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2023》영화 후기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은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영혼 없는 축구선수 ‘홍대(박서준)’과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그리고 생전 처음 공을 차보는 축알못 홈리스들이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과 그 대사를 주고받는 편집이 등장할 때는 <멜로의 체질>을 보는 것처럼 영화에 몰입됐다. 주연배우 박서준과 아이유가 홈리스들을 소개하는 화자로 역할을 줄임으로써 조연 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 틈새로 홈리스 캐릭터마다 대략적인 특징과 버릇을 각인시킨다. 마치 펩 과르디올라처럼 부분전술이 수립되어 있어 배우들 간에 겹치는 구간 없이 분량이 배분되어 있다.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따르되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어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오합지졸 축구단이 결성되고 연습과 훈련할 때까지는 잘 작동되었다. 그런데 홈리스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동기를 소개하는 과정부터 삐걱거린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홈리스들의 사연을 전달할 때마다 ‘선 코믹- 후 신파’ 공식이 연상된다. 그 이야기가 모이는 지점이 ‘언더독 드라마’라는 점은 예측할 수 있다.
이렇듯 전형적인 길을 걷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포츠영화들이 스포츠 그 자체에 공을 들인다. 그런데 <드림>은 이를 배반한다. 홈리스 월드컵 경기 장면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첫 출전팀답게 참가에 의의를 둔다. 홈리스 선수들이 조기축구회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너무 의식한 탓일까? 엔딩에서조차 실제 인물이나 당시 경기 장면이 등장하지 않고 자막으로 마무리한다.
기대효용이란 개인,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가 특정 상황에서 얻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 효용(심리적 만족)이다. 이병헌 감독과 박서준, 아이유라는 조합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바는 ‘스포츠 코미디’ 일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경기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았고, 사회적 메시지에 진지하게 접근하지도 않았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희화화하고 싶지 않아 코미디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익숙한 형식을 전복하는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지 않은 것은 ‘감동 신화’라는 득점을 노려서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무거운 소재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통쾌함을 줬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전반의 쿨함과 후반의 신파로 영화의 공수간격이 쪼개지지 않았을 것이다.
★★ (2.0/5.0)
Good : 신파를 신파답지 않게 표현하려는 유머
Caution : 전반엔 쿨하더니 후반엔 졌잘사로
■ ‘홈리스 월드컵‘란 축구를 통해 홈리스의 자립의지와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국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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