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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07. 2022

실종*일본 사회의 위선

《さがす·2021》영화 후기

수배 중인 연쇄살인마를 목격한 후 포상금을 탈 생각에 들떠있던 아빠 ‘사토시(사토 지로)’가 어느 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딸 ‘카에데(이토 아오이)’는 유일한 가족인 아빠를 찾아 나서고, 아빠의 일터에서 아빠의 이름을 쓰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가 바로 아빠가 사라지기 전 목격한 연쇄살인마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쫓는다.


봉준호 감독의 <도쿄!>와 <마더>에 조감독을 맡았던 가타야마 신조가 감독을 맡았다. 그는 오사카에 계신 자신의 아버지가 지명수배범을 목격했던 실제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아 ‘연쇄살인마를 마주한 후 갑자기 아빠가 사라지고, 아빠의 이름을 사용하는 연쇄살인마가 나타난다.’는 흥미진진한 플롯을 탄생시켰다.


실종 전단지 vs 현상 수배지

《실종》은 익숙한 장르를 독특한 스타일로 이야기를 예측불허로 끌고 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 영화에서 흔히 연쇄살인범이라는 괴물을 표현하기 위해 명확한 근거 없이 자극적인 장면을 과시하는 경향을 답습한다. 그 점을 제외하면, 《실종》은 자살기도를 통해 일본 사회 밑바닥에 꿈틀거리는 욕망과 인간 생태계의 그림자를 과격하고도 차갑게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크게 3부 구성으로 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 3달 전, 아빠가 연쇄살인마를 봤다고 딸에게 일러준다. 1부에는 딸이 사라진 아빠를 찾다가 연쇄살인마를 맞닥뜨리게 된다. 2부는 연쇄살인마가 13개월 전에 겪은 살인을 시작하게 된 사연과 동기를 다룬다. 3부에는 아빠가 왜 사라지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밝히고 있다. 현재 시점을 다룬 에필로그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토 지로는 평소 대중들에게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해왔다. 그 퍼블릭 이미지를 역이용해서 직면한 고뇌나 단순히 헤아릴 수 없는 선악의 모호함을 표현했다. 그 묘한 바이브가 잔혹한 극의 분위기를 유하게 만든다. 아니면 반대로 더 섬뜩하게 만들거나 말이다.


원제는 ‘찾다(さがす)’인데, 영화는 무엇을 찾을까?

주인공 카에데는 일본인의 겉과 속이 다른 ‘위선’을 꿰뚫어 본다. 등장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카에데를 돕는다. 그러나 경찰관은 실종 신고를 접수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무적이다. 담임교사는 사비로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지만, 딸을 데리러 가는데 더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자신을 짝사랑하는 동급생 남학생은 그녀를 쫄쫄 따라다니지만, 마음은 딴 데 가있다. 이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 당연히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타인의 자살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연쇄살인에 가담하는 것이 옳은가 되묻는다.


탁구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시합이다. 상대가 공을 쳐주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게임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타인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자살을 부탁한 쪽이나 자살을 도와두는 쪽이나 모두 책임을 회피하려고 꿈틀거린다. 혼네(겉마음)와 다테마에(속마음)가 다른 일본 사회에 만연한 ‘책임의 부재’를 냉엄하게 꾸짖고 있다.



★★★★ (3.9/5.0)


Good : 올해 목격한 가장 서늘하고 압도적인 결말

Caution : 일본 영화 특유의 게으른 가학성


●영화를 보며 이창동의 <시>가 떠올랐다. 미자는 집단 성폭행 사건에 손자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소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 사건을 무마하는 합의금에 이의를 제기한다. 인간의 존엄보다 더 귀한 것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이 윤리적 물음을 공유하면서도 이마무라 쇼헤이처럼 일본 사회에 은폐된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으로부터 “올해의 스릴러! 장르적 쾌감과 신선한 스토리라인, 비전이 넘치는 연출과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로 길이 남을 스릴러 영화”, 김지운 감독에게 “무섭다 그리고 놀랍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스토리텔링도 놀랍고, 팽팽하게 조여 오는 긴장감도 기겁하게 만든다. 일본 영화의 무서운 신예가 나타났다”라고, <종이꽃> 고훈 감독에게 “평범하지 않고 촘촘하게 잘 짜인 영화의 플롯은 장르적 쾌감과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이동진 평론가에게 “미끄러운 탁구공처럼 쥐었다 생각하는 순간 번번이 벗어나는 개성과 매력”라고, 남동철 BIFF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반전이 돋보이는 스릴러. 정교한 장르적 문법에 담은 표현이 인상적인 영화”라고, 김봉석 평론가에게 “상업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화의 면모를 잘 갖춘 작품”등 뜨거운 호평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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