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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07. 2022

헌트^인상적인 데뷔작

《Hunt·2022》노 스포일러 후기

《헌트》는 이정재가 처음으로 감독과 극본을 잡은 작품이다. 절친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 


1.알아두면 좋을 시대적 배경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1983)

영화는 1983년 국가안전기획부가 배경이다. 1979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말미암아 모든 정부 부처에 정치적 혼란과 상호 간의 불신을 남겼다. 전두환은 중앙정보부를 안전기획부(안기부)로 개편하고, 국내외 정보 수집을 독점하고 대공수사권까지 부여하여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전두환은 안기부를 통해 검찰, 재벌, 언론, 대학, 노조 등을 사찰하는 한편, 남산 청사의 국내 정보부와 이문동(석관동) 청사의 해외 정보부끼리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김근태 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간첩조작 사건 등으로 정권유지에 더 기여한 남산 출신을 우대하여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깔고 조직 내 숨어든 남파간첩 ‘동림’을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물이다.


2.내가 감독이 될 상인가?

이정재 감독은 131분 동안 시대적 배경을 압축적으로 다루며 영화의 리듬감을 타이트하게 잡아간다. 영화가 느슨할 순간에 새로운 반전을 도입하거나, 신 캐릭터 혹은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등장시켜 스릴을 유지한다. 연출 스타일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배창호처럼 암울했던 시대상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김성수처럼 차갑지만 남성적인 에너지로 질주한다. 그러면서 황동혁처럼 폭력적인 내용을 생생하고 불편하게 묘사하지만 동시에 절제가 되어있다. 


그러나 이정재와 조승희가 함께 쓴 시나리오는 완급조절이나 응집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웅평 대위 귀순(1983), 대통령 측근 비리인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1982)’, 5.18 광주 민주화운동(1980) 등 실제 사건을 가상의 인물과 엮다 보니 이야기가 복잡해지는데 왜 그렇게 엮는지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주인공의 심리전은 점묘법으로 그린 것 처럼 느껴진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개연성 있게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독재정권 내부의 권력투쟁과 남북미일간의 방대한 서사를 쌓아가는 화법 역시 불친절하다. 


반대로 현대사를 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5공화국의 사건들을 플롯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구성했으며, 역사적 의의와 작품의 주제를 조화롭게 구성했다. 특히 역사적 균형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전두환 정권의 5.18 참극, 측근들의 부정축재, 안기부가 마음만 먹으면 수사형식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간첩조작이 등장하고,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을 적대국으로 나온다. 운동권 대학생의 치기 어린 모습으로 그리나, 안기부나 정부관료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부패한 공권력으로 묘사한다. CIA 동아시아 지부장은 인권 탄압을 인지하지만 자신들이 구상한 동아시아 세력 안정을 위해 독재정권을 지지한다. 


또한 커다란 보상이 기다린다. 이정재, 정우성은 온갖 종류의 액션을 펼쳐 보인다. <부산행>의 허명행 무술감독의 ‘꼼꼼한 액션 연출’로 완성된 역동적인 장면이 연달아 폭발한다. 또 특별출연한 주지훈, 김남길, 박성웅, 조우진, 황정민, 정만식, 유재명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 (3.5/5.0) 


Good : 내가 감독이 될 상인가

Caution : 복잡한 듯 엉성한 빌드업


▶주관적인 올여름 대작 Big4 순위는 헌트>한산>외계인>비상선언 순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원래 제목은 <남산>이었는데 이정재가 인천상륙작전 출연 당시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이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정재가 영화화 판권을 사서 홀로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관심을 보였으나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돌고 돌아 한재림과 정우성, 하정우와 작업할 뻔 했으나 잘 안됐다고 한다. 


결국 이정재가 연출과 극본, 출연을 모두 맡아 4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정우성은  영화에 무려 4번이나 출연을 고사했다고 한다. 이정재는 4년간 시나리오를 고쳐쓰면서 문제점을 끊임없이 수정한 결과, 정우성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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