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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14. 2022

탑건 매버릭, 아날로그의 품격

《Top Gun: Maverick·2022》영화 후기

기종 표기는 스포일러라서 생략하겠습니다.

일단 기체부터 설명해야겠다. 그러한 이유는 후기를 다 읽으면 저절로 납득이 갈 것이다. 먼저 극초음속 항공기 ‘다크스타’는 영화를 위해 록히드 마틴이 개발 중인 ‘SR-72(마하 6)’보다 빠른 마하 10으로 설정되어 있다. 록히드 마틴의 협력으로 SR-72과 매우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영화는 다크스타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시작한다. 그러면서 미(美)국방부는 무인기에 의해 비용이 많이 드는 조종사 양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적기로는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 Su-57 펠론이 등장한다. 아쉽게도 중국의 스텔스기 J-20, FC-31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조종하는 4세대 전투기인 ‘F-14A 톰캣‘와 4.5세대 전투기 ’F/A-18E/F 슈퍼 호넷‘보다 성능 면에서 우수하다. Su-57는 현재 최강전투기 F-22 랩터을 염두에 둔 스텔스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최신의 스텔스기에 대항하는 4.5세대 기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탑건: 매버릭》은 유인전투기의 로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6세대 전투기는 편대장은 유인기로 유도하지만, 다수의 무인기를 윙맨으로 두는 협동교전능력 혹은 전술기동을 목표로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국산전투기 KF-21도 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다.


자! 영화의 소재로 삼고 있는 일명 ‘탑건’이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 미라마(Miramar) 해군기지에 Navy Fighter Weapon School의 설립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사일이 보편화되면서 근접 항공전(도그 파이트)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했지만, 제트 전투기끼리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실전을 통해 증명되자 부랴부랴 1969년 설립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주인공은 취소된 프로젝트를 무단으로 진행하다 탑건의 교관으로 전출된다. 실제로 현대 공군은 무인기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드론이 실전에서 유효하다는 전과를 올린 바 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무인기가 실전 배치된다면 이 학교도 머지않아 문을 닫을지 모른다.


패러다임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옛 것(구식)’이 여전히 먹힌다는 메시지를 영화 곳곳에 투영해 놨다. 어떻게냐면? 톰 크루즈는 아주 고전적인 영화제작을 고집한다. 세트에서 CG를 입히면 손쉬울 것을 톰 크루즈와 배우들은 5개월 동안 맹훈련을 통해 실제 기체에 올랐다. 조종석에 달린 카메라로 배우들이 얼마나 엄청난 G(압력)을 견디며 비행하는지가 생생히 찍혀있다. 1편 촬영 당시 톰 크루즈도 3번 F-14를 탔는데 맨 처음에는 구토를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CG가 없었기에 배우들이 거부 조차할 수가 없었다. 실제 발 킬머는 계약 때문에 억지로 출연했다.



톰 크루즈, 고전적인 영화제작을 예찬하다.

조셉 코신스키는 속편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톰 크루즈를 찾아갔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던 톰 크루즈는 즉석에서 파라마운트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탄생한 《탑건: 매버릭》은 조종사의 도태됨에 오늘날 시네마의 위기를 대입한다. 영화사는 속편을 제작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전작의 후광으로 안정된 흥행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리부트'라는 명분하에 똑같은 소재를 우려먹고 '스핀오프'라는 미명하에 관련성이 적은 작품들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만 붙여 내놓았다.


최근 영화시장에는 '속편'이라 쓰고 '리메이크'라 읽는 작품들이 쏟아졌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속편이 나올수록 해리포터로 되돌아가는 길을 잃었다. <트랜스포머>는 갈수록 단점이 커지며 제 풀에 주저 앉았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원작자가 제작했지만, 씩씩한 독창성을 잃어버렸다.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의 짝퉁이었고, <스타워즈 시퀄 3부작>은 그 리메이크조차 제대로 못해서 ‘금지어’가 되었다. 특히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프랜차이즈의 근간을 부정하는 배은망덕한 패륜마저 저질렀다. 또 <매트릭스4>는 저작권을 워너가 귀속될까봐 억지로 제작했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엉망이었다. 하다하다 안되니까 주인공만 바꿔 프랜차이즈를 연장하고 싶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디아나 존스4>나 <미녀삼총사 3>가 대표적이다. 그렇게 불로초를 찾아나섰다가 빈 손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나 <할로윈(2018)>, <스크림5> 정도가 원작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리(메이크+시)퀄 사례로 꼽을만하다. 그러나 호평을 받은 리퀄조차 원작의 발뒤꿈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속편 중에 리부트를 하지 않은 작품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유일할 것이다. 30년만에 돌아온 이 속편은 고전적인 촬영과 편집 기법이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이런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조셉 코신스키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참고했을 것이 틀림없다. 원작의 틀을 가져오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교훈 말이다. 그 가르침대로 《탑건: 매버릭》은 전편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36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전편과의 연결이 매끄럽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전작의 감정선을 끌어오고 매버릭의 고뇌와 동기에 수긍이 간다. 이렇듯 캐릭터가 설득력을 갖추니 갈등도 팽팽하게 치닫는다.


그동안 발달된 제작기술이 더해지니 전편의 향수를 초월한 사실감 넘치는 공중전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종석에 앉기를 불사한 톰 크루즈와 배우들의 열정 덕분에 우리가 비행하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화려한 화면이 전부가 아니다. 이 영화에는 우정, 충성심, 로맨스, 브로맨스 같은 인간적인 정취로 가득하다. 그렇게《탑건: 매버릭》은 아직도 고전적인 영화제작이 먹힌다는 것을 증명한다.


★★★★☆ (4.3/5.0)


한줄평 : 영화에 목숨을 건 배우들을 목격한 순간 저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사운드트랙에 관해 짧게 코멘트 해야겠다. 《탑건: 매버릭》은 향후 무인기가 도래해도 존재가치를 잃지 않는 조종사를 예찬한다. 그런 관점에서 OST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곡은 ‘Great Balls Of Fire’이다. 1편에서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마일즈 텔러)을 앉혀놓고 아버지 구스가 매버릭과 함께 부른 장면을 2편에서 재현한다. 루스터는 다음 세대의 조종사를 대변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듯이 매버릭은 루스터에게 조종간을 대물림한다.


행크 윌리엄스, 데이비드 보위, T-렉스, 오티스 레딩&칼라 토마스, 포그햇, 더 후의 올드 팝과 1편의 <Danger Zone>, <Top Gun Anthem>을 재수록한 데에는 영화의 주제에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 원리퍼블릭의 <I Ain't Worried>정도가 전형적인 요즘 록 음악일 뿐이다.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에 관해 음악감독 론 발프는 “두 사람의 사랑과 관련이 있을 때 이 주제를 사용하기 시작하지만, 조종사들의 희생을 포용하는 감정적 순간이 공존한다.”라고 소개한다. 영화의 메시지와영화음악이 지향하는 바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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