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2023》노 스포일러 리뷰
벤 애플렉이 감독하고 알렉스 콘베리가 각본을 쓴 《에어》은 언더 독의 반란을 그리고 있다. 오늘날의 나이키와 에어 조던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의아할 수 있겠지만, 1984년 나이키는 콘버스와 아디다스 같은 경쟁사에 뒤처진 후발 기업에 불과했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벤 애플렉)'는 영업 부진으로 자사의 농구화 담당 부서를 폐지를 고심했다. 업계 꼴찌를 벗어나고자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신인 선수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내세우자고 주장한다. 향후 농구의 전설이 될지 아무도 몰랐지만 바카로의 결단은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아니 스포츠 마케팅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이렇듯 가치를 발굴하는 기업 드라마로 진행된다. 콘버스와 아디다스 같은 경쟁사 역시 조던에게 접근했지만 계약을 따낼지 불투명했다. 맷 데이먼은 조던의 에이전트 '크리스 메시나(데이비드 포크)'와 어머니 '덜로리스 조던(비올라 데이비스)'와의 협상을 이어가고, 경영진에게 조던이 나이키의 미래라는 것을 설득해야 했다.
에어 조던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운동선수들이 의류회사와 함께 시그니처 브랜드(본인 이름을 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게 유행했는데, 에어 조던의 발끝이라도 근접한 브랜드는 없다. 오늘날 세계적인 운동선수로 인정받으려면 자기 이름을 내건 스포츠 용품이 나오는 것이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영화는 조던이 나이키와 계약을 맺기까지 과감한 경영전략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과정을 다루면서 누군가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줄 때 얻는 확신을 선사한다.
'에어 조던' 브랜드 설립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관객과 거리를 둔다. 건조한 진행에 윤기를 더한 것은 올드 팝이다. 1980년대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음악, 패션, 게임, 스포츠선수와 정치인 포스터, 자동차 등이 연이어 전시된다. 리얼리티에 집중한 결정들이 종종 과잉처럼 다가왔다. 반면에 <죠스>처럼 마이클 조던의 존재감을 배경처럼 활용한 선택은 영화의 성격에 알맞았다.
후발 업체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선수를 놓고 경쟁하는 언더 독 이야기다. 그 약자의 범주에는 벤 애플렉도 속한다. 그의 4번째 연출작 《리브 바이 나이트》이 비평과 흥행에서 실패하자 워너 브러더스는 차기 배트맨 영화 프로젝트에서 그를 배제시켰다. 급기야 DCEU의 부진이 계속되자 배트맨 역할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한다. 절치부심 끝에 친구 맷 데이먼과 제작사 Artists Equity를 설립하고 재기를 노린다. 그 첫 영화는 스트리밍 시대에 영화산업이 살아남는 비결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에어》는 영화제작에 관한 메타텍스트로 읽힌다.
《에어》는 요즘 영화들이 추구하는 화려한 CG, 그린스크린과 물량공세로 승부할 수 없는 부류의 소박한 영화다. 결국 훌륭한 공연, 강력한 대사, 80년대를 재현한 프로덕션 디자인, 작가의 독특한 관점 등 고전적인 영화제작 방법 뿐이다. 자본과 기술에서 블록버스터를 이길 수 없어 스트리밍 시장으로 내몰린 소규모 영화들의 처지가 《에어》의 이야기를 더 진실되게 만든다.
★★★☆ (3.7/5.0)
Good :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약자의 승리감
Caution : 조던을 다룰 수 없는 제한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마이클 조던은 영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벤 애플렉을 만나 제작 전에 덕담을 건넸다. 비올라 데이비스를 출연시킨 것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조던은 또한 에어 조던의 부사장이자 친구인 하워드 화이트를 영화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애플렉은 오래전부터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크리스 터커를 캐스팅했다.
■애플렉은 조던 분량을 제한한 것에 대해 그가 위대한 전설이기에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맡는 것이 이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조던 본인이 자신을 부각하는 것을 거부했을지 모른다. 조던은 아버지 제임스 조던이 엄격하게 가르친 이미지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영화에서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부각한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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