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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5. 2022

영화 리멤버*친일청산 복수극

《Remember·2022》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식민사관 논란을 보면 시의적절한 개봉이다. 《리멤버》는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이 <검사외전>, <보안관>, <돈>을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다시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연출작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최고령 최장수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며 20대 청년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핵인싸’ 할아버지 ‘필주(이성민)’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 평생을 준비한 복수를 감행한다. 아르바이트 동기인 ‘인규(남주혁)’에게 일주일간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 달라 부탁한다. 


<1> 가해자가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면?

80대 필주와 20대 인규가 함께 친일파를 처단해나가는 과정은 거침이 없다. 용의주도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진행상의 고구마를 일체 배제한다. 친일파를 척결하려는 주인공의 사연이 처절하다. 비록 드라마를 성실히 쌓지 않지만, 소재의 폭발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주를 프레디, 창씨 개명한 일본식 이름을 혼용한 것이나 빨강색 스포츠카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광경에서 감독이 너무 쉽게 가려고만 한다. 특히 친일파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관념적이고 평면적이다. 대를 이어 승승장구하는 토착왜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재벌회장 정백진(송영창), 식민사관을 옹호하는 교수 양성익(문창길), 자위대 퇴역 장성인 토조 히사시(박병호), 전직 육군참모총장 김치덕(박근형) 등이 너무 쉽게 과오를 인정한다. 기껏 반전을 매설해놓아도 그 효과는 미지수다.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한을 스크린에서 카타르시스를 안기기에는 상황이나 설명을 장황한 대사로 브리핑한다. 특히 인규 캐릭터의 활용이 안타까웠다. 이 부분은 3장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하겠다. 


장점도 분명히 있다. 이성민은 제 몫을 해낸다. 80대 알츠하이머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발성, 자세, 걸음걸이, 동작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연기한다. 단선적인 악역임에도 박근형의 무게감은 묵직했다. 



<2> 현대사가 중요한 까닭은? 

《리멤버》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광복 77주년에도 토착왜구가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이유는 우리가 현대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상징하는 인규는 MZ세대가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선 가운데 하나를 은유한다. 반지성주의에 빠져 옛날에 일어난 일로 가볍게 치부하거나 외면하는 청년세대의 쿨함에, 현재진행형인 일제의 잔재나 여전히 생존해 계시는 역사의 피해자를 위로하고자 영화가 마련한 캐릭터이다. 


필주가 겪은 아픈 '과거'를 인규라는 '미래'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인규가 내뱉는 대사들은 일차원적이고 전형적일 수 있지만, 지금 포털에 올라오는 뉴스기사나 댓글에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아픔을 복수를 위한 동기로만 소모한 점은 아쉬우나 친일청산 문제를 한번쯤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싶다.


★★☆ (2.5/5.0)


Good : 친일파 처단은 못 참지

Caution : 감정적이고 평면적인 대사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15)>의 리메이크다. 원작에선 홀로코스트에서 가족을 잃고 살아가던 노인이 가해자를 처단하기로 결심하고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일형 감독은 “단순히 친일의 문제, 현재 사회에 남아있는 문제를 넘어서서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을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맥락이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이야기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됐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한필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사학자 중에 현대사를 연구하는 이는 소수이며, 사학과에서 현대사를 교과목으로 개설해 강의하는 대학조차 드물다. 우리 현대사를 기피하는 풍토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현대사는 현실의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사의 연구는 그와 연관된 개인이나 단체뿐 아니라 정치 권력자나 사회 지배계층의 내면이 부득이 거론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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