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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2. 2023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추천 TOP 12

Hayao Miyazaki Movies Ranked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도에이 동화에 입사하여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하였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성의 비밀》과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으로 성공한 이후 다카하타 이사오와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여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등으로 월트 디즈니 사후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터이자 감독으로서 전 세계 관객과 시네필들을 매혹시켰다. 


미야자키는 본인이 설립한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시각적 향연을 제공하고, 놀라운 상상력으로 우리를 기쁘게 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하나둘 채워질 때마다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된 주제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생태주의, 원시공동체, 비행(), 소녀 주인공이 그것이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발견되는 이 소재들은 ‘미야자키 스타일’을 이루며 다른 감독의 작품과 구별해내는 차별점이 되었다.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영화 개봉을 축하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장편 영화 11편을 최악의 작품부터 최고의 작품까지 순위를 매기는 불가능한 작업에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모든 영화들은 순위에 상관없이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놀라운 예술성, 독창적인 스토리, 친근한 캐릭터로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가 전지구적인 찬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12 :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2013)

미야자키는 항공기, 항공 공학, 비행에 관한 애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로센의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1903~1982)의 전기를 뼈대로, 동시대 유명 작가 호리 다쓰오(1904~1953)의 자전적 소설을 끌어와 완성했다. 


미야자키는 평생 비행을 경외감으로 가득 찬 짜릿한 로망으로 표현해 왔으며, 수 십 년 동안 반복해 온 비행 시퀀스는 <바람이 분다>에서 그 절정에 맞는다. 주인공이 고민에 휩싸일 때마다 상상 속에서 이탈리아의 군용 정찰기 '기블리'를 설계한 이탈리아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카프로니 백작이 그를 응원한다. 동시에 비행기 설계에 대한 완벽함을 이완시킬 러브 스토리를 준비해놨다. 한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어떻게 외부의 목적을 위해 활용되는 이야기 속에서 미야자키가 자신의 창조적인 삶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전투기에 홀린 남자의 파멸을 그린 작품'이라는 토미노의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하필 왜 전투기를 삼았을까?', '민간 항공기는 안 되는 걸까?' 같은 근본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1 : 벼랑 위의 포뇨 (崖の上の ポニョ·2008)

미야자키는 ‘다섯 살짜리 아이도 이해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인어공주>를 재해석하면서 거의 17만 장의 셀화를 연필만을 사용해 표현했다. 지브리 특유의 사실적인 배경들은 생략하고 여백의 미를 발휘한다. 그림의 선들은 뭉뚱그려 부드러워졌다. 모든 것이 아이들의 눈이 따라갈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재단된다. 이 영화가 특별했던 것은 순수한 동심에 시점을 맞춘 이야기를 넘어 '바다'라는 부정형의 액체 상태에 관한 표현력 덕분이다. “물의 움직임이야말로 가장 환상적이면서도 익숙한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미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미야자키는 활공 연출로 유명하지만, <포뇨>를 통해 수중 장면을 만드는데도 능숙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미야자키에게 하늘이 동경의 대상이라면 물은 생명 그 자체다. 겉보기에는 아동 친화적 프로젝트로 보이지만, 부녀 관계를 매우 개성 있게 다뤘다. 또 인간과 바다의 관계(해양 오염과 바다 생태계의 보존), 노인과 아이에 대한 복지 등의 주제는 꽤 심오하다. 




#10 :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 の動く城·2004) 

원래 호소다 마모루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미야자키가 마무리지었다. 이 영화의 환상적인 스토리텔링은 반전주의자 마법사 하울과 마녀의 저주를 풀고 싶어 하는 방직공 소피의 두 가지 플롯이 섞여 있어 몰입이 살짝 어려울 수 있다. 미야자키는 역동적인 서사를 위해 캐릭터 빌드업의 페이스를 조절하고, 설정을 풀어내는 솜씨를 발휘한다. 원작의 목가적인 판타지는 옅어졌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역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반부에 어두워지면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색채가 짙어진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영화가 일본의 이라크 전쟁 참전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이 영화를 초청한 베니스 영화제의 마르코 뮐러는 "영화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전 성명서"라고 평했다.




#9 :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ルパン三世 カリオストロ の城·1979)

미야자키의 첫 작품은 카토 카즈히코의 원작을 모험 활극으로 각색했다. 연령과 나이,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을 제공한다. 스필버그가 극찬할 만큼 액션 시퀀스마다 웬만한 실사 영화가 부러워할 만큼 상상력이 풍부하다. 특히 자동차 추격전이 기막히다. 큰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미야자키 영화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환상적인 유럽 배경,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세계에 대한 낭만적인 묘사, 프랑스 그래픽노블 틴틴떠올리게 하는 모험과 007시리즈가 연상되는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픽사의 존 라세터에게 인생영화로 남아있다.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선입견을 깼다고 한다. 여자친구에게 청혼하기 전에 함께 감상하면서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인지를 판별했다고 한다.




#8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2023) 

아카데미·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

뻔뻔할 정도로 난해한 창작물〈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미야자키는 자신을 돌아보는 걸 택했다. 주인공 마히토의 눈을 통해 제목 즉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죽음과 저승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인간의 선한 부분 뿐 아니라 추악한 감정마저 보듬는다. 동시에 지브리 스튜디오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은 노장은 친구들에게 속죄와 죄의식, 반성을 건넨다. 그렇기에 쉽고 빠른, 자극 과잉 시대에 반하여 추상적인 관념의 이세계를 유영하도록 권하고 있다. 




#7 : 마녀 배달부 키키 (魔女の宅急便·1989)

<해리 포터>가 등장하기 10년 전, 마녀와 마법사에 대한 광풍이 불기 전의 담담한 성장 스토리는 당시 지브리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미야자키는 이 당시 <토토로>로 바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동료감독인 카타부치 수나오에게 넘겼다. 하지만, 각본 초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토토로>의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메가폰을 잡았고, 그 결과 다른 감독들이 만들 수 없는 영화가 탄생했다. 


마녀 수련생이 독립하게 되면서 자신을 믿고 불안감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남성 감독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 분비된다. 갈등은 내면적인지라 자신감을 스스로 되찾아가는 여정을 보다 보면 당신의 자존감을 끌어 올려준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빗자루의 비행 시퀀스다. 미야자키는 바람의 묘사, 활강의 움직임을 통해 인물들의 자유와 해방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비행을 통해  소년소녀들이 “하늘 위에서 자유로운 존재”로써 마음껏 꿈을 펼쳐라는 격려를 건넨다.





#6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 ナウシカ·1984)

포스트 아포칼립스 고전은,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가 걸어야 할 모든 복잡한 주제와 은유로 가득 차 있는 선구자로 간주된다. 미야자키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때 벌써 스팀펑크, 반전과 평화, 강렬한 여성 주인공, 비행 시퀀스 등 이후 그의 작품을 정의하는 정의하는 여러 가지 주제와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특히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고찰하고, 자연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태 철학을 담았다. 


산업문명이 몰락하고 천년 후, 바람계곡의 공주 나우시카가 기계문명으로 국가를 세우려는 트로메키아에 맞서는 내용이다. 자연과 대립되는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이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양산하고, 자연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존재로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과 공존 가능성을 상징하는 여자 주인공 나우시카에 의해 인류는 구원된다. 


미야자키는 환경문제나 전쟁이 기존의 남성중심 사회의 문제라고 보고, 평화를 상징하는 여전사를 상정한다. 나우시카는 평화를 지향하는 온순한 성품을 지녔지만, 아버지 지루왕의 죽음을 목도하고 분노에 차 토로메키아 병사들에게 돌진한다. 이러한 나우시카의 입체적인 성격은 현시점의 중요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5 : 붉은 돼지 (紅の豚·1992) 

미야자키는 본인을 위한 작품을 제작했다. <붉은 돼지>는 영화와 항공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 차 있다. 흥행을 고려하지 않고,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에 매진한다. 예를 들면 할리우드 황금기에 대한 향수, 용감한 모험, 하늘을 나는 비행의 모티브, 반파시즘, 성차별 반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지중해를 수려하게 묘사한 영상미, 인물 간의 미묘한 갈등이 촉발하는 사건들,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여운 짙은 결말 같이 미야자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 모든 사단을 초래한 전쟁이 경쾌한 모험 활극에 비극성을 부여한다. 고전적인 영웅담에 독특한 시각으로 주인공을 선역으로 그리지 않은 덕분에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주인공인 포르코 로소는 어떤 이유로 돼지가 되었는지 원인 불명이다.     





#4 :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1986)

미야자키의 세 번째 영화이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처녀작이다. 미야자키는 걸리버 여행기, 불교, 존 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를 한데 엮은 톨킨적 서사시다. 라퓨타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이자 문명을 재건하고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절대반지로 이상향과 인간의 탐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로봇, 잊힌 왕국, 마법, 비행선이 등장하는 스팀 펑크의 표준이기도 하다. 낡고 바랜 기계들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전쟁에 대한 경각심,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하는 의지이자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장치로 그려진다. 화려한 미학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특히 악당에서 아군으로 변하는 해적단의 모습은 영화의 핵심 텍스트로 이후 다른 영화들에 영향을 미쳤다.





#3 :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姫·1997) 

농경 이전의 조몬시대를 이상향으로 삼는 미야자키의 '숲 생태주의'를 내세운 <모노노케 히메>는 단순히 문명과 대립하는 존재로서의 자연으로 놓지 않고, 그 이전 하나였던 뿌리를 찾아가는 공존의 철학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신(神)은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자연을 두고 싸움을 벌인다. 성성이와 멧돼지들은 배타적이고 잔혹하며 자연을 차지하기 위해 냉정한 태도를 서슴지 않는 존재이다. 반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행위는 숲 전체의 재앙으로 되돌아오지만, 그 파괴행위의 목표가 모두가 평등하고 나병환자조차 배척하지 않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건설이라는 점에서 무턱대고 악으로 규정지을 수었다. 미야자키 작품 속 이상향은 대개 이처럼 소규모 원시공산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연을 파괴하며 신은 자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지키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입장 차는 서로에 대한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노력한 아시타카에 의해서 산은 인간과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고, 에보시도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더 나은 마을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 쌓이고 어느 정도 모였을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즉 세상의 모든 불화와 분쟁을 치유하는 길은 '관용'과 '배려'라고 일러준다.





#2 :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1988)

<이웃집 토토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아동영화이지만, 미야자키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성숙한 주제를 담고 있다. 생소한 것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지름길이라고 영화는 속삭이고 있다. 순수한 아이들이 숲 속의 정령들과 소통하며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린다.


인간이 숲에서 나와 씨앗을 뿌리기 이전의 원시세계. 미야자키는 애니미즘이 살아 숨 쉬는 그곳에서 일본의 기원과 가능성을 발견한다.





#1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2001)

미야자키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지혜를 전한다. 치히로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게임에 중독된 10살짜리 평범한 소녀로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기 위해 정령들을 고객으로 하는 신기한 온천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치히로는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영원히 갇히기 전에 영의 세계를 탐색하는 방법과 탈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그니처 아트워크와 진심 어린 스토리텔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하고 몰입감 넘치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결합한다.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나타난 강의 신, 본래의 터전을 잃고 유바바의 노예가 되어버린 하쿠의 이야기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다뤘다. 버블 붕괴를 교훈삼아 돼지가 되어버린 치히로의 부모, 탐욕스러운 부정과 부패의 신인 유바바를 통해 물신 풍조를 비판한다. 


미야자키는 '원래부터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내면에 잠들어있던 힘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라며 (타인의 도움을 받아) 잠재력을 꽃피우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성장 신화에 대한 안티테제이기 때문에 자아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치히로(千尋)는 유바바와 계약을 맺으며 이름이 한 글자 줄어들어 센(千)으로 불리게 된다. 센은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받은 카드를 통해 자신의 이름 치히로를 상기한다. 하쿠도 유바바의 제자가 된 뒤 자신의 이름과 출신을 망각한지 오래이다. 하쿠는 센 덕분에 자신의 이름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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