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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02. 2023

리바운드 후기 두 번째 기회

《Rebound·2023》

6년 만의 연출 복귀작 

농구에서 슛이 빗나가는 바람에, 바스켓에 맞고 튕겨 나온 볼을 다시 잡는 행위를 ‘리바운드’라고 일컫는다. 득점 실패를 염두에 둔 행위라는 점에서 영화의 주제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영화는 2012년 전국 고교 농구대회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초보 코치와 6명의 무명선수가 일을 저질렀다.     


주인공은 부원이 2명뿐이라 폐부 위기에 처한 부산 중앙고 농구부에 코치로 부임한 '강양현(안재홍)'이다.맨 먼저 한 일은 부족한 선수를 스카웃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터(인원)를 급조한 팀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었다. 장항준 감독은 6년 만에 영화를 만들면서 '재기'라는 키워드를 꺼낸다.


농구인 만이 알 수 있는 훈련방식을 담았다.

솔직히 영화의 전반전은 엉성했다. 새로 온 농구코치가 농구부를 개편하고,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줄거리는 <후지어(1986)>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후지어>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세부사항과 캐릭터였다. 고교 농구부에 간섭하는 교장, 학부모 그룹, 교육위원회의 폐해를 디테일하게 다뤘다. 반면에 《리바운드》는 명백히 이 점에서 실패했다. 농구부원 간의 갈등과 봉합, 상대팀과의 라이벌의식, 부상과 위기, 극복 같은 학원스포츠 영화의 공식이 등장했음에도 극적인 긴장을 높이지 못했다. 중학 시절부터 앙숙인 기범과 규혁을 화해시키는 에피소드에서 전사(백스토리)나 갈등이 명확하지 않다. 또 헝그리 정신을 앞세운 것은 열정페이 논쟁에 민감한 MZ세대에게 소구되기 어려워보였다. 


장항준 감독은 능청스럽게 유머를 풀어놓으며 스토리의 빈틈을 메워넣는다. 또한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기보다는 스스로와의 싸움으로 설정한 것이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했다. 좌절을 극복하는 재기담은 왠지 감독 본인의 처지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있게 다가왔다.


수적 열세를 전술로 뒤집는 점도 좋았다.

3인조 밴드 '펀(FUN)'의 'We Are Young‘이 흐르는 가운데, 대회 당시 부산 중앙고 선수들과의 디졸브 장면에서 전반의 실책을 만회한다. 몇몇 시합이 대사로 스킵되지만, 경기 장면만큼은 공을 많이 들였다. 11년 전의 경기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중앙고 체육관의 유리창을 너무 신식이라 일부러 낡은 것으로 교체할 정도로 리얼리티에 집착했다.


신발, 안경, 티셔츠, 당시 유행하던 스포츠용품 등을 일치시키고, 마치 경기장에 온 것 같은 현장감이 살아있다. 실제 선수 출신인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냈다고 한다. 특히 실제 농구경기 들릴 법한 효과음들이 생생했다. 또한 중계 장면에 조현일 해설위원과 박재민 캐스터가 출연하여 리얼리티를 높였다. 


경쟁사회를 축소시킨 스포츠경기

안재홍의 강양현 코치를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로 설정한 점은 좋았다. 그는 ‘슛이 안 들어가도 리바운드(노력) 잡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 선수들에게 마음 편히 잠재력을 펼칠 수 있게 격려한다. 리바운드를 'Second Chanc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솔직히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도전’이라는 낱말이 가진 리스크는 상당하다. 제목처럼 우리 모두에게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한다. 실수를 만회할 두 번째 기회를 붙잡으라고 감독의 깊은 뜻을 전달된다. 


《리바운드》가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현실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의 문턱을 넘는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노동조건이 열악한데도 청춘들에게 스펙 쌓기만을 강요하고 있다. 청춘들 또한 시스템과 자본에 분노하지 않으며, 같은 처지의 노동자끼리 연대하지 않고 분열되어 있다. 장항준 감독은 “엘리트 체육선수를 꿈꾸지만 이 대회가 자기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수많은 선수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위안과 공감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즉 영화를 통해 청춘들을 위로하고자하는 창작자의 배려가 필름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 (3.1/5.0) 


Good : 관객을 응원하는 감독의 해맑음

Caution :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함


넥슨이 시나리오를 보고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라서 투자했다고 한다.


 당시 대한농구협회장기에서 출전 선수 대표선서를 한 용산고 허훈(상무), 강상재 등 현역 선수를 발견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각본은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 <수리남>의 권성휘가 담당했다. 또 장항준 감독과 동문인 개그맨 김진수, 배우 박상면이 특별출연했다. 


■앤드 원, 풀 코트 프레스 등 농구용어를 자막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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