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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03. 2018

영화 '도어락' 후기_용두사미

도어락 (Door Lock·2018)

[줄거리]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경민은 원룸의 도어락 덮개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불안한 마음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해보지만 

그날 밤, 잠들기 전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 

'삐-삐-삐-삐- 잘못 누르셨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인 경민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들은 경민의 잦은 신고를 귀찮아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얼마 뒤, 경민의 원룸에서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자신도 안전하지 않음을 직감한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쫓게 되는데..! 

열려 있는 도어락 덮개, 지문으로 뒤덮인 키패드, 현관 앞 담배꽁초 

혼자 사는 원룸, 이곳에 누군가 숨어있다!






영화 '도어락' 후기_용두사미

[도어락]은 봉천동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괴한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이는 범죄자 시선으로 진행되는 원작인 '곤히 주무세요/슬립타이트 (MIENTRAS DUERMES·2011)'을 정면으로 배치된다. 원작에서는 범죄자의 심리묘사를 따라가지만, [도어락]은 피해자 경민(공효진)이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공효진 자신도 영화처럼 도어락에 대한 일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남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 적이 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얼른 사과하고 돌아섰다 “라면서 ”휴대폰에 정신 팔려 남의 집 문을 두드리고,

 ‘엄마, 나 왔어!’라고 크게 소리친 적도 있다 “라고 말했다. 


그녀의 인터뷰처럼, [도어락]은 평범한 혼집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실생활과 밀접한 호러/스릴러다.

그런 만큼 타깃이 명확하다.  혼영, 혼밥, 혼여, 혼거 등등에 익숙한 혼족들에겐 '남 얘기 같지 않다'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층수 누르는 데 주저하거나, 도어락 덮개가 위로 올라가 있을 때 엄습하는 장면에서 소름 돋는다. [도어락]은 혼족(혼집러)의 고독을 정확히 노린다. 그리고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을 '공포의 진원지'로 설정했다. 그래서 극초반부는 '누군가 나의 공간을 칩입하려 한다'라는 단일 명제에 충실하다. 밖에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혼자 살거나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싸해질 수밖에 없으리라 예상된다.


이런 호러문법이 피부에 와 닿았은 이유는 현실감 돋는 설정 덕분이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침대와 통하는 방구조,  좁디좁은 원룸, 주인공의 허름한 옷차림 등은 쥐꼬리만 한 월급에 의존하는 2030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설정이 와 닿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다소 피해 재현은 판타지스럽지만, 영화적 허용이라 여긴다면 볼만하다. 

그렇지만, 가택침입 스릴러답게 서스펜스가 효과적이었는가? 범인의 정체를 몰랐던 초반부는 범인의 동기, 범행 수단까지 미스터리였기에 주인공도, 경찰도, 어리둥절할수록 쫄깃쫄깃한 공포감이 배가됐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비슷한 영화 [숨바꼭질 2013]의 전철을 답습한다


한편, 공효진은 단독 주연으로써 영화를 리드한다. 비명을 많이 지르긴 하지만, 공포감도 입체적으로 훌륭히 표현한다. 자기도 모르게 욕을 뱉기도 하고, 벌벌 떨기도 하고,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하면서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호러 연기를 펼친다. 


그렇지만, 그녀의 캐릭터 경민은 뭔가 이상하다. 결벽증을 지닌 완벽주의자 같기도 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하나 못하는 순둥이였다가 어느 순간 굉장히 예민한 감각으로 범인을 추적하고, 종국에는 범인과 맞서기까지 편의대로 성격이 오락가락한다. 불의를 참지 않는 효주 (김예원)이 열심히 도와준다고 하지만, '영화적 장치'라고 간주할 부분이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에다 주인공이 범인과 싸울 동기는 인정하지만, 그렇게까지 자극적으로 잔인하게 했어야 했나 싶다.

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범인에 관한 알리바이가 너무 허술해서, 두뇌싸움 자체가 밍밍하고 싱거워서다.


앞서말한바처럼 스릴러치고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즉, 납득이 어려운 점이 두 가지점도 있다. 첫째, 감독이 말하고 싶은 주제는 알겠다. 우리는 혼술, 혼밥, 혼집러, 등 어느새 개인단위로 살아가고 있다.  괴한에 습격을 당해도 피해자를 의심하는 경찰, 아무도 주인공을 도와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처럼 타인에게 무관심한 것도 맞다. 그렇지만, 찰에게 비웃음 당하는 부분과 홀로 사는 여자가 경험하는 공포를 과하게 전시한다고 느껴진다. 어파치 '수사' 란건 사후약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 대헌장(1215)이래로 '인신 보호 영장 제도'가 제정된 연유도 그러하다. 예방 형태로 수사가 진행되던 독재 시절을 떠올려봐라! 그런 법철학의 취지를 감독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아 아쉽다.


둘째,  [도어락]에 나오는 남성들은 스토커 아니면 사이코패스, 편견 쩌는 경찰 같은 민폐 캐릭터뿐이다. 남성캐릭터를 버린 연출이 과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  (2.4/5.0) 


Good : 싸한 현실공포

Caution : 원작이 나아요!


●이형사(김성오)를 무능하게 그린 것에 관해 이현 감독도 경찰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최대한 주인공의 시점으로 영화를 진행하려고 했기에 경찰이 범인을 잡기위해 감시도 붙이고 

열심히 쫓고 있었을 것이지만 영화상으로 보이지 않게 설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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