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행 비행기가 테러범에게 공격당하면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에 한재림 감독은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두려워하고 나약해지며 남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같은 재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소수의) 위대한 희생보다 (모두의) 사소한 인간성 회복 덕분이다. 영화를 통해 그 점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사회드라마에 집중한다. 3부 구성으로 지상, 기내, 정부의 대처로 세 방향에서 다각도로 조명한다.
1. 부산행 비행기 버전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테러범
1부는 재난을 다큐멘터리처럼 다룬다. 범인을 일찍이 드러내고, 생화학 테러로 인한 혼란을 사실적으로 다룬다. 관객이 목격자의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 재난의 당사자의 고통, 무력감, 피로, 공포를 온전히 전달한다. 테러범을 제압하는 상황을 지상과 기내, 정부 간의 교신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혼란한 기내 상황에 더해 재난 앞에 선 피해자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가 촘촘하게 입혀져 입체적으로 몰입시킨다.
장르적 쾌감이 상당하며,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도 상당하다. 실제 비행기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360° 회전하는 초대형 비행기 세트가 실감 난다. 또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게 다루기 위해 핸드헬드 카메라로 피사체와 멀리 떨어져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옛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필름 질감을 일부러 사용해 사실감을 더했다.
2. 재난에 대처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
비행공포증에도 딸을 지키려는 아빠
<비상선언>은 후반부에 분위기가 전환된다. 빌런과의 대결보다 테러 이후에 집중한다. 2부는 각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캐릭터 간의 갈등과 심리적 갈등에 비중을 둠으로써 사회성 짙은 군상극으로써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3부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관객에게 묻는다.
‘제한된 공간 속 호흡기로 감염되는 생화학(바이러스) 테러’를 대처하는 등장인물들의 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에게 강력한 공감대를 선사한다. 그들의 선택과 감정에 집중하면 할수록 한국인이라면 잊을 수 없는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의 의도는 한국 사회의 재난 대처에 대한 고찰이었던 것이다. 한 감독은 “10년 전 영화를 기획했을 땐 (영화 보며 떠올릴 만한) 실제 재난이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라며 “특정 재난을 떠올리기보다 재난 자체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더 큰 함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탑승한 비행기 테러범을 쫓는 형사와 국토부 장관
민족주의를 건드리기도 하고,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일침 같기도 하고, 갑질 등 사회비판적 요소를 여럿 다루지만, 피상적으로 치닫는다. 50분이라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서브플롯들을 설득력 있게 전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만족적인 반전들로 인해 피로감이 쌓인다. 이야기를 뒤틀어 스릴이나 박진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군더더기가 많은 플롯이 개연성을 파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2.0/5.0)
Good : 마치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체험을 안겨준다.
Caution : 도돌이표같이 끝날 뜻 끝나지 않는 클라이맥스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