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Nov 03. 2022

서부전선 이상 없다^젊은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Im Westen Nichts Neues·2022》노 스포 후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1929년 발간한 소설이 원작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을 배경으로 고교 동창들끼리 동반 입대한 한 후 전쟁의 현실을 경험한 파울 보이머(Paul Bäumer)의 삶을 따라간다. 군대 용어와 생활 속어들이 살아 숨 쉬어서 밝고 경쾌한 병영 수기를 읽은 기분이 들다가도 친구와 전우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비극성이 반전주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루이스 마일스톤의 1930년작은 전쟁의 비정함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최초로 석권하며 전쟁영화의 원기이다. 1979년 작 역시 TV영화를 뛰어넘는 완성도를 지닌 명작이다.


그런 만큼 43년 만에 독일어로 리메이크하는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과 이안 스토켈, 레슬리 패터슨이 공동으로 쓴 각본은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


전사한 군인들의 보급품을 다시 수거하는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다. 원작대로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선동된 아이들이 입대 신청을 하게 되고, 자대로 배치받는다. 첫 번째 전투에서 동창생들이 포탄에 쓰러지는 경험을 하고서야 3주 내에 파리를 점령한다는 프로파간다에 속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일상을 지배하는 군국주의

영화는 병영 생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영화는 군인들이 애지중지하는 개인 물품을 통해 많은 것을 전달한다. 프래츠(모리츠 클라우스)는 프랑스 점령지에서 꼬신 엘로이스라는 여성이 준 손수건을 소중히 여긴다. 그녀의 존재는 테스토스테론이 가득한 참호에 여성성을 첨가해주는 일종의 향수다. 고참 캣(알브레히트 슈크)에게는 딱정벌레를 넣어두는 성냥갑이 있다. 아내에게 다시 돌아갈 때까지 언제나 그의 곁을 함께 한다. 알베르트(아론 힐머)는 이쁜 여배우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가 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또 루드비히(아드리안 그룬왈드)에게는 자신의 안경을 대신할 군대에서 지급한 안경이 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 파울은 아무런 물건을 지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장치가 외로움과 절망, 두려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고 은유한다.

영화는 관음증적 윤색을 하지 않고, 암울한 현실을 냉정하게 전시한다. 촬영감독 제임스 프렌드는 광각렌즈로 생사의 이분법을 마치 풍경화처럼 그려나간다. 볼커 베르텔만의 3음계 스코어는 공포와 불안을 조장한다. 전투는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지만 인간성이 파괴되는 현장이다. 참호 주변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개울이 계속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여우 키트가 태어난다. 자연과 인간의 대비는 전투가 일상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독일은 왜 2차 대전을 일으켰는가?

영화는 역사를 끌어들여 소설의 주제를 훌륭하게 확장했다. 영화는 소설의 주인공 1인칭 시점을 종종 벗어나 휴전과정을 쫓는다. 당연히 높으신 분들의 결정에 따라 병사들의 생사가 결정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장면이 있다. 독일군이 프랑스 참호를 돌파하여 그곳에서 풍족한 음식을 섭취하는 장면이 있다. 독일이 패배한 이유는 소모전으로 더 이상 인력도 자원도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한다.


훗날 바이마르 공화국의 재무장관이 되는 '마티아스 에르츠베르거(다니엘 브륄)'가 군국주의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만, 협상과정에서 프랑스 측의 강화조건은 가혹했다. 베르사유 조약 이후, 막대한 배상금을 미국과 영국이 유예해주자고 했지만, 프랑스가 반대하는 바람에 독일 경제는 나락으로 빠졌다. 참고로 독일은 92년 만인 2010년에야 전액 상환했다.


1931년 대공황이 터지자, 초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해 바이마르 공화국은 멸망했다. 이때 히틀러가 등장하여 경제재건과 복구로 유럽 최강국으로 견인하여 인기를 모은다. 히틀러의 경제계획은 만주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때 건설된 아우토반을 보고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또 벼랑 끝 전술로 일방적으로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라인란트 재무장, 영독 해군 조약과 오스트리아 병합, 체코 병합 등 외교적 성과를 거둔다. 경제발전에 열광한 독일인은 나치를 선택한 결과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4.2/5.0)


Good : 원작의 정신을 이어받은 강렬한 리메이크

Caution : 원작을 알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내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에 독일 대표로 출품되었다.

●제목의 의미는 청년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서부 전선은 이상이 없었을 것이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이전 04화 파벨만스*예술의 시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