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Wick: Chapter 4·2023) 정보 줄거리 결말 해석
존 포드, 《존 윅 4》은 액션 장르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오우삼, 세르지오 레오네, 버스터 키튼, 해롤드 로이드, 찰리 채플린, 존 포드, 구로사와 아키라, 장 피에르 멜빌, 마틴 스콜세지,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 성룡, 홍금보, 엽위신, 고샤 히데오, 장철, 샘 페킨파, 월터 힐, 돈 시겔, 윌리엄 프리드킨, 유가량, 앨런 J. 파큘라, 가렛 에반스, 박찬욱, 카츠 신타로 등 액션 거장들에게 스펙터클한 제의를 올린다. 동시에 시리즈의 노하우를 총정리한다.
존 윅 시리즈는 대사 한 줄 날릴 때 총 하나 더 쏘겠다는 장 피에르 멜빌의 구조조정을 거쳐 성공했다. 또 세계관 최강자가 악당을 정리하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우등생이기도 하다. 카 체이스와 폐건물 장면에서 윌리엄 프리드킨에게 경의를 표하고, 냉병기를 활용하는 대목에서 박찬욱과 장철, 유가량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222 계단 장면에서 액션 조상님들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린다.
시퀀스 하나하나마다 채드 스타헬스키 본인이 영감을 얻은 거장들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다. 적을 처단할 때마다 액션 장르가 쌓아 올린 공로를 치하하고 찬양한다. 길거리 총격전은 샘 페킨파와 월터 힐, 오우삼, 돈 시겔의 도시 배경의 서부극을 응용한다. 고샤 히데오와 마틴 스콜세지의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범죄자의 민낯을 폭로하고, 가렛 에반스와 성룡, 버스터 키튼, 해롤드 로이드의 스턴트 액션을 요약한 개선문 장면, 카츠 신타로와 엽위신, 홍금보의 노하우가 집약된 견자단의 동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견자단이 맡은 캐릭터는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원>처럼 현대판 자토이치다.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서부극과 연관 짓는가? 1편의 인물과 구성에서 이미 드러냈지만, 2편에서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스파게티 웨스턴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었다. 애당초 존 윅이라는 인물 자체가 <사무라이(1967)>의 알랭 드롱과 <황야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서 출발했다. 또 세계관은 오우삼처럼 현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 세계이다. 최고회의는 무림연맹이며, 최고회의의 규율은 강호의 도리다. 물론 파문은 가톨릭의 제재수단이지만 문파(무협세력)에서도 사부가 제자를 추방할 때 쓴다. 그리고 무법자 총잡이가 악당을 소탕하는 플롯부터가 서부극에 기원을 두고 있다.
자동화기, 무협, 누아르, 웨스턴의 요소들이 어떻게 한데 융합할 수 있는가? 정답은 감독이 액션 장르의 계보를 꿰뚫어 보고 있는 바텐더(조수사)라서다. 그렇기 때문에 기막힌 액션 칵테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영화상에 액션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03년쯤이다. 이렇게 탄생한 서부극이 필름 누아르로 현대화되고, 일본으로 건너가 찬바라영화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홍콩에서는 무협물과 홍콩 누아르로 각각 발전한다.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자매들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우리는 흔히 예술영화랑 상업영화를 별개로 분류하지만, 오우삼,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 등은 예술영화의 요소를 적극 도입해왔다. 채드 스타헬스키 역시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감독은 4편에서 기어이 키아누 리브스에게 말을 태우고 드넓은 평원을 질주하도록 한다. 아마 이 대목에서 다들 눈치챘을 것이다. 4편의 구조가 최고의회와의 ‘대결’이라는 것을 말이다. 영화 전체를 서부극의 '결투'로 설정한 감독은 데이비드 린에게서 배운 장대한 스펙터클 속에 섬세하게 빚어놓은 정서적 감흥을 활용한다.
길고 긴 건푸 시퀀스를 지켜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들의 고통을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마치 자신의 삭신이 다 쑤시는 것 같은 그런 체력적 부담이 느껴진다. 이것은 주인공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존 윅은 심신이 지쳤고, 아내를 떠나보낸 상심을 달래지 못했다. 이참에 자신을 옮아 매는 최고의회의 규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감정이 영화 곳곳에 용솟음친다. 액션에 액션이 꼬리를 물며 계속 쌓여갈수록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존 윅의 해방욕구에 감정을 이입한다. 이러한 공감대가 액션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다. 특수효과와 캐릭터만 믿고 액션영화의 기본을 등한시한 마블과 DC의 쇠퇴를 불러온 것과 비교된다.
바텐더는 기본적으로 수십, 수백 가지의 칵테일의 맛과 레시피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채드 스타헬스키는 무성영화부터 한국영화 <악녀>까지 모든 액션 장르의 사조를 깊이 연구했다. 마치 빅데이터 기술처럼 그는 액션 클래식의 노하우를 수집해 왔다. 게다가 스턴트맨으로 몸소 체험한 기술을 접목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퀀스마다 액션 영화의 모든 역사가 녹아있다. 마침내 4편에서 그 계보의 맨 첫 줄에 오른 액션 조상님(서부극)의 넋을 기리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마음을 다해 예를 올렸던 것이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종교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존 윅 시리즈는 한마디로 ‘구원’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려는 존 윅의 업보다. '업보'란 말과 행동으로 인한 원인으로 말미암아 받는 결과다. 존 윅은 살인이라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계속 적들에게 쫓기는 신세인 것이다. 이러한 윤회사상이 5편을 제작할 명분을 제공할 것 같다.
★★★★ (4.2/5.0)
Good : 모든 시퀀스마다 액션 영화의 역사가 집대성되어 있다.
Caution : 속편과 스핀오프의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설정놀음
모든 무술은 전투기술에서 기원한다. 백병전이 벌어지던 시기의 그래플링(메치기, 관절기, 조르기)을 권장했다. 15세기 초 이탈리아의 검객이자 외교관인 피오레 디 리베리는 롱소드 검술을 정리하면서 한 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13가지 기술 중 하나로 기록했다. 동양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유술(유도)을 발달한 배경에 사무라이들이 백병전에서 상대를 손쉽게 물리치기에 그래플링의 필요성이 대두되어서이다.
존 윅의 총기무술은 목표가 된 사람을 무력화하는 개념인 대인저지력이 떨어지는 권총으로 근접전(CQB)을 펼칠 때, 그래플링으로 상대를 바닥에 눕혀 제압한 다음에 현대 실전 권총 사격술의 아버지인 제프 쿠퍼가 창시한 사격술 이론 '모잠비크 드릴(몸통에 두 방, 머리에 한 방)'로 처리한다.
존 윅은 로우 앵글로 상대를 제압하고 난 뒤 사격하는 식으로 촬영한다. 보통 액션 영화에서 상대를 붙잡아 얽혀서 싸우는 그래플링보다 두 사람이 서서 싸우는 입식타격 자세를 취한다. 입식타격이 무술에 익숙지 않은 정극 배우를 편집으로 살려주기도 편하고, 이미지도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실전이나 종합격투기에서 상대를 때려 넘어뜨리고 파운딩(그라운드 상위 포지션에서 던지는 펀치를 묶어 부르는 말)으로 제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4편에서 탑다운 방식 슈팅게임을 활용해 하이 앵글로 변화를 줬다.
■카론 역의 랜스 레딕에 애도를 보낸다. 그리고 주제가는 라나 사와야마가 맡았다. 이 곡은 시리즈 전통에 비춰 Rock에 기반했다.
●쌍절곤 액션에 대한 불만을 표할 수 있겠지만, 키아누 리브스는 무술영화 덕후다. 팩트체크하고 싶다면 소니 치바와 만난 유튜브를 보길 바란다. 그가 연출한 작품인 <맨 오브 타이치>는 태극권 소재이지 않은가? 58세의 덕후의 심정을 이해하길 바란다.
■스포일러와 분량 관계로 생략했으나 시퀀스마다 해설해주고 싶을 만큼 흥미로웠다. 그러나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의 속셈이 영화 완성도를 방해한다. 스핀오프와 속편을 얼마나 만들려고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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