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충무로가 달라졌다. 스페이스 오페라, 판타지에 이어 뮤지컬에 도전한다. 리얼리즘 계열에서 벗어나는 한국 영화의 변화가 대단히 반갑다.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이 <극한직업>과 <완벽한 타인>의 배세영 작가의 시나리오를 읽고서 제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세연(염정아)’은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남편 진봉(류승룡)에게 요구한다.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가는 곳곳마다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 소중한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는 로드무비 형식을 빌렸다. 그러면서도 첫사랑을 향한 로맨틱한 분위기와 더불어 기성곡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장르를 표방한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행이다>, <빨래>,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솔로 예찬>, <애수>,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에코브릿지&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등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K-POP을 통해 단순한 스토리를 보완한다.
장르 영화는 우리 생각보다 만들기 어렵다. 예술영화는 자신만의 문법체계를 쌓아올려야 해서 더 어렵지만 말이다. 클리셰는 일종의 테크 트리다. 장르라는 게임을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기술 계통도이다. 어느 테크 트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전개가 크게 달라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클리셰를 갖고 노는 것은 웬만한 장르적 교양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쉽게 운용하거나 배치하기 어렵다.
<인생은 아름다워>을 살펴보자! 기성곡을 써서 대중적 호소력을 노리겠다는 포석이겠지만, 편곡과 음향에서 굉장히 함량 미달이었다. 충무로에서 뮤지컬이 안 먹히고 영화 주제가가 드문 것은 영상에 비해 음악을 열등하게 취급하는 차별에서 비롯된다. 한국 영화가 대사가 안 들리는 것도 자원배분, 즉 예산편성에서 음악이 언제나 후순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뮤지컬 영화에서 음악을 우선시하지 않은 까닭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장면과 선곡을 조화롭게 배치해야 하는 뮤지컬 장르의 기본 원칙을 과감히 위배한다. 가사만 보고 선곡한 것이 극의 상황에 어울리지 못한다. 이러한 노래와 서사를 분리한 연출은 호불호가 나뉠 것이다. 배우들의 가창력을 고려해 독창을 줄인 점은 그나마 칭찬할 점이다.
안무 측면을 살펴보자, <스트릿 우먼 파이터> 같은 댄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음악과 안무에 대단한 식견을 갖고 있다. 아이돌 시스템이 가요시장을 독점해서 장르적 교양이 좁아서 그렇지 안목이나 취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레트로, 복고를 내세웠다 해도 군무는 K-아이돌에 익숙한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나마 독무는 군무보다는 나았다.
뮤지컬 외에 신파극과 로맨틱 코미디를 짚어보자! 신파극은 중년 여성을 위로한다는 명목하에 세연의 희생을 미화한다. 그게 지나쳐서 식모살이로 받아질 구석이 제법 된다. 그렇게 기를 못 펴고 살다가 갑자기 첫사랑을 찾겠다고 당당하게 남편을 리드하는 감정의 변화가 부자연스럽다. 그나마 염정아의 연기로 매끄러워졌을 뿐 캐릭터 설계가 좀 어설프다. 단순히 남편이 못되서 그녀가 왜 첫사랑을 다시 보길 원하는 설정은 진부했다. 남편 진봉 역시 너무 편의적이라 류승룡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아니었으면 캐릭터가 붕 떠버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특정장면을 위해 아내를 모질게 구는 진봉의 모습은 아무리봐도 비호감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고, 비현실적인 반응과 대사가 종종 튀어나오는 바람에 영화가 내세우는 로맨틱한 기운들이 그리 살지 못한다. 유명한 노래라서 복고적인 정취를 살릴 뿐 두 사람의 연애 시설은 소소한 웃음을 줄 뿐 풋풋한 옛 감성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은 귀중한 교훈을 남긴다. 앞으로도 뮤지컬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소중하다.진심으로 K-뮤지컬 영화를 응원한다.
★★☆ (2.7/5.0)
Good : 노래·웃음·눈물 다 있는 종합선물세트
Caution :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는 톤 앤 매너(통일성)
■외국 영화의 이름을 그대로 썼는데, 감독 본인도 이를 알고 있고, 또한 그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좋은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맞을지 고민하다가, 이 영화도 이 제목을 써도 될 것 같다고 판단해 그대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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