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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25. 2023

이블 데드 라이즈*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Evil Dead Rise·2023 후기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베스(릴리 설리반)’는 소원해진 언니 ‘앨리(알리사 서덜랜드)’와 세 명의 조카를 보기 위해 LA를 방문한다. 한편 언니네 아파트에 지진이 일어나 지하 은행금고를 발견하게 되고, 먼지 쌓인 오래된 책과 LP를 집으로 가져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악마가 풀어주게 된다.      


①아파트에서 펼쳐지는 밀실공포증

리 크로닌 감독은 이 유서 깊은 프랜차이즈에서 숲 속의 오두막을 떠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무대를 아파트로 옮겼지만, 원작의 오두막의 소품을 충실히 재현해 놨다. 벽시계, 벽에 걸린 박제, 전기톱, 붐스틱(더블배럴 샷건), 데다이트 메이크업 역시 프랜차이즈 전통에 충실하다. 특히 나뭇가지 모티브를 엄마의 빙의 장면에 활용하는 재치에 감탄했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나 만족감을 선사한다. 빙의가 된 인물들 불안한 방식으로 신체를 활용하고, 스턴트를 활용해서 기괴함을 전달한다. <링>과 <엑소시스트>, <스파이더맨>을 참조해 부엌 조리대에 웅크리고, 피 묻은 침대 시트를 뒤집어쓰고 다니고, 벽을 기어 다닌다.    

 

<악마의 씨>의 ‘아파트’라는 시공간 활용, <폴터 가이스트>의 가족 간의 균열, <나이트 메어>의 으스스함 같은 공포 걸작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데이브 갈베트의 촬영이 감독의 비전을 뒷받침한다.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눈알 클로즈업 샷, 샘 레이미의 패닝, 시점 샷 그리고 영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스플릿 디옵터 샷을 통해 불안감과 혼란함을 강조한다. 관객이 주인공이 느끼는 혼란은 체감할 수 있게 어안 렌즈와 사각 앵글(oblique angle)을 사용했다.    

  

속편은 필연적으로 시리즈의 공식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리부트가 단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블 데드 라이드>는 기술 스태프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특수효과 감독 브랜든 두레이와 분장을 맡은 루크 폴티, 프로덕션 디자이너 닉 바셋 등이 만들어낸 아파트 복도와 지하 주차장, 방, 부엌에 음산함이 잠재되어 있다. 효과음마다 신경을 긁어대고, 촬영에 음영을 통해 불길한 느낌을 더해준다.   


②모성애의 이중성

최근에 드물어진 구도라서 도리어 신선했다.

감독은 긴장과 이완을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촬영과 기술력으로 폭력의 강도를 높였으면서 모성의 막중한 의무감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가족드라마에 공을 들인다. 주인공 자매 베스와 앨리는 모두 ‘어머니’라는 중책에 시달리고 있다. 베스는 아기를 낳을지를 언니에게 상담하러 왔고, 앨리는 남편 없이 세 남매를 키워야 하는 싱글 맘의 고충을 동생으로부터 위로받고 싶어 한다. 정리하자면, 동생은 출산을, 언니는 양육을 고민한다. 


모성애에 지워진 막중한 책무로 인해 몇몇의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 <사이코>의 노마 베이츠, <캐리>의 마가렛 화이트,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의 엘리너 이젤린 그리고 영화 <존경하는 어머니(Mommie Dearest)>의 아동학대를 교묘하게 악령의 빙의에 오버랩시킨다. 


선역들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온다. 자신을 낳아준 어미를 상대해야 하는 자식의 심경, 부모가 선물한 베프인 언니를 물리쳐야 하는 동생의 심정이 속편이 갖는 기시감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 준다.    

  

③ 애쉬 윌리암스의 그림자

베스는 조카들을 지키기 위해 영웅의 길을 걷게 된다. <샤이닝>의 피바다, 크로넨버그의 크리처를 동원해 스플래터의 부활을 꿈꾼다. 인상적인 살육과 액션이 펼쳐진다. 앞서 말했듯이 샘 레이미의 오리지널을 최대한 많이 참조하고, 상징적인 무기부터 대사, 심지어 오마주에 이르기까지 팬서비스로 가득하다. 이렇듯 이블 데드 세계관을 확장하려고 노력하지만, 전기톱을 든 시리즈의 상징을 뛰어넘지 못한다.   

   

언데드를 물리칠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광경을 보여준 것은 훌륭하다. 우연히 전기톱과 붐스틱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널브러져 있다면 시리즈 팬이라면 "Groovy(애쉬의 명대사)"를 외칠 수밖에 없다. 자체 프랜차이즈를 참조하지 않고 자신 만의 길을 개척한 용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끝맺음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모성애 테마를 끌어왔지만, 마지막에는 희미하게 증발한다. 또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사그라든 불꽃처럼 베스 만의 아이덴티티를 얻지 못한다. 애당초 제2의 애쉬가 되려는 목표가 달성하기 힘든 미션이었던지 모르겠다.


★★★☆ (3.5/5.0)


Good : 깜놀이나 잔혹함에 의존하지 않고 무섭게 하려고 최선을 다함

Caution : 원작의 재기 발랄함은 아무래도 재현하기 어렵다.


■엘리 역을 맡은 서덜랜드의 연기는 <마스크>의 짐 캐리의 과장된 표정을 연구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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