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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2. 2018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_후기

2D 코믹스에 대한 헌사

[줄거리] 평범한 10대 ‘마일스 모랄레스’는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 능력을 가지게 된다. 

혼란스러워하던 ‘마일스’는 악당과 싸우고 있는 ‘피터 B. 파커’를 마주치게 되고 ‘피터 B. 파커’는 ‘마일스’가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서로를 만나면서 여러 개의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마일스’와 ‘피터 B. 파커’는 이후 스파이더 우먼 ‘스파이더 그웬’, ‘스파이더맨 누아르’, ‘스파이더 햄’ 등 평행세계 속 공존하는 모든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유니버스에서 만나 팀을 결성한 스파이더맨들은 과연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_2D 코믹스에 대한 헌사

스파이더 맨 관련한 일련의 판권을 소유한 소니/콜럼비아 영화사는 톰 홀랜드가 주연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과는 다른 스파이더맨 브랜드를 계속 확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야심이 꽤나 공들이고 있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올해 [베놈]을 통해 소위 [소니 마블 유니버스 Sony's Universe Of Marvel Characters]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이제 블랙 캣 · 실버 세이블 · 실크· 나이트워치 · 모비우스 · 크레이븐 더 헌터 · 잭팟 같은 스파이더 맨 파생 캐릭터들을 차례차례 후속작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2014년 출간된 [스파이더 버스 Spider-Verse]를 애니화하기로 결정한다.


2세대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를 중심으로, 원작 코믹스처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는 

피터 파커, 그웬 스테이시(스파이더 그웬), 스파이더맨 누아르, 페니 파커(스파이더 햄) 등 평행우주의 스파이더 맨들을 대거 등장시킨다. 


이렇게 영웅들이 많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인피니티 워]처럼 조편성을 나눌까? 

여기서는 메타 유머패러디, 교차편집이다. 제작과 각본을 맡은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는 전작 [레고 배트맨 무비]에서처럼 스파이더 맨과 관련된 여러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스파이더 맨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재밌게 즐길만한 밈들을 여기저기에 매설해놨다. 이는 로드와 밀러가 60년대 초기 코믹스부터 샘 레이미 3부작까지 정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쉴 새 없는 메타 유머와 패러디, 교차편집은 풍부한 깊이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지만, 영화 구조를 취약하게도 한다. 그래서 중심인물 하나를 확실히 정하고 서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마일즈 모랄레스의 기원담(오리진 스토리)을 뼈대로 삼는다. 브루클린 10대 청소년 마일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관 아빠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이민자는 분명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결과로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정치적 공정성을 배제하고, 유난히 문제적인 캐릭터가 많은 스파이더맨 주변 인물 중에 가장 순수하고, 인간적이며 소박하다. 전형적인 호감형 소년만화 주인공이다. 


이번 애니에서는 원작과 다른 기원담을 가졌지만, 아버지와 피터 파커를 존경하는 마일즈의 캐릭터성은 유지했다. 그리고, 청소년이 자신의 우상을 보고 성장하듯 마일즈는 슈퍼히어로 멘토를 찾아 나선다. 나머지 스파이더맨뿐 만 아니라 경찰관 아버지 제퍼슨, 반항적인 삼촌 아론과도 겪으면서 은연중에 히어로의 상처와 고민이 부각된다. 그와 동시에  모종의 사건으로 냉담과 환멸에 빠진 피터 파커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콤비가 이뤄지는 성장드라마가 확고히 중심을 잡아주기에 러닝타임 내내 끊이지 않는 플래시백과 

현란한 액션 시퀀스에도 불구하고, 서사가 자연스레 흘러가는 마법을 목격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와 친숙한 피터 파커와는 다른 마일즈만의 기원담(오리진 스토리)을 완성시킨다.


그러나 2시간 내로 서사를 진행시켜야 해서 영상음악에게 HELP를 외친다.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가 백인이므로 록이 등장한다면《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흑인이자 히스패닉이므로 PB R&B와 힙합으로 관객에게 소개한다. 음악으로 장르적 특색과 캐릭터의 인종과 특징을 소개하는 방식은 할리우드에서 너무 흔한 방식이라 여기서 줄인다.

그리고 영상 쪽은 어떨까? 교실에서 만화책을 몰래 볼 때 킥킥대던 경험을 극장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만화적 질감을 영화 화려는 시도는 [신시티], [헐크]가 있었고, 이중 [스콧 필그램]이 가장 훌륭했다.


반대로 코믹스를 그대로 애니메이션화(化)하려는 시도는 꽤 참신하다. 그림자를 점묘법으로 그린다거나

캡션으로 인물들의 속내를 들추거나, 의성어와 의태어도 등장한다. 강한 채도와 명암대비를 통해 만화책을

읽는 기분이 절로 든다. 그리고 각 캐릭터마다 저마다의 그림체를 다르게 해서 특징을 명확히 했다. 이런 방식은 실사영화라면 시도조차 못했을 테다.(실사영화 중에는 [마지막 액션 히어로],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라는 선례가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누아르'는 누아르 장르 특유의 음침한 명암이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흑백을 썼다. '페니 파커'는 에반게리온의 '에바'를 모티브로 삼아서 그런지 2D 애니메스럽다.  '스파이더 햄'은 1920-30년대 미국 카툰을 정립했던 텍스 에이버리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다. 이처럼 점점 현실적 묘사에 다가서려는 현세대 3D 애니메이션 주류와 달리 철저하게 원작 코믹스를 고집스럽게 재현한다. 


한마디로, 손으로 만화를 그리는 미학과 컴퓨터 그래픽의 플래시를 결합하여 단숨에 매료시킨다. 일부 장면은 그동안 애니메이션에서 보지 못한 입체감을 선사하며, 장엄한 액션 장면에서는 상상력이 중력과 물리학을 훌쩍 초월한다. 특히, 다중우주(멀티버스) 간 클라이맥스 전투에서 그러하다.  

유일한 흠은 [레고 배트맨 무비]처럼 배트맨과 조커 간의 대비 효과를, 파커와 마일즈로 대체한 것은 좋았지만, 무리하게 킹핀까지 끼워서 3인으로 늘렸다. 가뜩이나 복잡한 설정을 더 어렵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기원담(오리진 스토리)인 만큼 킹핀을 깊게 파고들 필요 없이 단순한 대립 정도로 축소하는 편이 영화 구조상 부담을 휠씬 줄여줬을 것이다.


벌써 스파이더맨 기원 담만 3번째다. 이야기가 놀랍지 않더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총평하자면, 역사에 남을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이런 표현법이 후세에 어떻게 평가될지 벌써부터 궁금할 지경이다.


★★★★☆  (4.3/5.0) 


Good : 올해의 애니메이션!

Caution : 살짝 정신사 나울 수도!!


●번역가 황석희가 스파이더버스 만화책을 구입한 것을 인증하면서 이 작품의 번역을 담당하는 것이 밝혀졌다.

● 로이 릭턴슈타인, 앤디 워홀스러운 팝아트적인 엔딩 크레디트 뒤에 쿠키가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한국계 캐릭터 '실크'도 소니 마블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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