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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18. 2023

렌필드^착취와 나르시시즘의 관계

Renfield·2023 영화 후기

1.브람 스토커 소설의 새로운 재해석

<레고 무비>의 크리스 맥케이 감독과 <랙 앤 모티>의 작가 라이언 리들러는 560편의 영화와 TV 시리즈를 낳은 브람 스토커의 원작을 재탕할 생각이 없다. 소설 서문의 시종인 내레이터와 주인인 흡혈귀를 법률적으로 ‘사용자(고용주)와 사용인(근로자)’ 즉 노사관계로 재해석했다. 임금을 ‘불멸’과 ‘마력’으로 지급하고 종신고용을 요구하는 불공정한 근로계약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영화는 69 노동시간, 가스라이팅, 갑질 등 뉴스와 일맥상통한다.     


‘렌필드(니콜라스 홀트)’가 단순히 갑(甲)에게 착취당하는 을(乙)이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드라큘라 백작의 힘에 중독되어 단칼에 끊기도 어렵다. 월급쟁이가 적성에 맞지 않은 근무조건을 견디는 생활고에 비유한 셈이다. 영화는 영리하게 생계유지에 힘겨운 직장인을 추가한다. 경관인 ‘레베카 퀸시(아콰피나)’과 조직의 후계자 ‘테디 로보(벤 슈워츠)’다. 둘은 경찰과 마피아인지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다.


2.한국인이 스플래터 무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렌필드는 술집에서 레베카에게 반하게 되고, 썸을 타는 와중에 로보 조직과 얽히게 되면서 액션이 가미된다. 코믹 액션을 표방하고 있으나 사지절단이 난무하는 유혈사태와 대량학살이 벌어진다. 이때 감독에게 프리롤을 부여받은 드라큘라 백작이 등장한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짐 캐리 못지않은 과장된 코미디 연기로 극을 장악한다. 매우 직설적인 찰진 대사와 표현주의적인 연기가 내장이 파열되고, 혈액이 뿜어져 나오는 고어의 수위를 중화시킨다.  

     

이런 점을 따져봤을 때 피칠갑 스플래터 영화는 우리 주변에 착취가 빈번히 벌어진다고 소리친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착취 관계는 일제가 수탈하는 과정에서 정착되었기 때문에 영화에 공감이 갔다. 드라큘라 백작이 렌필드를 시켜 순수한 인간을 데려오도록 시킨 것은 조선총독부가 친일 매국노를 통해 한국인을 착취한 구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적성을 1도 고려하지 않은 교육열에서부터 근로시간만 늘리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정책까지 대한민국 일반 가정에서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퍼져 있다. 그 연원은 도쿠가와막부에서 시작된 일본군의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악습은 광복 이후에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으로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



3.나르시시즘와 착취의 상관관계

극 중 렌필드가 추천받아 읽게 되는 책이 있는데 제목이 ‘나르시시스트에게 대처하는 법’이다. 영화는 드라큘라 백작을 자기 이익을 내는 데는 도가 튼 나르시시스트로 보고 있다. 이런 부류의 CEO는 생색을 잘 내고, (자기 자신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자주 묵살하고 탈취하기 때문에 조직의 발전에 해가 된다. 린필드같이 의존적인 성격의 부하직원을 양심의 가책 없이 부려먹는다.


렌필드도 모임에 나가지만 사표를 던지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렌필드도 나르시시스트이라서 드라큘라 백작에게 종속되어있다. 심리적으로 진짜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는 렌필드의 태도 때문에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다.

  

이처럼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으나, 이를 설득하지 않는다. 노사관계를 해소하는 데 굳이 신체가 절단되고 내장이 터져야 했을까에 대해 확실히 답해야 했다. 겉돌고 있는 아퀴피나와의 로맨스를 빼고 영화는 주제를 뒷받침할 부차적인 플롯을 마련했어야 했다. 만화적 폭력장면에서 한두 번은 웃을 수 있지만, 그것뿐이라면 좀 곤란하다.

       

     

★★☆ (2.8/5.0)  

    

Good : 가스라이팅과 착취는 나빠요!

Caution : 상상력 없는 게으름     


일제가 남긴 악습 중에 서열문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나이를 따지지 않았다. 오성과 한음은 5살 차이가 나이지만 베프로 유명하다. 퇴계 이황이 26살이나 어린 듣보잡 기대승에게 정성스럽게 답하지 않았던가? 3살짜리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공자는 말씀하셨다. 성현의 말씀이 100% 지켜지지 않지만, 유학 자체가 꼰대문화나 갑질문화를 낳았다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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