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Jan 04. 2019

그린 북_차별에 대한 세련된 위트

Green Book, 2018 REVIEW

혐오와 차별은 어디서 나올까? 노자는 선입견과 편견으로 대표되는 '구별'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린 북》은 '자신'과 다르다고 구별 짓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관람가이드 1. 돈 셜리는 대체 누구인가? 


돈 셜리 (Don Shirley)는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진짜 '천재'였다. 

1927년 1월 29일 자메이카의 킹스턴에서 태어난 셜리는 불과 두 살 때 피아노 앞에 섰으며,  9살이 되어서는 워싱턴 D.C. 의 레닌그라드 음악학교에서 정식으로 공부했다. 18살 때 연주회 데뷔를 했고, 19살에는 최초로 작곡한 작품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저명한 작곡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그를 두고, ‘돈 셜리의 천재성은 신으로부터 타고났다’고 칭송했다. 돈 셜리의 천재성은 피아노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그는 8개 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줄 알았고, 3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거기다 화가로서의 명성도 얻었고, '흑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명성 정도는 얻어야 했다. 세계적인 오페라 기획자였던 솔 후록은 그에게 '미국 어떤 청중도 클래식 무대에 선 흑인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라고 점잖게 타이르며, '만일 음반을 내고 싶다면, 흑인들의 음악인 재즈를 해야만 한다.' 고 조언해줬다. 이를 받아들여 '돈 셜리 트리오'라는 재즈 트리오를 결성하거나, 재즈계의 거장, 듀크 엘링턴과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쇼팽의 후예였고, 60년대에 이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트 음반을 녹음했다. 백악관에 초대될 만큼 명망 있는 피아니스트임에도 어떤 음반회사도 그의 음반을 출시하지 않았다. 


셜리는 1982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연예인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판을 벌여놓은 나이트클럽에 뛰어듦으로써 연예인으로 평가받는 수모를 스스로 감수했습니다’고 주장했다. 뼛속까지 쇼팽 빠이기에 재즈의 즉흥연주를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악보'는 절대적인 성서(경전)이므로, 재즈처럼 연주가가 임의대로 즉흥적으로 연주를 바꾼다는 건 용납될 수 없었다. 그러나 유재하, 김형석, 유희열 등 클래식 전공한 대중음악가들이 있었지만, 확실히 그의 음악은 클래식이라기엔 급진적이고, 재즈라고 일컫기에는 형식적인(특히 푸가(둔주 곡)의 영향이 강했다.) 독창적인 재해석이었다. 


셜리는 음악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1936년부터 1967년 동안 출간된 흑인을 위한 여행안내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 북」이다. 남부는 흑인들이 끌려온 최초의 장소이지만, 인종차별이 심했다. 재즈의 전설, 냇 킹 콜이 두들겨 맞았고,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프랭크 시나트라와 함께 투어를 다닌 퀸시 존스는 백인인 시나트라와 같이 호텔에서 기거할 수 없었다. 일설에는 마구간에서 잤다고도 전한다. 영화 [그린북]은 1962년 당시 돈 셜리는 토니 립과 실제로 도로 위의 여정에 올랐다.




관람가이드 2. 토니 쉽은 누구인가? 


돈 셜리는 인종차별정책을 법제화한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이 시행되는 딥 사우스를 순회공연하기 위해 이탈리아 출신 백인 바운서(클럽의 정문 경비)를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고용하기로 맘먹는다. 딥 사우스는 미국 최 남동부 지역, 특히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일컫는다.


토니 발레롱가, 줄여서 토니 쉽이라고 하죠. 이태리계 미국인으로 전형적인 노동자 계급에다 인종 차별주의자예요. 주먹이 세서 나이트클럽에서 기도로 일하는데, 클럽이 2달간 공사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백수신세가 되죠. 그 와중에 돈 셜리 박사라는 사람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그는 흑인 밑에 일하기 싫어서 25달러 인상을 요구하는 조건을 내걸죠. 다음날 이를 승낙한 셜리를 모시고, 8주간 남부 여행을 가게 된다. 


실제 토니 십은 유명 나이트클럽 기도를 하면서 할리우드 인사들과 친해졌다. [대부], [분노의 주먹], [뜨거운 오후]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미드 [소프라노스] 속 마피아 보스 카마인 역으로도 유명했다.





관람가이드 3. 제작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논란 


이 실화가 영화화되는 데에, 극본에 참여한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의 공헌이 있었다. 

그는 "언젠가 아버지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그 시기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바꾸고,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야기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봉 이후, 돈 셜리의 가족들은 영화가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셜리의 가족들은 《그린 북》이 ‘백인 구원자’를 그린 영화라고 불만을 표출한다. 토니 립이 셜리에게, 흑인에게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법과 백인 음악을 즐기는 법을 전수하고, 마침내는 흑인으로 가득 찬 나이트클럽에서 고루한(?) 클래식 음악을 포기하고, 팝송을 연주하도록 만든 것처럼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영화 내용 전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셜리의 조카는 이 영화가 ‘흑인의 삶에 대한 백인의 묘사’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리뷰> 차별에 관한 세련된 위트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등 할리우드 화장실 유머를 상징하던 피터 패럴리는 동생 바비와 함께 패럴리 형제 감독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소재를 잘 다루는 그가 생각보다 브로맨스 로드무비를 점잖게 만들었다. 피터 패럴리가 독특한 소재에서 유머를 뽑아낼 수 있는 이유는, 캐릭터 구성을 기막히게 뽑아내기 때문이다. 교향과 기품을 가진 흑인 지식인 셜리와 거친 삶을 살아온 블루 컬러 백인 토니는 인종, 지적 수준, 취향, 계급, 성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서로 상반되며, 여행이 시작될 때 많이 부딪치게 된다. 영화는 두 남자가 대칭되는 이유를 하나씩 짚어준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의 생활수준, 지적 차이, 환경 차이를 좁혀가며 브로맨스를 완성시킨다. 차별은 긴장을 발생시키고, 웃음은 불편함을 이완시킨다. 주로 두 주인공이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많은데 일상 대화 속에서 소소한 웃음이 많이 터진다. 특히, 이태리계 토니가 흑인인 돈 셜리보다 흑인 대중문화에 잘 알고 있다는 점은 알게모르게 웃음을 양산한다. 비고 모텐슨과 마허 샬라 알리간에 주고받는 호흡은 정말 훌륭했다. 둘 다 연기도 뛰어나지만, 리액션은 훨씬 더 좋았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남부에 만연한 '짐 크로스 법'을 체 엄하게 되면서 토니와 관객들은 제도화된 백인들의 편협함을 목도한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관객들도 셜리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소소하게 웃다 보니 메시지도 각인시키는 1석2조의 효과다. 예를 들면, 먹성 좋은 토니가 켄터키에 왔으니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먹어야 한다'며, 드러나는 '흑인은 치킨을 좋아한다'는 싸움 잘하는 토니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마피아'와 결부 짓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적 편견을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두 인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서로의 관점을 넓혀가면서 성장드라마의 균형을 맞췄다는 점이다. 특히 탄복했던 점은, 인종차별적인 경찰의 태도에 화가 난 토니가 경찰을 폭행하게 되고 둘은 유치장에 갇힐 때는 '대조법' 뿐 아니라 공동의 적을 두고 함께 의기투합하는 '비유법'을 구사하면서 영화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이다. 이렇듯 [그린 북]은 서로 이해하게 되면 피부색과 재산, 지적 수준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두 사람의 우정이 입증해주고 있다. 그리고 음악도 메시지를 강조하는 용도로 쓰인다. 셜리는 클래식과 재즈를 번갈아 혹은 모두 연주하는 이유는 장르는 달라도 같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는 구별하길 좋아한다. 하늘에서 태양, 구름, 달, 별을 떼어내고, 얼굴에서 눈코 입을 구별한다. 같은 인간마저도 직업, 인종, 소득, 교육, 출신지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부자는 착하다' 같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과 뉴스 속에서 갑질과 폭행을 일삼은 사장님들을 보면서 현실과 이미지는 정말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우리는 특징을 짚어내고,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짙다. 여성, 흑인,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기보다는 편견과 선입견, 소문으로 지레짐작하고, 차별과 억압은 정당화된다. 그래서 서두에 말한 노자의 말씀을 다시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부연 설명] ‘흑인의 삶에 대한 백인의 묘사일까? 


(앞에서 말한) 돈 셜리 가족들이 [그린 북]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를 짧게 서술하고 끝마치겠다. 

스포라서 딱 하나만 예시로 들겠다. 인종차별하는 경찰에게 항의하여 체포되어 유치장에 갇힐 때, 우리는 토니와 셜리의 입장을 등치하게 된다. 하지만, 저항하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 토니는 경찰관의 부당한 처사에 항거한 것이고, 셜리는 그냥 흑인이라서 구속된 것이다. 이를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점은 유의해야할 듯 싶다.



★★★  (3.7/5.0) 


한줄평 :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버디 버전


●경찰들은 흑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다루죠. 이게 2015년 Black Lives Matters 운동을 촉발시키죠.

비욘세, 켄드릭 라마가 널리 퍼뜨렸고요. 그런데 경찰 측 변호를 좀 하자면, 흑인 인구는 13% 정도 되는데

교도소 수감인원 56%가 흑인이죠. 그만큼 흑인 범죄율이 좀 높아요. 어느 한쪽 의견만 들을 수 없는 문제랍니다.


●토니 역의 비고 모텐슨은 30파운드를 증량하고, 그가 살았던 브롱스 지역을 방문해 몇 시간씩 보내며 그의 말투, 걸음걸이까지 체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가 덴마크혈통이므로 이탈리아인 풍습을 익히려 애썼다.


마허샬라 알리는 [문라이트]에 15분 출연해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연주는 자문해준 피아니스트 크리스 보워스가 대신했지만, 돈 셜리의 음반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끊임없이 듣고 보는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흑인들은 Chubby Checker, 리틀 리처드, 아레사 프랭클린, 샘 쿡을 들을 것이다.'처럼 미국인에게 어떤 아티스트 음악을 듣느냐는 그 사람을 파악하는 기제로 쓰입니다. 흑인이니까 흑인 아티스트를 듣는다는 건 인종차별이니 삼가여야겠죠.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극한직업 리뷰, 이병헌 감독의 최고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