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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7. 2023

데이비드 핀처 영화추천 TOP 12

David Fincher Movies

데이비드 핀처는 소개가 필요 없다. 30년 동안 최고 수준의 필름 메이커로 업계에서 인정받았다. 완벽주의자로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퀄리티를 요구한다.

핀처는 1952년 덴버에서 태어났다. 18세에 할리우드에 뛰어들어 1981년부터 1983년까지 특수 효과 회사 ILM에서 일하며,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의 미니어처와 시각효과에도 참여했다. 한때 <스타워즈>의 다른 감독을 거명했을 때, 핀처의 이름이 오른 것은 그런 이유다. 84년에는 볼프강 페터슨의 <네버 엔딩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등에서 매트 촬영 스탭으로도 일했다.


특수효과 부서에 주로 일하던 핀처는 80년대 후반 광고와 뮤직비디오 업계에 들어간다. 나이키, 코카 콜라,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펩시, 리바이스, 샤넬 등의 광고와 마돈나, 스팅, 롤링스톤스, 마이클 잭슨, 에어로스미스, 조지 마이클, 이기 팝, 월플라워스 등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뮤직비디오는 스토리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여서 지금도 만들고 있다.


그는 스스로, “나에겐 결코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악마가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 악마성으로 핀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확고한 작가로 성장했다. 그의 영화들은 시대정신을 완벽하게 포착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이미지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는 감각의 새로운 영역을 자극하고 확장한다. 


 



#12 : 에이리언 3 (ALIEN³·1992)

핀처가 <에이리언 3>을 언급하는 것을 자주 듣지 못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9세의 뮤직비디오 거장은 빈센트 워드가 떠난 후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제작자는 그에게 완성된 대본도 주지 않고 촬영을 무리하게 강행시켰다. 스튜디오의 지나친 간섭에 지친 그는 후반 작업 도중에 스스로 떠났다.


그 결과물이 정말로 재앙인가? 완벽하지 않지만 우주의 중세 수도원을 무대 삼은 종교 서사시다. 지옥에서 온 사탄에게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동안 신은 무엇을 하느냐고 따진다. 리플리는 일종의 메시아로 황량한 감옥 행성 피오리나 161에 걸맞은 절망적인 펑크 록을 연주한다. 그리고 3편이 뉴트와 힉스에게 한 짓은 여전히 용서를 구해야겠지만 말이다.




#11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2008)

아카데미 미술·시각효과·분장상 

F. 스콧 피츠제랄드의 단편을 통해 오스카의 한을 풀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하여 13개 부분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 레이스를 노린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이야기하면 <벤자민 버튼>은 벤자민(브래드 피트)과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의 로맨스를 중심에 놓는다. 두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던 서로의 시간이 만날 때까지 몇 번을 아쉽게 스쳐 지난다.


세월이 흐를수록 어려지는 남자와 늙어가는 여성 사이의 비극을 전통적인 멜로드라마로 각색했다. 핀처는 유려한 영상미를 과시하지만, 유한한 삶의 가치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한다. 그래도 파편화된 원작을 정갈하게 각색한 에릭 로스의 극본은 칭찬해주고 싶다.




#10 :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2011)

아카데미 편집상

핀처는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과 2009년 스웨덴영화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한다. 주요 스토리라인을 다루는 핀처의 외과적 정밀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흥행 부진으로 3부작 기획은 좌초되었지만,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분 후보에 오를 정도로 비평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대니얼 크레이그와 루니 마라는 자신들의 포스를 뿜어내고, 핀처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로 한껏 기교를 뽐낸다.




#9 : 패닉 룸 (Panic Room·2002)

<패닉 룸>은 가장 야심이 적은 프로젝트다. 그래서 세련된 장르영화의 순수한 오락을 제공한다. 딸을 지키려는 한 엄마와 침입자 세 남자가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치 양보 없이 싸운다는 단순한 전제를 최대한 활용한다. 


히치콕이 완성한 문법을 따르면서도 핀처는 서스펜스와 스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 빈틈없는 플롯이 만드는 긴장감을 계속 가동한다.




#8 : 더 게임 (The Game·1997)

은행가 니콜라스(마이클 더글러스)가 소원해진 동생(숀 펜)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게임에 참가한다. 진짜로 위협하는 음모인지 아니면 일상을 자극하는 게임인지 모호하다. 


그 진위여부에 당혹스러워하기 때문에 편집증과 불확실성이 증대된다. 이렇게 핀처는 매번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정보를 재차 검토하게 만든다. 결말에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진행방식을 지켜보면 냉소적이고 닫혀있던 마음을 조금씩 여는 주인공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7 : 맹크 (Mank·2020)

아카데미 촬영·미술상 

<시민 케인>의 각본가 허먼 J. 맹키위츠(별명 맹크)의 삶을 되돌아보는 전기영화가 핀처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버지인 잭 핀처가 1990년대 초에 쓴 시나리오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숨 막히는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 자신의 예술혼을 지키려고 발버둥 친 예술가를 추적한다.  영화는 타협의 산물이지만, 창작자로서 물러서지 않아야 할 지점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약탈적 성격에 대한 경고를 보낸다.


카메라는 일관되게 1930년대 할리우드(혹은 미국)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되묻는다.





#6 : 더 킬러 (The Killer·2023)

핀처는 히트맨 신화에 종막을 알린다. 다수를 지배하는 소수에 서고 싶었던 주인공이 신분 상승에 실패하는 이야기로, 봉준호식 삑사리의 미학으로 가득 차 있다.


핀처는 광적일 정도로 모든 스타일과 세부사항에 집착하며 6개의 챕터마다 모든 제작 형식을 바꾼다. 소품으로 서스펜스를 일으키고, 음악에도 원근감을 적용한다. 청부살인업자의 삶, 직업윤리, 가치관을 관찰하면서 영화가 축조한 '킬러'라는 거대석상을 무너뜨린다. 그 폐허 속에서 쾌감이나 오락성이 제거된 순수한 '형식미(장르성)'를 발굴한다. 




#5 : 나를 찾아줘 (Gone Girl·2014)

모든 핀처 영화는 어느 정도 사회적 모순을 기소하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리트머스 검사로써 우리에게 필요한 경종을 울린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우리가 스릴러 장르에서 기대했던 모든 함정과 비유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히치콕적인 테마를 범죄학적 관점보다 심리학적으로 분해한다.


부부생활에서 벌어지는 젠더 정치학 즉 권력 역학을 조사한다. 모든 징후가 그녀의 배우자를 가리키며 남편은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 핀처는 장면마다 능숙하게 우리 밑에서 양탄자를 끄집어내면서 등장인물의 진짜 동기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추측하게 한다. 


핀처는 <조디악>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중매체가 개인의 진위에 관계없이 여론을 얼마나 쉽게 쥐고 흔들고 여론을 성형하는지 다시 보여준다. 감독은 사실과 소문이 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여 새로운 루머를 양산하며 희생양을 사냥하는 광경을 명확한 내러티브로 연결한다. <나를 찾아줘>는 부부생활의 불만을 가족·이웃·대중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한 불안한 고찰로 전환된다.




#4 : 파이트 클럽 (Fight Club·1999)

핀처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분열적인 영화는 오늘날 통찰력 있는 현대문명에 관한 실랄한 풍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세븐>이 한 세대를 공유하는 재능을 발휘했다면, <파이트 클럽>은 한 시대의 결정적인 필름 메이커 중 하나로 우뚝 서게 한다. 


퍼즐 상자처럼 현대 사회에서 팍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탈출 심리를 통찰한 수많은 함의가 영화 곳곳에 깔려 있다. 핀처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렌즈를 통해 자본주의는 육체적 고통과 강박증적인 불안감으로 지탱된다고 경고하다. 강도 높은 근무환경에 적응해야 함과 동시에 과소비를 부추기는 괴리에서 발생한 현대인의 공허함을 정확히 타격한다.




#3 : 세븐 (Se7en·1995)

역사적인 범죄스릴러 <세븐>에 데이빗 핀처의 핵심이 담겨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운명론적 전망이다. 핀처가 연쇄 살인범, 은행가, 시나리오 작가 등 어느 누구를 다루든 간에 절망과 공포의 감각을 통해 우리에게 건강한 허무주의를 배양한다.


핀처는 MTV 스타일의 초기 경력을 네오 누아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7대 죄악에 근거한 시종일관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배경과 우중충한 날씨의 하드보일드한 도시 풍경이 일품이다. <세븐>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형사와 범죄자를 연결하는 피할 수 없는 유대감을 다룬다. 영화는 범인을 숨기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진정한 스릴은 주인공의 내면을 파괴시킬 악당의 흉폭한 계획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세븐>은 예술성과 상업성이 균형을 이루며 핀처가 단순한 뮤직비디오 감독 그 이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2 :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2010)

아카데미 각색·편집·음악상 

2010년대를 정의하는 영화 중 하나를 3위에 올리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5억 명의 팔로우를 얻고 몇 명의 친구를 잃은 사연이야말로 현재진행형인 시대정신이다. 이 작품보다 뛰어난 영화를 만든 핀처를 원망하시길 바란다. 


핀처와 각본가 아론 소킨은 'SNS'을 통해 인간끼리 관계를 맺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작성한다. 기업소송을 통해 라쇼몽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조정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소름 끼치는 점은 마크 주커버그는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 건 거의 없다. 그저 사회성이 부족하고 사회적 관계를 오로지 수학적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반복되는 패턴을 분석하여 체계화한 그의 경영방식은 확실히 비인간적이다. 동업자마저 짓밟아야지만 성공하는 환경 자체가 자본주의의 냉혹한 면이다.




#1 : 조디악 (Zodiac·2007)

범죄 스릴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 북부를 공포로 떨게 했던 미제 살인사건을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파장을 심층분석한다. 핀처는 사소한 세부사항까지 신중하게 연결하고, 수년에 걸친 사전조사를 토대로 연대순으로 기록한다.


핀처는 범죄자를 영웅시하거나 자극적인 살인 장면을 내세워 장르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조디악 때문에 희생해야 했던 사람들 이를테면, 삽화가(제이크 질렌할), 기자(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형사(마크 러팔로)의 시선으로 다각도로 조명한다. 수 십 년간 잡히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려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은, 그들의 노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견딜 수 없는 현실이다. 


<조디악>이 절절히 다가오는 이유는 관객인 우리가 이것이 과장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흑역사'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수사당국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절망, 범인을 찾지 못하는 사법당국의 강박관념이 서서히 침식하는 과정은 서스펜스의 불순물이 햠유되지 않은 순수한 현실의 무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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