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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08. 2018

스윙 키즈_리듬이 이념을 자유롭게 하리라!

《스윙 키즈 (Swing Kids·2018)》후기·리뷰

“여기서 댄스단 하나 만들어 보는 거 어때? 포로들로”

1951년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무려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 실력 갖춘 영양실조 춤꾼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이들의 리더,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우여곡절 끝에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의 이름은 ‘스윙 키즈’!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춤을 추게 된 그들에게 첫 데뷔 무대가 다가오지만, 

국적, 언어, 이념, 춤 실력, 모든 것이 다른 오합지졸 댄스단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한데…!






《스윙 키즈 (Swing Kids·2018)》후기·리뷰_리듬이 이념을 자유롭게 하리라!

《과속스캔들》, 《써니》,《타짜 2》 등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다.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각색한 것으로, 강형철 감독은 "같은 민족이 왜 갈라져서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같고 있던 중 뮤지컬 '로기수'를 봤다"며 "전쟁이란 불행한 상황 속에서 행복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드라마적 요소가 백만 불짜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한국 전쟁이 한창인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반공포와 친공포로로 철조망을 사이에 놓고 이념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인 미국인 군인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은 수용소 소장의 지시로 포로들로 구성된 댄스팀을 꾸리게 된다. 잭슨을 주축으로 댄스단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4명의 캐릭터들이 합류한다. 춤에 남다른 열정을 지녔지만 소위 미국춤인 '탭댄스'를 추며 내적 갈등을 겪는 북한군 포로 로기수(도경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남한 민간인 강병 감(오정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중공군 포로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4개 국어가 가능한 통역사 양판래(박혜수)이 바로 '스윙 키즈' 댄스단이다.


자! 감독은 왜 이런 걸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걸까요? 그 궁금증을 풀면서 차근히 영화를 분석해보죠. 


먼저 '스윙 재즈'와 '탭댄스'를 간략히 설명하고서 둘 다 18-9세기 남부의 흑인들에 의해 정립되었습니다.

14세기부터 노예무역 이후 아프리카 토속 리듬이 서구사회에 퍼지면서 여러 형태의 음악과 춤을 탄생시키게 되죠. 재즈 자체가 프랑스계 백인과 흑인 혼혈(크리올)에 의해 정립될 만큼 출발부터 인종과 관계없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재즈의 음악적 핵심은 오프 비트(Off-Beat=엇박자 리듬)와 싱커페이션(Syncopation=당김음)을 기반한 즉흥연주가 핵심이죠. 한마디로 연주자의 자유, 악보에도 따르지 않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재즈는 음악적 자유를 극한으로 추구한 장르이죠. 재즈를 간략히 살펴봤으니 재즈의 세부 장르인 스윙 재즈를 알아보겠습니다.


스윙 재즈는 1930년대부터 1946년까지 비밥 재즈, 점프 블루스(로큰롤의 원형)에게 자리를 내줄 때까지 '스윙 시대(Swing Era)'라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죠. 뉴딜정책 이후 경제가 살아나자 보통 10인 이상의 빅밴드들을 대동하고 사교의 형태로 백인들 사이에 급속도록 파고듭니다. 이로써 흑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국 대중문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뛰어난 흑인 음악가들을 영입하면서 흑인들도 백인들이 다니는 클럽에 출연하게 되죠. 이는 흑인 출입이 금지되어있던 30년대에 아주 혁신적인 변화였지요.

 

스윙 리듬은 음악적으로 하나의 변혁이었죠, 이전의 2/4박자에서 4/4박자로 빨라지고, 리듬의 자유도가 늘어나게 되죠. 재즈댄스 같은 춤추기 위한 준비가 끝난 거죠. 베니 굿맨(클라리넷) 글렌 밀러(트롬본) 같은 백인 재즈 음악가들에 의해서 같은 백인 주류층도 스윙 리듬에 맞춰 춤을 췄지요. 그리고, 탭댄스도 재즈처럼 아프리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죠. 재즈보다는 100년 정도 늦게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정립했고요. 대공황이 어느 정도 극복된 1930년대쯤 되면, 탭 댄스에서 재즈댄스로 발전하고, 후에 80년대에 재닛 잭슨과 폴라 압둘 등 힙합댄스로 또 한 번 변화를 겪게 되죠

그럼, 이게 한국전쟁과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요? 포로수용소 사진을 모티브 삼아 가상의 댄스단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텝을 밟으면서 강렬한 마찰음을 내는 탭댄스도, 8분 음표를 연신 찍어내는 스윙 재즈도, 모두 '리듬의 자유' 생명입니다. 노예생활이든, 대공황 시대의 대규모 실업과 물가상승, 2차 대전의 참혹한 현실에서도 재즈 음악가들은 자유를 노래했습니다.


아마도 강형철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 초반부부터 하이라이트, 그리고 피날레까지 ''을 서사의 중심에 놨습니다.   [스윙 키즈] 역시 국군, 인민군, 미군, 중공군 모두 국가와 이념을 초월해서 춤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내용입니다.  춤을 통해 하나가 되어간다고 돌려 말한다. 이렇게 성장과정을 생략해버린 이유는 영화가 하고 싶은 속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왜 영화 배경이 '한국전쟁'이겠는가? 반전 메시지에 영화는 점차 침식한다. '이념갈등으로 인해 민족 간의 상존이 필요한가?', 민족보다 이념이 중요한가?' 같은 질문을 던지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 과제를 소화하기 위해 '스윙 키즈'에 대한 분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5명이나 되는 '스윙 키즈' 댄스단 전원을 다룰 수 없으니 '춤'을 성장의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진지한 메시지와 발랄 상큼한 댄스 장면은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그래도 초반부터 외국영화 혹은 만화책을 보는듯한 유쾌 발랄한 연출, 그리고 분위기 쳐질 때마다 깨알 같은 슬랩스틱, 그리고, 진부함을 단번에 날려줄 의외의 전개는 [스윙 키즈] 극 전반의 템포를 끌어올려서 지루하진 않다. 그 메시지를 설파하는 과정이 쉴 새 없는 슬랩스틱, 과장된 코미디에 의존할 만큼 극 전체에 부담을 줬다. 예를테면, 몇몇 소모되는 인물들, 과한 설정들, 이북 사투리가 씹히는 음향, 일부 외국인 배우들의 발연기, 몇몇 튀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건 주제를 관련된 드라마 파트가 장황하고 난잡한 탓이다. 그리고, 감독이 사용한 처방전은 취향을 크게 탈 걸로 예상된다. 특히 엔딩부분이 그러하다. 강형철 감독이 전작《써니》에서도 그렇듯이 분위기와 다르게 은근히 암울하고 잔혹한 부분이 많았던 걸 떠올려보면 이런 방식의 연출을 선호하는 듯하다.


이쯤해서 "과연 뮤지컬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윙 키즈]는 뮤지컬 이라보 다는 드라마 위주에다 댄스 장면만 댄스영화의 문법을 살짝 첨가했다. 뮤지컬은 주인공 자신이 노래와 춤을 추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반면에 [스윙 키즈]는 댄스단을 결성하고 댄스 배틀을 벌이므로 댄스영화에 가깝다.


일단 [스윙 키즈]의 댄스 시퀀스에서 컷을 빨리했다. 즉, 숏을 길게 잡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연히 음악에 맞춰서 컷 해야 하니 이건 논외로 치자, '탭댄스' 이니까 앵글이 하반신을 주로 비춘다. 이렇게 컷(편집)이 많다는 건 역동성을 살릴 수 있지만, 과도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물론 중간중간 유머를 삽입하거나 연습과정을 압축하는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중간중간 롱테이크 샷으로 길게 호흡을 가져가며 춤 시위 전체를 중계하는 방식을 섞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재즈와 탭탠스'의 기원과 발달과정을 열심히 설명한 이유가 이 문제를 다루고 싶어서이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시대적 배경에 부합하는 선곡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클래식, 점프 블루스, 디스코, 록까지 제목의 '스윙'을 무색게 하기 때문이다.


총평하자면, 입이 쩍쩍 벌이질만큼 음악과 춤 시위가 뛰어났다기보다는 배우들의 열정과 영리한 감독의 편집이 보는 내내 즐길 수 있도록 떠받치는 느낌이다. 



★★★ (3.0/5.0) 


Good : 기존 한국영화와는 다른 참신함

Caution :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 



●영화의 시간적 배경보다 이후에 나온 노래들이 일부 있는데  이에 대해 감독은 캐릭터나 장면의 성격 등을 고려해 어느 정도 배경 속과 배경 밖의 노래를 섞었다고 말했다.


 스윙키즈 OST 전곡해설    https://brunch.co.kr/@dies-imperi/65


2018년 12월 12일 메인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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