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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22. 2022

올해의 노래 2022 (下)

Best Songs Of 2022


#25 : 선미, 《열이 올라요》

https://youtu.be/vJvX9L6FCWI   

올해의 컨트리, 도입부의 코비쿠디의 컨트리 풍 기타연주부터 심상치 않다. 플리트우드 맥이 연상되는 소프트 록은 성장하는 뮤지션의 나이테를 판별한다. 수줍은 밴드 사운드로 여타 아이돌과 차별화를 두면서 야릇한 가사를 용맹하게 전달한다.     




#24 : 매기 로져스(Maggie Rogers), 《That's Where I Am》

https://youtu.be/WdrNXRdkuG4  

올해의 긍정,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하루를 시작한다며 시작의 환희를 다룬다. 이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90년대 후반의 정서를 되살리며, 2020년대 신스 팝 시장에 절대적인 신선함을 출시했다. 

 



#23 : 버나 보이 (Burna Boy), 《Last Last》

https://youtu.be/421w1j87fEM   

올해의 승전가, 남자는 안 다친다고 누가 그랬냐고 반문한다. 토니 브랙스턴의 2000년 히트곡"He Not Man Enough"의 애드립과 기타 리프를 따와서 거침없이 자신의 고통을 반긴다. (자신처럼) 실연당한 이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나이지리아 슈퍼스타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찾아온다며 상처 받은 소년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자고 응원한다.      




#22 : 닐뤼퍼 얀야(Nilüfer Yanya) - 《Midnight Sun》

https://youtu.be/Ax_tCstL-H4    

올해의 스릴러, 노래를 들어보면 《In Rainbows》의 방법론을 감지할 수 있다. 마이너 키로 시작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조를 바꾸는 변칙성, 아르페지오 기타 루프, 암호화된 가사, 빠른 킥 드럼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이다. 록이 가진 근본적인 강렬함이 (노래가 표현하고자하는) 정체불명의 심리적 위협을 무찌른다.     




#21 : 도치이(Doechii) & SZA, 《Persuasive》

https://youtu.be/ES9CqKPkdeU    

올해의 설득, 버락 오바마가 올해의 노래로 꼽을 만큼 부정할 수 없는 매력을 뽐낸다. 도이치와 SZA가 교대로 돌아가며 당신의 혼을 멍하게 빼놓으며 침대 위로 눕힌다. 청세포에 치명적인 유혹은 관능적인 70년대 R&B가 지금도 먹힌다는 것을 납득시킨다.    

 



#20 : 플로렌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 《King》

https://youtu.be/L62LtChAwww

올해의 사과, 삶과 가정을 꾸리는 일에 지친 그녀는 '어머니도 신부도 아닌 왕'이라며 스스로 보위에 오른다. 페미니스트답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희생을 거부하는 것 같지만 《King》은 꽤나 역설적이다. 왜냐하면 엄마로써 아이들에게 신경 써주지 못한 죄책감과 아내로써 남편을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을 절절하게 절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 :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Anti-Hero》

https://youtu.be/b1kbLwvqugk  

올해의 정체성, 정보화 사회에서 메타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인지 과정에 관한 인지 능력은 자신을 올바르게 알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그녀는 슈퍼스타라는 허울을 벗고 용감하게 자기혐오의 문을 열고서 ‘성찰’과 ‘반성’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는다. 그 선물을 전하면서 16년 동안 지켜봐준 팬들의 걱정어림을 달래준다.      




#18 : 에설 케인(Ethel Cain) - 《American Teenager》

https://youtu.be/9Ed_WWmFy9I  

올해의 신인, 현대 음악가들은 이제 더 이상 작곡가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방위적인 음향지식을 요구받는 이 시대에 걸맞게 24살의 싱어 송라이터는 전통적인 구조를 영리하게 회피한다. 반대로 가사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영향을 받아 모순적이다. 매우 의도적인 혼란은 노래를 예측불허로 긴장감을 드리운다. 그러면서 청교도적인 구원의 모티브를 멜로디에 심어놓는 치밀함까지 실로 여러모로 놀라운 신인이다.     




#17 : 퍼렐(Pharrell Williams) - 《Cash In Cash Out》

https://youtu.be/cKEwnhc8ItY     

올해의 콜라보, 퍼렐은 푸샤 티의 새 앨범 <It's Anmost Dry>을 작업을 끝내고 요새 잘 나가는 애들을 포섭한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21 새비지가 랩을 할 동안 퍼럴은 TR-808 루프4회전에 들어간다. 요리조리 돌릴 때마다 21이 음탕한 어조로 여러분의 마음을 교란한다. 그 틈에 타일러가 끼어들어 미친 존재감을 보이며 쇼를 장악한다. 




#16 : 알두스 하딩(Aldous Harding) - 《Fever》

https://youtu.be/gMA1kJ7Uc9s   

올해의 미스터리, 뉴질랜드 가수는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공개한다. 11일간의 연애에 관한 알리바이와 단서를 4분 17초 동안 꾸준히 던진다. 계속 듣게 만드는 궁금증에 피아노 그루브가 통통 튀며, 듣는 재미를 더한다.      




#15 :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The Heart Part 5》

https://youtu.be/h1Oj7VtRAlM  

올해의 폴리티컬 랩, 5집에 대한 최악의 담론 중 하나는 켄드릭이 더 이상 흑인문제의 대변인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과도한 스포트라이트에 지쳤다고 토로했을 뿐이다. 마빈 게이의 'I Want You'를 샘플링하며 O. J. 심슨, 카니예 웨스트, 윌 스미스, 코비 브라이언트, 닙시 허슬의 표상을 빌려 슈퍼히어로로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4 :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 《There’d Better Be A Mirrorball》

https://youtu.be/FY5CAz6S9kE    

올해의 낭만, 6집<Tranquity Base Hotel & Casino>부터 라운지 뮤직으로 넘어갔다. 이지 리스닝의 시대에서 ‘복고주의’라는 카드 자체가 변별력을 갖는다. 7집<The Car>에서는 다분히 60년대 팝, 50년대 재즈, 007 주제가가 연주되는 가면무도회를 개최한다. 간청하는 후렴구와 서정적인 현악 연주가 당신에게 왈츠를 추자고 손을 내민다.       




#13 : 야흐릿자 이 수 에센시아(Yahritza Y Su Esencia) - 《Soy El Unico》

https://youtu.be/4M__yS9pREA

올해의 밈(Meme), 야흐릿자 마르티네즈는 13살 때 동생 아르만도를 위해 곡을 썼다. 멕시코 이민 2세로 수성된 3인조 가족그룹은 부모님의 고향인 마초아칸 지역민요에 흠뻑 취해있었고, 아버지와 삼촌에게서 음악을 배웠다.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에는 천년 묵은 한(恨)이 담겨있다. 그 호소력이 숏폼 플랫폼을 통해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스포티파이에서 약 1억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12 : 사커 마미(Soccer Mommy), 《Shotgun》

https://youtu.be/I1xOoqD8jkI

올해의 러브송, 소피 앨리슨의 첫 앨범<Thomese, Forever>은 매우 정직하다. 아니 직설적이라고 소개해야할 것 같다. 이 곡은 상대에게 반한 감정의 여파를 산탄총에 빗대고 있다. 기타로 사정없이 킬러 후크를 연주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감정의 질감을 신시사이저로 생생하게 묘사하는 세심함에 그야말로 반해버렸다.     



#11 : 하디(Hardy), 《Jack》

https://youtu.be/uwtjL9UI4uQ  

올해의 이력서, 이모 랩(멈블 랩)이 약쟁이들의 자기자랑과 허세로 인기를 모았다면, 이 곡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모두 지닌다. 하디는 우리의 잘난 면모와 모자란 구석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즉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10 : (여자)아이들, 《Tomboy》

https://youtu.be/Jh4QFaPmdss 

올해의 팝 펑크, 선명한 베이스라인부터 남들과 다르다고 선전포고를 울린다. 2000년대 팝 펑크 공식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비속어까지 수입해왔다. 몸바톤, 레게톤, 뉴욕 드릴, EDM의 드롭 구간 등 해외 트렌드에 집착하는, 천편일률적인 걸그룹 시장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획득하게 된다.     




#9 : 아이브, 《LOVE DIVE》

https://youtu.be/Y8JFxS1HlDo  

올해의 노래, 남돌이 세계 정복을 하다가 정체성을 잃은 공백기에 여돌은 본진부터 확고히 다진다. 그동안 ‘발랄·깜찍·귀욤’이 대세였던 3세대 걸그룹과 다르게 다크한 공포스릴러를 가미한 것이 흥행의 비결이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교차하는 사운드 스토리텔링은 누구나 흡입하는 마력을 선사한다.      




#8 : 비욘세(Beyoncé), 《Alien Superstar》

https://youtu.be/e_aT9pAGQo8

올해의 캐릭터, 팝스타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애디튜드(attitude)’다. 비욘세는 ‘유니크’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을 외계인 슈퍼스타라고 지칭한다. 그녀의 5집은 온통 과거의 유산들, 샘플링과 레퍼런스, 오마주로 가득하지만 비욘세의, 비욘세에 의한, 비욘세를 위한 음반이기에 올해의 앨범에 꼽히는 것이다.      


앞으로 K-POP 아이돌이 세계 시장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왜냐하면, 팝 스타는 자신의 정신, 개성, 사고방식을 파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7 :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 《Somewhere Near Marseilles》

https://youtu.be/B-ekrqGuWTc

올해의 EDM, 올해의 대곡은 펜데믹의 종식을 자유로운 항구도시에 비유한다. 인간끼리의 교류가 재개되기를 염원하는 애시드 하우스는 역동적인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뉴턴의 제 3법칙이 곡 전체에 휘감은 것처럼 12분 동안 청각을 붙들어 놓는다. 지중해성 기후가 연상되는 나른한 분위기에 프렌치 커넥션(마약 밀수 경로)에 걸맞은 중독성을 잔뜩 실어놓았다.     




#6 : 글로릴라와 히트키드(Glorilla & Hitkidd) - 《FNF (Let's Go)》 

https://youtu.be/ww6ykF2ktaI  

올해의 이별가, 남자랑 헤어지고 나서 남는 것은 친구밖에 없다고 멤피스 출신 래퍼 글로릴라와 프로듀서 히트키드는 외친다. 남부 힙합의 전통에 충실한 그녀들의 한탄은 갱스터 랩이 놓치고 있는 블루 오션을 개척한다.      




#5 : 예예예스(Yeah Yeah Yeahs) -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 

https://youtu.be/ckM_TklU_AQ   

올해의 저항가요, 9년 만에 돌아온 새 앨범《Cool It Down》의 첫 싱글은 의미심장하다. 기후위기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는 슈게이징부터 현대 영화음악까지 집대성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위협에 분노하고 항거할 것을 촉구한다. 유일한 대안이라고 소리 높여 부른다.     




#4 : 크러쉬 - 《Rush Hour Ft. 제이홉》

https://youtu.be/PS0qkO5qty0   

올해의 흥, 신스웨이브 유행이후 펑크(Funk) 리바이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빌드 업을 따라 가다보면 80년대의 풍족함과 90년대의 여유와 만날 수 있다. 틱톡 챌린지를 통해 흥겨운 그루브로 온 세상에 전염시킨다.     




#3 :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 - 《Bad Habit》

https://youtu.be/VF-FGf_ZZiI    

올해의 대안, R&B·록·힙합 차트에 이어 팝 차트마저 정상에 오른 이상한 노래가 있다. R&B도 아니고 록도 아니고, 랩도 아닌 이 곡은 얼터너티브 R&B 역사상 최초의 넘버 원 히트로 기록되었다. 원래 소울 밴드 <디 인터넷>의 기타리스트였던 레이시는 프로그램으로 비트를 찍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연주한다. 오늘날 뮤지션들은 작·편곡, 기악, 음향을 혼자서 뚝딱 만들어낸다. 그런데 스티브는 밴드 활동, 세션 등 협업을 통해 여럿이서 함께 음악을 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한 경험이 모이고 모여 보편적인 호소력을 창조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2 : 실리카겔 - 《NO PAIN》 

https://youtu.be/JaIMSzE5yLA     

올해의 해방, 소리의 층을 쌓아가다가 무너뜨리는 방식을 통해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무엇보다 뮤직비디오에 표현되어 있지만 직장인을 위로하는 노래로 들려서 더 짜릿했다.     




#1 : 한로로 - 《입춘》

https://youtu.be/kIiW3XRP7bU   

올해의 청춘예찬,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은 K-POP에 없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못하는 데 차트에 오른 히트곡들은 하나같이 자본주의 미소만 짓고 있다. 연습생들은 기획사에 제작해주는 감성을 열심히 연습한다. 그들이 피땀눈물을 흘려 스타가 되어도 정산이 언제 이뤄질지 몰라 동동거린다. 그렇게 노동착취가 합리화되는 불공정한 시스템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아이돌을 포함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지 않는다. 유튜브나 커뮤니티에 무지성으로 휩쓸려 버린다. 우리 수출품이 전부 노동가치로 제조되었음에도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동조차 응원하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누가 쟁취했다고 생각하는가? 그 결과, 압박면접이니 스펙경쟁이니 뭐니 하며 취업준비생들만 고생한다. 아무도 자본가와 기업에게 정당한가라고 따지지 않는다.    

  

《입춘》을 처음 들었을 때, 막막했던 가슴이 뻥 뚫렸다.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가수 본인에게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말로는 표현하기 불가능한 여러 감정이 음악에서 채굴된다. 보편적인 청춘에 담긴 무도함과 불안함이 포착된다. 《입춘》을 들으며 우리의 열망과 기량을 마음껏 펼칠 따뜻한 봄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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