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브래드 윈더바움은 “《라그나로크》가 1980년대 신스팝 앨범이라면 《러브 앤 썬더》는 메탈 음반이다. 우리는 1980년대 로큰롤 느낌이 나는 영화를 원했다"라고 소개한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Sweet Child O'Mine>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타노스와 대결 이후 몸과 마음이 지친 토르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길을 떠난다.
1. 제목이 왜 《러브 앤 썬더》일까?
첫째, 영화는 ‘사랑’을 매개로 전개된다.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가 왜 마이티 토르가 되었는지 번개에 콩 볶듯 소개한다. 옛 연인 토르와 재결합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진다. 특히 토르, 묠니르, 스톰 브레이커와의 삼각관계는 신선했다.
미아스마
크리스찬 베일은 신에게 버림받은 고르가 타락해가는 과정을 짧게 배분받는다. 원작의 탄탄한 백 스토리가 지나치게 축소되어 고르를 원한을 품은 또 다른 미치광이로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일은 오직 연기력으로 ‘사랑의 상실감’ 때문에 복수의 '미아스마(독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음을 설득시킨다. 그러므로 마이티 토르와 고르 모두 ‘사랑’에 의한 선명한 대칭을 이룬다.
둘째, 천둥의 신은 제우스의 ‘번개’를 통해 신화의 세계를 M&A(인수합병)한다. 즉 북유럽 신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정확히는 세계 신화)로 확장해나간다.
2. 그리스 신화로확장한 이유는?
케노시스
'미아스마(독기, 오염)'는 고대 그리스 문명과 문화에서 문제의 씨앗으로 다뤄졌다. 기독교의 원죄처럼 말이다. 영화는 미아스마를 이용해 아이러니를 추출한다. 먼저 마이티 토르는 신의 능력을 얻지만 결국 필멸의 숙명을 고민해야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고르의 경우에는 신을 향한 분노와 증오로 신을 도살하는 ‘신 도살자’로 거듭나지만, 그러면서 본인 또한 신이 되어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인간을 사랑하는 신 '토르' 역시 신과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마이티 토르'와 '고르'를 통해 신의 본질을 되묻는 것으로 영화는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이를 그리스어로는 ‘히브리스(무절제)’에서 ‘케노시스(자기 비움, 신성포기)’으로 나아간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러브 앤 썬더》는 80년대 록 스타의 방탕한 이미지를 빌려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다. 이를 어떻게 영화화했는지 그 성격을 규명해보자!
3.《러브 앤 썬더》의 3원소
장르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 MTV식 뮤직드라마, 그래픽 노블 '3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인물의 동기는 모두 사랑을 얻거나 아니면 잃는 것으로 설명하고, 명랑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노골적인 시트콤이나 원초적인 패러디 코미디 영화처럼 가볍고 말초적인 개그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자막이 엉망이라 더 썰렁하게 다가온다.
스타일적으로는 코믹스를 실사로 옮겨놓은 것 같은 만화적 과장으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만화책을 보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특히 고르가 등장할 때마다 색조를 박탈한 음영으로 지나치게 유치해질 수 있는 극의 무게감을 시각적으로 준다.
감독은 코미디와 더불어 음악에 많이 의지한다. 건즈 앤 로지스의 곡뿐 아니라 디오의 메탈<Rainbow In The Dark>나 국내 핸드폰 광고로 친숙한 메이 J 블라이즈의 <Family Affair>나 아바의 유로팝<Our Last Summer>, 시아라의 크렁크 앤 비 <Goodies> 같은 신나는 파티 음악이 주를 이룬다.
4. 호불호가 나뉘는 3가지 이유
와이티티가 찍은 모큐멘터리 <팀 토르>의 개그 스타일와 매우 유사하다.
생각보다 웃기지 않고, 생각보다 감동이 적고, 생각보다 로맨틱하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영화의 톤&매너가 너무 변덕이 심하고 유머가 <팀 토르>처럼 금세 잊힐 만큼 휘발성이 강해서다. 둘째, 가족 관객을 염두에 둔 가벼운 코미디와 진지한 ‘미아스마’와 ‘케노시스’라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끊임없이 충돌한다. 끝으로 액션이 멋지지 않았다.
★★☆ (2.4/5.0)
Good : 염소들의 대환장 파티, 묠니르, 스톰 브레이커의 썸
Caution : 영화는 MCU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 토르 역의 크리스 햄스워스는 극장판이 너무 편집이 많이 되어서 <감독판>으로 개봉을 원한다고 인터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