멈블 랩의 영역에 1960년대 록 영웅들을 소환한다.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Jimi Hendrix Experience),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을 멘토로 삼는다. 70년대의 전설 핑크 플로이드나 펑카델릭(Funkadelic)을 추앙하며 이브 튜머와 테임 임펠라 같은 동시대 록커들처럼 사이키델릭 록을 현대화한다. 〈Let's Start Here〉은 A.I.의 등장으로 통섭(지식의 통합)이 음악적으로 적용된 예다. 탈(脫)장르 시대답게 장래에 도래할 새로운 힙합의 재정의를 요구했다.




#99 : 퓨처(Future) - DS2 (2015)

‘퓨처 노래는 모두 똑같이 들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번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 똑같은 음악과 스타일이 매번 신나고 귀에 꽂힌다. 서던 트랩을 대표하는 그는 비장한 멜로디 라인에 실린 간결한 랩으로 클럽 뱅어들을 자극하지 않더라도 열광시킨다. 환각적인 분위기에 도취하게 만드는 섹스, 마리화나, 약물, 자기 과시 등을 소재 삼아 재치 있는 허세가 그 핵심이다. 

    

퓨처는 랩과 노래의 경계를 허물며 꾸준히 자기 영역을 구축해왔다. 혹평과 편견 어린 시선을 꾸준하게 노력하며 발전을 거듭하며 갈고 닦았다. 그것이 비록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킬만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만의 스타일이 시장에 통한다는 것을 이 앨범이 증명한다. 




#97 : 니키 미나즈(Nicki Minaj) - Pink Friday (2010)

칸예 웨스트의 ‘Monster’, 드레이크, 리아나의 앨범에 유명 카메오로 출연한 니키 미나즈는 데뷔 LP를 통해 힙합 여왕으로 즉위한다. 그녀에게 제공된 비트는 무리하게 남성 호르몬을 주입하기보다는 에스트로젠에 맞춰졌다. 제이알 로템(J.R Rotem), 오크(Oak) 등 컨템퍼러리 R&B 프로듀서를 기용한 까닭도 그렇다. 여성 래퍼라는 정체성을 부각 시킬 수 있는 감성적인 비트가 미나즈의 격렬한 엉뚱함보다는 조신함을 요구한다. 〈Pink Friday〉의 본질은 니키가, 니키의, 니키를 위한 모든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동시대 여성 래퍼들이 따라야 할 가이드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여성 래퍼가 여성성을 버리지 안고 차트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카디 비(Cardi B),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 도자 캣(Doja Cat)를 위한 토대를 미리 닦았다.




#98 : 피트 록(Pete Rock) & CL 스무스(Smooth) - Mecca And The Soul Brother (1992)

피트 록과 CL 스무스는 부드러운 브라스 비트와 세련된 운율의 조합으로 힙합의 전환점을 여는 데 일조했다. CL 스무스의 생생한 말장난은 뉴욕의 일상이 머릿속에 자동으로 재생된다. 피트 록은 아버지의 레코드 컬렉션을 참조하여 소울, 펑크, 심지어 토킹헤즈 샘플을 사려 깊은 가사에 어울리게 배치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특히 "The Rememberce Over You (T.R.O.Y)"는 여전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중 하나로 당당히 수록되어 있다.




#96 : 부기다운 프로덕션(Boogie Down Productions) - Criminal Minded (1987) 

KRS-One, D-Nice, DJ 스콧 라 록(Scott La Rock)로 이뤄진 3인조 랩 그룹의 데뷔 LP는 힙합이 존재하는 한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보석이다. 커버에 총을 든 MC가 등장하고 트랙 안에 범죄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앨범이기 때문이다. 앨범이 발매된 지 5개월 후인 1987년 8월 27일 스콧 라 록이 암살당한다. 이들이 만들어 낸 프로덕션과 리얼한 랩 가사는 후배들이 참고하는 지표가 되었다. 힙합뿐만 아니라 R&B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댄스홀, 레게, 로큰롤, 힙합의 교묘한 결합은 후대에 ‘갱스터 랩’과 ‘뉴 잭 스윙’ 장르를 위한 길이 열렸다. 두말할 나위 없이 기념비적인 싱글 "South Bronx"와 "The Bridge Is Over" 외에 나머지 수록곡들도 대학에서 배운다. 그만큼 〈Criminal Minded〉는 힙합의 지형을 뒤흔들었다.




#95 : EPMD - Strictly Business (1988)

EPMD가 힙합에서 가장 많이 샘플링된 그룹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의 프로듀싱은 미학의 결정체다. 힙합은 원래 디스코에 기반해 탄생했지만, 이 앨범을 기점으로 래퍼들은 Funk의 원시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타이틀 트랙의 ‘I Shot The Sheriff’의 루프는 경쾌한 파티 랩의 앞날을 점지했다. 즉 〈Strictly Business〉은 G 펑크 시대를 예고했으며, 미래지향적인 샘플 작법으로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




#94 : 사이프러스 힐(Cypress Hill) - Black Sunday (1993) 

옛날 옛적에 힙합 아티스트들은 대마초에 대해 랩을 하지 않았다. 사이프러스 힐은 마리화나 랩을 한 최초의 MC는 아니지만, 마리화나 예찬을 힙합의 자산으로 부기한다. 또 메탈과 사이키델릭 록, 블루스에 대한 광범위한 샘플 채집은 록과 힙합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업적을 세웠다. Hits From The Bong’, ‘I Ain't Goin' Out Like That’, ‘Insane In The Brain’은 비 리얼(B-Real)의 콧소리, DJ 머그스(Muggs)의 사이키델릭 비트가 몽환적이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쿠바계 미국인 센 독(Sen Dog)과 비 리얼이 영어와 스페인어를 넘나드는 래핑은 힙합 시장에 라틴 문화가 진출하는 문호를 열었다.




#93 : 울트라마그네틱 엠씨즈(Ultramagnetic MC's) - Critical Beatdown (1989)

〈Critical Beatdown〉은 시대를 앞서간 고전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완전히 독창적으로 들린다. 세드 지(Ced-Gee)가 SP-1200 샘플러를 사용한 힙합 예술혁명을 일으켰고, 괴짜 쿨 키스(Kool Keith)가 은유와 허풍으로 리스너를 사로잡는다. 그들은 힙합 황금기(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를 발명했다. 영화로 치면 〈시민 케인〉에 비견될 만하다. 그 혁신이 너무 보편화되어 30여 년이 지난 지금 상식이 되었다.




#92 : 덴젤 커리(Denzel Curry)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2022)

플로리다 최고의 MC는 성공의 부담, 과거의 트라우마, 사회정치적 갈등을 음악에 어떻게 녹일까 고민한다. 부캐 ‘젤 구로사와’를 내세워 사무라이 영화, 서부극, 쿵푸영화, 드럼 앤 베이스, 재즈와 소울 등 자신에게 영감을 준 뮤즈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러한 창작의 괴로움과 아픔을 랩으로 전달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91 : 런 더 주얼스 - RTJ4 (2020) 

보통 4편에 이르면 대부분의 대중문화 프랜차이즈는 상당히 피곤해 보이기 시작할 수 있다. 런 더 주얼스는 〈토이스토리 4부작〉처럼 4연타석 홈런을 예고한다. 앨범의 훌륭함 못지않게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미니애폴리스에서 BLM운동이 격화되자 그들은 <RTJ4>의 가격을 자율 지불로 설정해 배포하고 수익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선행을 실천했다.




#90 : 50센트(50 Cent) - Get Rich Or Die Tryin (2003)

이 앨범 한 장으로 9발의 9mm 총알을 맞고 살아난 사나이는 전설이 되었다. 닥터 드레는 이스트 코스트의 서정성과 웨스트 코스터의 G펑크를 결합하여 퀸즈 래퍼에게 이 마법을 걸었다. 상업적 성공과 문화적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 힙합 사운드를 정의한 블록버스터로 남아있다.




#89 : LL Cool J - Mama Said Knock You Out (1990)

LL 쿨 제이는 살아있는 랩의 역사다. 데뷔작의 임팩트에 비해 그 후의 행보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의 자기 과시적인 스타일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됐고, 발라드 ‘I Need Love’을 발표하며 SWAG에 금이 갔다. 거장 말리 말(Marley Marl)에게 프로듀싱을 맡기며, 베이스를 강조하고 리듬감을 살렸다. 오직 MC 챔피언 벨트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사각의 링에 선다. 훗날 그래미 수상에 빛나게 될 타이틀곡을 위시한 노래와 마찬가지로 이미지 역시 아티스트들은 터프하고 쿨한 스트리트 비보이의 애티튜드를 투영했다. 이 음반은 힙합 음악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했으며 다인종 청취자를 증가로 이어졌다. 춤추기 좋은 ‘Around The Way Girl’이나 ‘Milky Cereal’ 같은 러브송을 끼워 넣어서 완급조절마저도 최상이다.




#88 : 카디 B(Cardi B) - Invasion Of Privacy (2018) 

모든 MC는 돈과 섹스, 보석을 찬양하며 자신의 성공담을 읊조린다. 결국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이 듣고 싶은 건 '신분상승'이다. 이 평범한 앨범은 이제 여성 래퍼도 그 출세 길이 열렸음을 만천하에 선포했다. 터프한 밑바닥 인생의 고군분투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강렬하다. 다분히 백화점식 구성을 갖춘 힙합 음반 내내 차진 발음과 허스키함으로 압박해 들어오는 랩 톤은 폭넓은 장르 소화능력을 보여준다. 복수의 팝 차트 1위곡을 보유한 최초의 여성 래퍼가 된 음반이라 더 희귀한 가치를 띄게 된다.   




#87 :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 - Food & Liquor (2006)

인트로부터 ‘좋은 것은 음식이요, 나쁜 것은 술’이라는 비유를 든다. 어릴 적부터 힙합의 폭력적인 가사가 싫었던 그는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에서 살면서 보고 들은 경험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 통찰력 있는 사회적 논평과 세련된 재치에 영화, 종교, 문학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런스들을 이용하며 살을 붙였다. 그렇게 주류 힙합 규범에 도전하며 컨셔스 랩(Conscious Rap) 운동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여담으로 2022년부터 MIT에서 ‘랩의 이론과 실습’을 강의하고 있다.




#86 : 제이지 (Jay Z) & 예(Kanye West) - Watch The Throne (2011)

두 절대 군주가 스스로 대관식을 연다. 힙합의 새로운 황제를 선포하는 즉위식은 웅장하고 거대하다. 사치와 과잉이 거대한 나르시시즘이 가득하다. 범인(凡人)은 상상치 못한 프로듀싱으로 그들의 왕좌를 굳건하게 한다. 성층권을 뚫은 특권의식보다 담백한 앨범을 완성했다. 두 거장이 서로의 재능과 기량을 위해 양보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섰기에 가능한 업적이다.




#85 : 맙 딥(Mobb Deep) - The Infamous (1995) 

영화〈8마일〉 의 하이라이트에 힙합 역사상 최고의 비트 중 하나인 "Shook Ones (Part II)"이 울려 퍼진다.


이 음반은 섬뜩한 피아노 루프, 왜곡된 신디사이저, 8노트 하이 햇, 로우하게 필터된 베이스라인으로 대표되는 프로듀싱 방식이 정착한다. 장르적으로는 ‘하드코어 힙합’이라는 장대한 갱스터 드라마 형식을 완성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함과 음울함으로 일관한다. 시종일관 둔중한 베이스라인과 퍼지는 스네어를 내세우며 소울·재즈 샘플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거세한다. 그 텁텁하고 생기없는 무드 속에 '악명 높은' 힙합 명반이 튀어나왔다. 




#84 : 데이브(Dave), We're All Alone In This Together (2021)

나이지리아 이민자 2세인 데이브는 담담하고 진지하게 주변 세계(영국 빈민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고민한다. 아버지는 불법 이민자로 추방됐고, 형제들은 범죄에 연루된 성장사부터 그의 가사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리얼리티를 더한다. 1집 〈Psychodrama〉은 젊은 예술가가 세상에 대한 진중한 관찰을 심리 상담 콘셉트에 녹여 비평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집 〈We're All Alone In This Together〉은 그는 엄청난 명성과 부를 이뤘지만, 영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실패하며 국가적 혼란이 가중됐다. 첫 트랙부터 자신의 성공은 추락하는 비행기의 일등석에 탄 것에 비유한다. 어려운 시기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외로운 개인들에게 연대와 화합, 위안을 전하려는 것을 앨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조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 자신도 소외된 계층임을 명시한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그가 지켜본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빈민가의 실상을 그 어떤 논설보다 예리하게 노래한다. 불우한 배경을 딛고 성공에 대한 야망을 여성편력과 부의 과시로 짜릿하게 그려낸다. 사다리는 걷어차이지 않았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장르적 쾌감을 동반한 비트에 싣는다.  




#83 : 푸샤 티(Pusha T) – Daytona (2018)

클립스(Clipse)은 일명 '코크 랩(주로 코카인을 비롯한 마약을 소재로 한 범죄 이야기가 담긴 랩)'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밴드가 해체되고 솔로가 된 푸샤 티는 칸예 웨스트가 주도한 '프로젝트 와이오밍(Project Wyoming)'에 참여한다.


이전처럼 서사를 점층적으로 한 계단씩 쌓아 올리지 않는다. 이미 코크 랩의 대명사이기에 사전 설명을 건너뛰고 본론부터 돌입한다.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도 옹골찬 곡들 "Hard Piano", "Infrared"을 통해 자신이 드럭 랩의 헤밍웨이, 세익스피어임을 증명한다. 다만 다분히 노이즈마케팅을 노린 커버 디자인은 감점 처리가 마땅하다.




#82 : 리틀 심즈 (Little Simz) - Grey Area (2019) 

그녀는 자신의 20대를 '불확실한 회색 지대(Grey Area)‘고 정의한다.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소꿉친구인 인플로(Inflo)이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힙합 작법과 거리가 멀었다. 전통 악기의 질감을 담아 Z세대가 품고 있는 불안감을 다 함께 고민하도록 이끈다. 솔직하게 연약한 내면을 털어놓으면서 반항적인 자부심을 섞어 거부할 수 없는 자기력을 만들어내며 청중을 그녀의 세계관에 끌어당긴다.




#81 :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 Some Rap Songs (2018) 

앨범명처럼 많은 곡절이 담긴 음반이다. 아버지이자 남아공의 시인인 케오라펫스 코싯사일(Keorapetse Kgositsile)가 세상을 떠난 후에 발매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던 전과 달리 명성과 기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멀어진 가족과 오드 퓨쳐(Odd Future), 슬럼스(sLUms)와의 영향을 고백한다. 그의 조밀한 구절(verse)는 거의 즉흥적이고 비트와 충돌한다. 짧게 짜른 소울 샘플, 과장된 신시사이저, 의도적인 노이즈 소스들, 정제되지 않은 드럼 등은 그의 정신적 고뇌를 반영한다. 특히 8살 때 이혼한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담은 “Cold Summers"에서 불안정하지만, 원초적인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80 : 아이스 큐브 - Death Certificate (1991) 

‘흑인들의 CNN’이라는 척 D의 힙합에 대한 비전은 〈Death Certificate〉에서 대부분 실현되었다. 미국의 사법제도, 인종 관계, 빈곤, 마약중독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미국의 치부를 보도한다. 그 독설에는 끔찍한 빈부격차가 엘리트를 경멸하고 혐오문화를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한다. 재미있고, 격렬하며, 진정성 있는 앨범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거칠고 박력 넘치는 큐브의 이미지는 훗날 Swag로 집약된다.


《Death Certificate》는 로스앤젤레스 중남부의 삶을 날것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아이스 큐브(Ice Cube)의 강렬하고 사회의식적인 앨범이다. 이 앨범은 인종, 빈곤, 경찰의 잔혹성 문제를 다루며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로서의 Ice Cube의 지위를 공고히 합니다.




#79 : 커먼(Common) - Be (2005)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커먼은 사려깊고 성실한 래퍼로 인정받아왔다. 여섯 번째 앨범 〈Be〉는 인간적인 온기로 가득하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언더그라운드의 아이콘 제이 딜라(J Dilla)의 프로듀싱이 뒷받침되었다. 힙합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힐 인트로 트랙 “Be”부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필사적인 관찰기록은 힙합이 스스로 되돌아보는 소리였다. 낭만과 반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의 존재를 성찰하게끔 이끈다.




#78 : 블랙스타(Black Star) - Mos Def & Talib Kweli Are Black Star (1998)

블랙스타는 고전에 대한 경의와 최신에 대한 은혜를 담아 힙합을 배우고 익히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랩의 학생들이다. 탈립 퀠리와 야신 베이(모스 데프)는 힙합의 유쾌하고 밝은 면을 연구한다. 동부 힙합 전통의 복원 즉 르네상스를 꿈꾸는 일종의 사관이다. 올드 스쿨을 재발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1998년 라디오를 장악했던 갱스터 연극이나 퍼프 대디의 파티 음악과는 대조적으로 흑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역사 논문처럼 들린다.




#77 : 노네임(Noname) - Room 25 (2018)

낭만적인 미화나 과장된 수사 없이 그녀만의 시선과 언어로 새롭게 빚어낸 사실주의 소설을 듣는 것 같다. 문학성이 아주 뛰어난 새로운 시대의 작가의 탄생을 보는 것 같다. 1990년대 네오 소울에 기반을 두고 곳곳에 재즈의 구성을 따랐다. 동시대 동년배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른한 듯 통통한 랩으로 조곤조곤한 말투로 들려준다.





#76 : 예(Kanye West) - The Life Of Pablo (2016)

역사상 가장 거친 언어가 담긴 복음 앨범은 그의 방법론을 집대성했다,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하는 마케팅에서 그의 조울증을 반영한다. 전작에서 신(예수)이 되었던 그의 이드(id=원초아)는 너무나 나약한 인간임을 반증한다. 숱한 추문을 일으킨 원죄를 의식한 탓인지 방어기제로 가득하다. 사도 바울의 독실하고, 거룩한 말씀을 전하며 궁극적으로 구원을 바라는 여러 가지 두려움을 노출한다.




#75 : 카니발 옥스(Cannibal Ox) - The Cold Vein (2001)

랩 역사상 최고의 독립 음반 중 하나로 꼽히는 앨범은 정말 찬사를 받고 전설적인 지위를 얻을 자격이 있을까? 프로듀서 엘피(El-P)는 21세기의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을 제작했다. 도심의 궁핍, 대중문화의 은유, 짙은 수수께끼 같은 구절, 시끄럽고 떫은 비트에 올라탄 버스트 에어(Vast Aire)와 보둘 메가(Vordul Mega)의 목소리는 빅 애플(뉴욕의 별명)의 풍경을 추상화한다. 'Iron Galaxy', 'Battle for Asgard', 'A B-Boy's Alpha'을 지금 들어도 독특하다. 그것이 이 음반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른 비결이다.




#74 :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 - Mystic Stylez (1995)

슬래셔와 스플래터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호러 코어‘가 힙합 씬에 출몰했다. 섬뜩하고 불길하고 불안한 가사에는 노골적인 폭력, 살인, 마약, 성교, 오컬트, 유신론적 사탄주의의 주제를 담고 있다. 공포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가져온 위협적이고 불길한 비트가 악마와의 거래한 것 같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위협적인 강렬함이 느껴진다.




#73 : 미고스(Migos) - Culture (2017)

화성학적으로 뽑을 수 있는 멜로디가 고갈된 지 오래이다. 미고스는 멜로디도 없이 리듬만으로 캐치한 훅을 마구 뽑아낸다. 스웨그로 가득한 가사, 트랩 비트, 3연음 플로우라는 무기를 앞세워 "Bad And boujee", "T-Shirt", "Slippery"이 차트를 폭격한다. 미고스는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한다. 그렇게 2010년대 중반이후부터 멈블 랩이 유행한다.   




#72 : 파사이드 (The Pharcyde) - Bizarre Ride Ⅱ The Pharcyde (1992) 

당시의 지배적인 갱스터 랩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순수한 유희 정신으로 힙합을 대했다. 그룹의 코미디의 해학과 자아 성찰적 사색을 절묘하게 혼합한다. 많은 래퍼들이 진정성을 보태려고 노력하는 한편, 파사이드는 ‘독창성을 지니려고’ 의식적으로 애썼다. 현대 주류 랩 음악이 지배하는 미니멀리즘을 버리고 강렬한 리듬 레이어링과 풍성한 멜로디 요소를 선호한다. 라이브 악기, 턴테이블, 재즈, R&B, 펑크, 클래식 록에서 가져온 샘플을 한데 녹여내 매우 풍부하고 다층적이다. 이런 파별화는 2집〈Labcabincalifornia〉와 더불어 진정한 힙합 클래식이 되었다.




#71 : 챈스 더 래퍼 - Coloring Book (2016) 

챈스 더 래퍼는 프로듀서이자 트럼페터인 니코 세갈과 밴드 소셜 익스페리먼트와 함께 일렉트로닉, 하우스, 애시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면서 유쾌한 가스펠 앨범을 제작했다. 특히 과장된 톤으로 변칙적인 플로우를 구사하는 챈스 더 래퍼에게 밴드의 풍성환 콰이어, 훵키한 리듬, 소울풀한 관악기 연주가 흥을 더욱 돋운다. 그래미상을 수상한 최초의 스트리밍 음반이 되며 음악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70 :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 - Miss E... So Addictive (2001)

이 레코드는 진정으로 새로운 의제를 설정했다. 전작〈Supa Dupa Fly〉에서 보여준 ‘장르적인 유동성’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 나갔는지 새삼 증명한다. 엘리엇과 오랜 시간 협력자였던 팀발랜드는 랩 게임에서 여성 래퍼에 의해 힙합의 규칙을 다시 섰다. "Get Ur Freak On", ”Take Away", "4 My People“은 힙합과 R&B 관중을 구분 짓지 않고 대동단결시킨다. 앨범 수록곡들은 그 시대의 어떤 노래와도 달랐고, 오늘날에도 대중문화에서 회자되고 있다.



#69 : 노토리어스 B.I.G. - Life After Death (1997)  

이 음반 홍보를 위해 LA에 갔다가 결국 유작이 되어버렸다. 마피오소 랩 더블 앨범이지만 다이아몬드 인증(천만 장)을 받은 세 개의 힙합 앨범 중 하나이다. “Kick In The Door”와 “Long Kiss Goodnight”은 투팍과의 서부 힙합과의 살벌한 분위기가 담고 있으나 갱스터 랩의 문체적 변화를 예고했다.    

 

비기는 거친 범죄 이야기와 사실적인 갱스터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라디오 친화적인 트랙을 포함시키려는 상업적 계산 아래 앨범을 제작한 최초의 주류 래퍼 중 한 명이었다. 러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머금은 야성적인 랩은 ‘I Got A Story to Tell’, ‘Miss U’ 같은 서정적인 트랙에서도 빛난다. 빌보드 1위 곡 Hypnotize와 Mo Money Mo Problems는 차분한 미드 템포에 실린 오만한 랩으로 여유로운 스웨거를 과시한다. 이른바 블링 시대(Bling Era)로 퍼프 대디처럼 7080년대 올드 팝을 샘플링하며 물질주의를 과시하는 노래들이 랩 스타로써의 위세를 자랑한다.




#68 : 클립스(Clipse) - Lord Willin' (2002)

맬리스(Malice)와 푸샤 티(Pusha T) 형제의 음악은 본인들을 비롯하여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흑인 빈민가에서 자라난 지극히 공격적인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마약과 범죄, 총기류를 섭렵한 매서운 리얼리즘은 ‘넵튠스(The Neptunes)’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일관된 독창적인 어투로 도덕적 파산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67 : 스트리츠(The Streets) - Original Pirate Material (2002)

마이크 스키너의 데뷔는 미국 힙합에 대한 영국의 답장처럼 들린다.  2집〈A Grand Don't Come For Free (2004)과 더불어 콘셉트 앨범으로서 영국 젊은이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뤄낸 표현력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였다. 영국 개러지와 우탱 클랜, 나스 등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영향을 받았으나 기존의 힙합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리즘을 들려준다. 펍에 들락거리는 일상을 그린 'Same Old Thing', 약물 Geezers Need Excitement, 애정문제 It's Too Late, 대마초 규제 The Irony Of It All를 소재로 삼아 당시 젊은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원맨 밴드를 표방한 그는 어릴적부터 록과 힙합, 영국의 전자음악을 듣고 자랐다. 그래서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낸 음악을 담고 있다. 첫 싱글인"Has It Come to This?"에서 개러지·투스텝을, "Let's Push Things Forward"은 스카, "Weak Become Heroes"하우스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인의 도시생존기를 발표하면서 미국 래퍼들의 마초성은 제거되고 영국식 위트와 재치로 맞받아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유머가 영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더 리얼하게 실토한다.    




#66 : 트래비스 스캇 - Rodeo (2015)

2010년대를 평정한 트랩 사운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탐험가이다. 독창적인 스콧 사운드의 핵심이 모두 담겨 있다. 〈ASTROWORLD〉에서 보였던 음악 중간에 비트를 바꾸는 전개 방식, 암울한 트랩 비트와 오토듄을 가미한 개성 넘치는 랩-싱잉 퍼포먼스, 고향 휴스턴에 관한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들린다. 엇비슷한 트랩 래퍼들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트랩 힙합 방법론을 제시한다.




#65 : 투팍(2 Pac) - Me Against The World (1995)

힙합을 넘어 하나의 아이콘이 된 투팍에게도 전환점이 찾아왔다. 투팍의 최고작이자 옥중 앨범으로 빌보드 차트 최초로 1위에 오른다. 1991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에서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의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의 불화였다. 투 팍의 데스 로우 레코드와 비기의 배드 보이 간의 대립이 대표적이다. 뉴욕은 힙합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에 웨스트 코스트 출신 아티스트들은 마치 이스트 코스트와 같은 언론 보도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투 팍은 이스트 코스트 래퍼들을 겨냥한 미사일이 없고 깡패 페르소나도 채택하지 않았다. 본연의 자아에 초점을 맞춰 그가 진정한 성숙기에 도달한 음반이다. 전작보다 R&B 샘플링과 느릿한 라임의 멋진 조합을 보다 발전시켜 완성한 형태인데 훨씬 더 응집력 있고 균형 잡히고 소울풀하다. '나와 세상의 싸움'은 불공정한 세상에 분노하고, 거친 거리의 삶과 순수를 잃은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거칠거나 우울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음반보다 고뇌하는 존재의 모든 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64 : 런 디엠씨 - Run-DMC (1984)

힙합의 발전에 있어 Run-DMC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많은 '최초' 기록(랩 그룹 최초로 멀티 플래티넘 달성, 롤링스톤 표지 촬영, 아메리칸 밴드스탠드 공연 등)부터 패션과 애티튜드로 랩 음악의 문화를 정의한 것까지, Run-DMC는 힙합 역사 교과서에서 다룰 가치가 있는 선구자이며, 힙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집《Run-DMC》는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데뷔 중 하나다. 《Radio》(1986)과 《Licensed to Ill》(1986)와 더불어 올드 스쿨의 디스코 랩 스타일링을 끝장내버렸다. 뉴스쿨의 개막을 알리며, 힙합의 황금기가 열리게 된다. 저 3장의 명반은 힙합과 랩의 보컬 방식을 록 음악의 편곡과 리프 사운드와 결합하여 랩 록 하이브리드 사운드를 개척했다. 프로듀서 래리 스미스이 정립한 힙합 미학, 잼 마스터 제이(Jam Master Jay)의 뻔뻔한 턴테이블에 실린 멜 멜(Melle Mel)의 시적인 사회 논평은 힙합을 재정의했다. 올드 스쿨의 종말과 뉴 스쿨의 도래는 로큰롤을 왕좌에서 물러나게 했다.




#63 : 닥터 드레(Dr. Dre) - 2001 (1999)

90년대 닥터 드레는 수많은 아티스트과 음반에 참여해 남부 캘리포니아 사운드를 상징하게 되었다. 세기말, 드레는 퇴물 소리가 들려올 무렵, 획기적인 반전을 가졌다. G-훵크의 인기가 쇠락했다는 세간의 평을 뒤로 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 "Still D.R.E", "What's the Difference," "Forgot About Dre," "The Message"에서 모든 소란을 승리로 바꾸는 드레의 능력은, 그가 아무리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지더라도 여전히 D.R.E.라고 선포한다.




#62 : 푸지스(Fugees) - The Score (1996) 

퓨전 레게, 힙합, R&B, 소울과 결합한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한 뉴저지 출신 3인조는 사고를 친다. "Killing Me Softly",  "Fu-Gee-La", "Ready Or Not"이 수록된 음반은 2200만장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레게톤을 끌어온 이국적인 사운드는 와이클리프 장이 주도했고, R&B소울은 로린 힐의 영향이 컸다. 미국 아이티 난민 캠프에서 팀명을 따온 만큼 푸지스는 사회 정치적 문제를 꼬집는 가사를 썼다. 이것은 90년대 갱스터 랩에 밀려 고전하였으나 에미넴, 아웃캐스트, 칸예 웨스트 등에 의해 향후 힙합 음악계를 지배할 얼터너티브 힙합의 부활을 예고했다.      




#61 : 퍼블릭 에너미 - Fear Of A Black Planet (1990) 

퍼블릭 에너미는 ‘랩의 황금시기 (Golden Age)로 이끈 장본인이다. 가사는 아프리카 중심주의와 정치적 호전성에 대한 강한 주제가 있었다. 록부터 재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샘플을 통해 밀도를 극단적으로 높였다. 다만 앨범에 쓴 샘플들은 사용허가를 받지 않아 논란을 빚었으며 이는 샘플링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롤링 스톤은 이 시기를 ’모든 싱글들이 이 장르를 재창조하는 것처럼 보였던 시기"라며 힙합에 중요한 스타일의 혁신이 많이 이뤄졌다.     


이 음반은 1960년대 이후 가장 중요한 인종문제에 관한 문화재로 분류되고 있다. 레이건-부시 공화당 정부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등 인종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대상과 맞물려 흑인 중산층의 목소리를 대변하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블랙파워 정신을 고취하며 제도적 인종차별, 백인 우월주의, 권력 엘리트에 대한 비판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음악이 세상을 바꾼 사례 중 하나로 美의회도서관에 영구보존되는 음반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힙합 음악에서 정치적 주제를 대중화하는 컨셔스 랩의 발전하는 동력을 랩 씬에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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