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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18. 2019

극한직업 리뷰, 이병헌 감독의 최고작

(Extreme Job, 2019) Review

《극한직업》 후기·리뷰_이병헌 감독의 최고작 

최근 들어 '말모이', '내 안의 그놈' 등 국내 영화들이 선전하는 와중에 반가운 코미디 영화 한 편이 설 연휴를 겨냥하고서 ‘극한직업’이 개봉한다.  <스물> <바람바람바람> 같은 코미디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이병헌 감독은 "범인 잡기보다 닭 튀기기가 더 쉬웠어요."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코믹 수사극을 들고 나왔다.



먼저, 류승룡, 이하늬, 이동휘, 진선규, 공명으로 이뤄진 마약반 5인방을 한 명씩 살펴보자,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느린 마약반 만년 반장인 고 반장(류승룡), 필터링 없는 거친 입담을 자랑하고,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장형사(이하늬), 뒷돈을 챙기는 등 마약반의 사고뭉치이자 절대미각을 지닌 마 형사(진선규), 

그리고, 마약반 5인방 중 유일한 정상인 영호(이동휘),실전 경험은 전무하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신입 형사 재훈(공명)까지 마약반 5인방은 수사에 나서지만 사고만 치고, 실적은 바닥이다. 심지어 강력반이 마약반 할 일까지 죄다 해치우니 서장님은 "마약반 해체'라는 폭탄선언한다.


그런데 후배한테서 마약거래의 거물, 이무배(신하균)에 대한 제보를 받고 맞은편 치킨집에서 잠복수사를 펼친다. 망해가던 동네 치킨집에 손님은 딸랑 마약반 5인방이 전부다. 치킨집 사장님은 장사가 안되어 답답하던 차에 잠복 장소가 필요한 마약반이 인수하고, 그런데 이게 웬일. SNS에서 맛집으로 소개되고, 그토록 잡고 싶은 범인은 안 잡히는데,  백종원의 솔루션도 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죽하면, 이무배가 떴는데도 모두 서빙에 바빠 놓쳐버릴 지경이다. 고 반장은 여기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치킨집 사장이냐? 형사냐? 이 주객전도의 상항에서 코미디가 완성된다.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를 하는 강행군에 왠지 <골목식당>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너 나할 것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국내 고용시장의 단면이나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대한 풍자 등에서는 서민들의 애환도 전해진다. 하지만 신파, 억지감동, 미학적 욕심이나 사회적 메시지에 크게 목매진 않는다. 


대신에 이병헌 감독은 전작 ‘스물’ ‘바람 바람 바람’ 때처럼 맛깔 나는 부장님 표 말장난들로 빈틈을 메웠다. 그 말장난들이 지극힌 한국적인 정서와 맞닿아있다. 대한민국에서 치킨 아니 치느님 같은 문화적 의미도 잘 드러냈고, 승진에 목메는 공무원, 먹고살기 고달픈 자영업자, 가정에서 치이는 가장, 배달의 민족 CF, 골목식당, 맛집 SNS 등 한국인만이 잘 아는 코드를 제대로 저격했다. 


딱 두 시간만 웃기기 위해 배우들도 열과 성을 다한다. 류성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처럼 물 만난 고기처럼 맘껏 뛰어논다. 욕설에 민낯도 불사한 이하늬와 <범죄도시(2017)>처럼 진지한 톤을 유지하면서 웃긴 진선규도 좋다. 그리고 웃길 거 같지만 진지한 이동휘도 괜찮다. 다들 과장된 연기를 펼치지만, 5인방은 짠내 나는 앙상블을 펼친다.



그러나 독특한 소재와 말장난만으로 111분을 채울 수는 없다. 이제 코믹 '수사'극에 어울릴만한 추리를 선보일 차례다. 초반에 인물들을 망가뜨리며 웃음을 제공했지만, 중반부부터 형사다운 활약을 펼쳐야 하는 상황은 다소 진부하다. 마약반 5인방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면 추리를 하기보다는 외부적인 상황에 함몰된다. 다시말해, 코미디 쪽 아이디어는 반짝이는데 반해 수사 파트는 밀도가 옅다. 여기서도 아재 개그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마치 후라이드 치킨만 자꾸 튀겨주는 것만 같다. 양념이나 간장치킨도 먹고픈데 좀 물린다. 액션쪽도 약간 편집이 급하지만, 클라이맥스는 괜찮다. 전체적으로 다소 평이한 스코어(영화음악)도 클라이맥스 액션씬에선 비범해진다. 



하지만, 단연코 이병헌 감독의 최고작이다. [스물]처럼 주인공 3명에게 분산되지도 않았고, 류승룡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을 두고, 나머지 조연 4명도 동일한 목적과 동기로 함께 행동한다. 여타 한국영화들이 의미와 메시지에 집착하다 산천포로 빠진데 반해 이야기도 균일하게 진행될 뿐 더러, 한국코미디의 고질적인 악습인 억지감동과 신파도 없다.


★★★  (3.0/5.0) 


Good : 반가운 순도 100% 코미디

Caution : 후라이드 말고 양념도 먹고 싶다. 


● 한.중 스토리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선정된 문충일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중국에서 작년 6월에 개봉한 <Lobster Cop, 2018>가 있었고, 한국에서는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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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1 브런치 5th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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