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쾌감을 필름에 담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방송처럼 스크린을 지켜보는 것과 본인이 직접 플레이할 때의 손맛은 천양지차다. 그래서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닌텐도는 마리오 세계관을 정성스럽게 필름에 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게임할 때처럼 설명은 간단하게 하고, 액션으로 전환될 때마다 활력을 공급하는 전략이다.
마리오 시리즈가 어차피 스토리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는 매우 예측 가능하다. 게임에서 특정한 사건들이 일어날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마리오와 피치가 왜 세상을 구하는지?' '쿠파가 왜 피치에게 구애하는지?'에 물음표를 던지면 안 된다. 영화는 게임처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개연성과 핍진성은 원작 게임의 캐릭터, 음악, 음향, 배경, 이스터 에그로 대체한다. 80년대 올드팝으로 게임보이를 갖고 놀던 그때를 소환한다.
세계관이나 액션 장면은 여러 영화나 동화에서 인용해서 친숙하다. 93분이라는 촉박한 러닝타임 내에 신속하게 진행된다. 구구절절 인물의 사연을 설명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파워업 아이템을 얻고, 신나게 카트 경주를 벌인다. 40년 동안 여러 세대가 즐기는 닌텐도 게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관객 여러분, 마리오 다 아시죠?
닌텐도가 관여한 팬서비스 측면은 훌륭하다. 그러나 일루미네이션이 제작한 애니메이션들에서 발견되는 결함을 노출한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는 좋으나 일루미네이션은 언제나 그렇듯 이를 뒷받침할 근거나 설명을 아낀다. 이렇게 되니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고 편의적이고, 캐릭터 개발에 소홀하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루이지(찰리 데이)'는 겁쟁이 설정 외에 두드러진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또 '피치 공주(안야 테일러조이)'는 원작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붙잡힌 히로인 역할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다. 이외의 캐릭터들은 역할이랄 것을 부여받지 못했다. 다시 말해, 유명한 IP에 기대어 창의적인 시도 혹은 원작을 모르는 팬들을 위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게임을 충실히 옮겼고, 보는 내내 즐겁다. 일루미네이션은 풍부한 볼거리와 신속한 전개, 동화 같은 스토리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내놓았다. 그러니 깊이 있는 캐릭터 개발이나 진지한 주제의식 같은 것은 바라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극장에 간 동안 동심을 즐기고 올 뿐이다.
★★★ (3.0/5.0)
Good : 원작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
Caution : 유치한 게 뭐가 나빠!
■쿠키는 2개이고, 둘 다 웃겨요!
■마리오 역의 크리스 프랫이 캐스팅되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원조 성우인 찰스 마티네이는 30년 가까이 마리오를 연기해 오며 특유의 이탈리아식 영어 악센트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인인가 그런지 프랫의 연기가 거슬리지 않았다. 그리고 잭 블랙이 맡은 쿠파는 정말 너무 찰졌다! 최상의 캐스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