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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20. 2023

법정영화 TOP 50+2 (1)

Courtroom Movies

법알못인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법과 질서는 좋든 나쁘든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법정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변호사가 필요는 없다. 법정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보통사람이 거대권력 (혹은 대기업)에 맞서 진실, 의로움, 정의를 위해 실제로 투쟁했기 때문이다. 실화의 무게감과 억울한 사연 외에 법정영화는 내세울 것이 없다. 변호사의 최후 진술이나 결정적인 증인의 증언 등 대화가 중심이 되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갈등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할 수 있다. 역대 최고의 법정 영화를 소개한다.   





#52 :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The Exorcism Of Emily Rose·2005) 스콧 데릭슨

1976년 독일에서 있었던 안넬리제 미켈 사건을 극화했다. 영화는 미국을 배경으로 ‘에밀리(제니퍼 카펜더)’에게 엑소시즘을 시행한 신부 ‘리처드 무어(톰 윌킨슨)’이 법정에서 서면서 시작한다. 변호사 ‘에린(로라 리니)’이 사건을 조사하고 무어 신부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플래시백으로 구마의식을 교차한다.     


액자구조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공포영화 그 이상을 노린다. 자극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데는 성공한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의사가 배석하지 않는 엑소시즘'에 대한 법정공방이 빠져있다.



#51 : 증인 (Innocent Witness·2019) 이한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일종의 버디 무비로 일반인과 장애우, 변호사와 목격자라는 전혀 다른 위치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아야 할 대상이 지우가 아니라 사회에 찌든 우리라고 일갈한다. 경쟁이 강요된 현대사회에 만연한 삭막한 정서에서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건넨다.  


 

#50 : 아미스타드 (Amistad·1997) 스티븐 스필버그

재판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1839년 쿠바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노예선 아미스타드 호의 선상반란을 다루고 있다. 주모자 ‘조제프 싱케(자이먼 혼수)’을 비롯한 흑인노예들은 코네티컷에 수감된다. 이 소식을 들은 해방노예 ‘테오도어 저드슨(모건 프리먼)’은 재산법 전문 변호사 ‘로저 셔먼 볼드윈(매튜 맥커너히)’에게 도움을 청한다.      


대법원에서는 전 대통령이자 국회 의원인 존 퀸시 애덤스(앤서니 홉킨스)가 이들을 변호한다. 결국 승소하여 자유를 되찾고 남북전쟁으로 이어진 노예제도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49 : 금발은 너무해 (Legally Blonde·2001) 로버트 루케틱

아만다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 ‘엘 우즈(리즈 위더스푼)’이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여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한다. 이 법정 코미디는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함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북돋는다.     



#48 : 마셜 (Marshall·2017) 레지날드 허들린

흑인 최초의 대법관 ‘서굿 마셜(채드윅 보스만)’의 전기영화, 마셜은 미국의 인종적 평등과 정의를 위해 큰 진전을 이룩한 용감한 민권 변호사였고, 그의 초기 사건 중에 하나인 코네티컷 주 대 조셉 스펠 사건을 초점을 맞춘다. 1941년 백인 고용주를 성폭행한 혐의로 억울한 누명을 쓴 흑인 운전기사를 변호하기 위해 〈전국 흑인 진보연합 (NAACP)〉의 의뢰를 받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셜은 NAACP법률 방어기금을 설립한다. 



#47 : 웰링턴 공작의 초상(The Duke·2020) 로저 미첼 

〈노팅힐〉과 <설득>의 로저 미첼의 유작, 1961년, 내셔널 갤러리에서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아서 웰링턴의 초상화를 훔친 고령의 택시 운전사 켐튼 번튼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그는 전문 미술품 도난꾼도, 예술 애호가도 아니었으며, 연금 수급자에게 BBC TV 수신료를 부당하게 부과하는 영국 정부에 항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는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라는 대의에 입각한 그의 범죄는 영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헬렌 미렌과 짐 브로드벤트가 펴치는 달콤하고 절제된, 그리고 겸손한 영국식 코미디가 소박한 희망을 건넨다. 


 

#46 : 타임 투 킬 (A Time To Kill·1996) 조엘 슈마허

존 그리샴은 폭력적인 미국 법체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휘말리는 이들에 주목한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작은 도시,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찌든 백인 건달 두 명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재판이 열리지만, 백인우월주의로 인해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법정 청소부로 일하던 소녀의 아버지 ‘칼 리 헤일리(새뮤얼 L. 잭슨)’은 범인에게 기관총을 난사한다.     

 

자력구제 행위는 법률로 강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자신의 딸이 당했다면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신참내기 변호사 ‘제이크(매튜 매커너헤이)’와 법학도 ‘엘렌(산드라 블록)’이 칼의 변호를 맡는다. KKK와 백인들의 테러, 노련한 ‘버클리 검사(케빈 스페이시)’을 상대로 선처를 호소한다. 



#45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The Lincoln Lawyer·2011) 브래드 퍼먼

마이클 코넬리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링컨 컨티넬탈 뒷좌석에서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는 형사전문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맥커니히)’의 의뢰인은 주로 경범죄자들이다. 우연히 성폭행과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루이스 룰렛(라이언 필립)’이라는 부유한 비벌리힐스 플레이보이를 변호할 기회를 얻게 된다. 처음에 미키는 이 사건을 쉽고 간단하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했다.     


영화는 이 장르의 익숙한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째, 주인공이 겪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다. 그동안은 오로지 자신과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미국 사법체계의 시스템을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둘째, 명백히 유죄인 특권층을 변호해야 하는 것이 과연 직업윤리에 맞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에게 정의란 임의적인 것으로 의뢰인의 유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시간 안쪽의 러닝타임 동안 원작 소설의 내용을 압축해 전달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도덕적 갈등은 대부분 생략됐다. 그렇지만, 오락적인 측면에서는 모범적이다.    



#44 : 세상을 바꾼 변호인 (On The Basis Of Sex·2018) 미미 레더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다. 그녀가 로스쿨 시절과 첫 성차별 소송을 중심으로 한 영화는 판례와 법적 판례가 어떻게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시절 성(性)을 뜻하는 용어로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섹스(sex)〉 대신 사회적 성의 가치가 녹아든 〈젠더(gender)〉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43 : 야망의 함정 (The Firm·1993) 시드니 폴락

존 그리샴의 소설답게 법조계의 비리를 둘러싼 법률인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젊은 변호사 ‘미치 맥디어(톰 크루즈)’는 명문 로펌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법률회사의 일원이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안내원 ‘태미 헴필(홀리 헌터)’의 도움으로 로펌이 마피아를 위한 돈세탁에 관여하고 있다는 부패를 알게 된다. 한편 FBI가 증거 수집을 위해 협조를 요청한다. 주인공은 정의의 편에 서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를 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참고로 홀리 헌터의 5분 59초짜리 연기는 역대 오스카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분량이다. 



#42 : 레인메이커 (The Rainmaker·1997)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대학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 변호사 ‘루디 베일러(맷 데이먼)’는 보험사를 상대로 대규모 전쟁을 벌인다. 그를 돕는 이는 변호사 시험에 7번이나 낙방한 법률 보조원 덱 시플렛(대니 드비토). 처세술에 능한 도우미는 젊은 변호사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에 이른다. 젊은 변호사는 대니 드비토의 경험을 밑천으로 거대한 보험회사를 파산지경에 이르도록 만든다. 그러나 세상사는 만만치 않다.

  

영화는 젊은 변호사는 정의를 실천하는 인물로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세상을 깨달아가는 성장과정을 쫓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세력에 굴하지 말라고 외친다.    



#41 : 의뢰인 (The Client·1994) 조엘 슈마허

존 그리샴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세상의 원리를 법의 이름으로 고발하고 대안을 내걸었다. 그리샴의 법률가들은 성숙을 넘어 쇠락해 가는 자본주의의 여러 가지 치부를 콕 집는다. 〈의뢰인〉은 마피아 관련 자살 사건을 목격한 어린 소년 ‘마크 스웨이(브래드 렌프로)’과 변호사 ‘레지나 러브(수잔 서랜든)’의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영상화가 되지 않았던 생소한 법 분야 중 하나인 ‘부양의무법’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마피아와 FBI, 연방법무관 ‘로이 폴트리거(토미 리 존스)’는 유일한 증인인 11살 소년과 그의 가족에게 자살한 변호사가 고백한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소년과 여변호사는 조작과 강압을 위한 법적 권한의 오용가능성을 조사하며, 거대한 암흑세력과 정치세력을 향한 막판 뒤집기 싸움을 시작한다.   



#40 :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2007) 토니 길로이

대부분의 법률 영화가 정의를 추구하는 변호사의 영웅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은 유죄를 선고받은 화학 회사를 변호하던 변호사가 쓰러진 후 이를 수습하기 위해 로펌에서 영입한 해결사에 초점을 맞춰 색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증거조작, 논점 돌리기, 꼬리 자르기, 인격모독으로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 대신 기지를 발휘해 마무리 짓는다.    



#39 : 일급 살인 (Murder In The First·1995) 마크 로코

형벌의 본질적 목적을 묻는 영화가 있다. 처벌과 사회로부터의 격리인가 아니며 사회복귀를 위한 교화 절차(rehabilitation process)인가? '감옥'을 '교도소'로 개명한 것은 인류의 역사가 진보한 증거라고 한다. 17살의 소년가장 헨리 영(케빈 베이컨)은 여동생을 위해 식료품 가게에서 5달러를 훔친다. 이 가게가 연방기관인 간이 우체국을 겸하는 곳이라 "연방 우편물 강도"로 알카트라즈에 수감된다. 이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탈옥을 시도하다 나체로 지하 독방에 3년 2개월을 감금된다. 19주일 이상 둘 수 없는 규정 따윈 통용되지 않았다. 언어능력이 퇴화되고 자폐증세를 보이던 영은 마침내 석방된 지 1시간 만에 식당에서 숟가락으로 밀고자의 목을 찔러 살해한다.      


사건을 배정받은 24세의 젊은 관선 변호사 제임스 스탬필은 헨리 영에게 가해진 가혹행위를 눈치채고 인권 사각지대인 알카트라즈의 실상을 파헤친다. 알카트라즈 교도소를 폐쇄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헨리 영'의 교도소 내 살인사건이라는 역사적 실화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했다.    

  


#38 : 러빙 (Loving·2016) 제프 니콜스

1958년 인종차별금지법에 따라 결혼이 금지된 다인종 부부 리처드(조엘 에저튼)와 밀드레드 러빙(루스 네가)을 따라간다. 경찰의 괴롭힘, 지역사회의 살해 위협, 투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서로 사랑할 권리를 부정하는 법에 도전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헌법 수업에서  인종 간 결혼 금지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한 1967년 대법원 판례 ‘러빙 대 버지니아 사건’을 배워야 할 때 만족스러운 배경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37 :허리케인 카터 (The Hurricane·1999) 노먼 주이슨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흑인에게 차별적인 미국 사법체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영화다. 훗날 챔피언이 된 루빈 ‘허리케인’ 카터는 11살 때 백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려는 친구를 막으려다 억울하게 소년원에 보내진다. 성인이 된 후에도 살인죄로 모함을 받아 19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밥 딜런은 “Hurricane”이라는 곡을 1966년에 썼다. 덴젤 워싱턴은 카터를 전형적인 영웅으로 추앙하는 시나리오 안에서 해방시킨다. 




#36 : 세 번째 살인 (三度目の殺人·2017)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 드라마로 정평이 나있지만, 언제나 부조리를 파고드는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30년 전의 첫 번째 살인, 현재 혐의가 기소된 두 번째 살인,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세 번째 살인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개인의 정의와 법 집행의 한계 사이에서 위치시킨다. 그 모순의 곡률(곡선 또는 곡면이 휜 정도를 표시하는 변화율)에서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진실에 멀어지는 역설이 성립한다.  

   

영화는 진술을 번복하는 살인범, 새롭게 진술하는 증인 등을 등장시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관객을 밀어 넣는다. 영화는 구체적인 제도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정의와 법에 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결국 법정에서 우리가 진실에 도달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의지해야 하는지를 고찰하게 만든다.     


#35 :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2000) 스티븐 소더버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지하수 오염에 대한 집단 소송을 주도한 환경 운동가 브로코비치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여성의 특성을 ‘타인을 배려하는 윤리’로 정의했다. 법학자 로빈 웨스트는 저 윤리를 바탕으로, ‘경제적 남성’과 ‘문학적 여성’을 대비시키는 이론을 전개했다. 남성이 주도하는 법의 세계는 조직된 탐욕, 기계적인 업무 처리, 그리고 선민적 오만으로 점철된 비정의(非正義) 세계이다. 그 차가운 법조계에 여성의 따스한 인류애 앞에 약자의 손을 들어준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담고 있다. 또 여성영화에서 종종 배제되는 성적 매력을 여성의 자본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이채롭다.



#34 : 저스트 머시 (Just Mercy·2019)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

‘동등한 정의 계획(EJI)'의 설립자이자 인권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마이클 B. 조던)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스티븐슨이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형수들을 변호하는 초기 활동을 따라가며, 특히 ‘월터 맥밀리언(제이미 폭스)’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법체계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현실의 불의를 조명한다. 흑인 인권 보장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백인 캐릭터에 대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배급사 워너브라더스는 <저스트 머시>를 인종차별 교육을 위해 2020년 6월 한 달간 미국 내 디지털 플랫폼에서 무료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워너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저스트 머시>는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제도적 인종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우리가 겸허한 마음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다”라고 밝혔다.



#33 : 용감한 변호사 (And Justice For All·1979) 노먼 주이슨 

오프닝에 충성의 맹세에 나오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And Justice For All)’ 제목의 의미를 밝히며 시작한다. 진실을 가리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재판이 법조인 간의 승률 경쟁에 매몰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생산하고 있다. 정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법조계 한가운데서 ‘아서 커클랜드(알 파치노)’가 겪는 변호사로서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정의실현을 꿈꾸는 할아버지를 위해 법대에 진학했던 그는 불공정한 법체계에 좌절을 거듭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여러 사정과 오해가 겹쳐 억울하게 옥살이하게 된 의뢰인을 지속적으로 변호하며 정의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커클랜드는 자신이 경멸하는 판사를 성폭행 혐의로 변호하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두 시간 내내 영화는 미국 법률 시스템의 위선을 고발한다. 미국의 변호사윤리규범에 ‘의뢰인 비밀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시 변호사 자격 박탈 처분이 내려진다. 우리 변호사법 제26조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비밀유지의무를, 제24조 2항은 “변호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은 없다. 다만, “형사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여 적극적으로 허위진술을 하거나 피고인으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할 경우에는 범인도피교사 또는 방조죄”라는 취지의 대법원판결(2012도 6027 사기. 범인도피교사등)은 있다,

  


#32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2020) 아론 소킨

1968년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이질적인 운동가들을 공동 피고인으로 둔 1969년 4월 9일부터 1970년 2월 20일까지 열린 재판을 다루고 있다. 소킨은 역사적 핵심을 두고 극적인 우아함을 위해 많은 변화를 줬다. 그런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법 제도가 어떻게 정의를 가로막는지, 다수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가 현상 유지에 도전할 때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예수를 처형된 죄목이 ‘정치범’라는 사실을 들지 않아도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정권과 체제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순간 높으신 분들에게 그 존재 자체로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 <트라이얼..>은 기획수사가 왜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1 :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1997) 톰 새디악

짐 캐리가 합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친다. 아들이 아빠의 거짓말을 멈추게 하기 위해 생일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위에서 짐 캐리는 트리플액셀을 뛴다. 그 빙판을 제공한 것은 ‘휴먼드라마’이다. 물질만능주의의 유혹과 아들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짐 캐리의 정극연기가 코믹하면서도 감동을 준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정치인으로 바꿔, 대한민국에서 <정직한 후보>로 탈바꿈했다.   



#30 : 프라이멀 피어 (Primal Fear·1996) 그레고리 호블릿

〈프라이멀 피어〉는 정신 질환을 가진 범죄자를 쉽게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의 맹점을 파고들어 의문을 제기한다. 소심한 말더듬이의 애런이 되었다가, 거칠고 교활한 로이가 수시로 튀어나오는 에드워드 노튼의 다중인격 연기는 영화 전체를 훔친다. 선의로 피고인을 변호한 마틴 베일(리처드 기어)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건의 실상이 밝혀질 때마다 점점 더 곤혹스러워진다.



#29 : 피고인 (The Accused·1988) 조나단 카프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35년이 지난 지금도 〈피고인〉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투 운동과 이와 유사한 진전된 노력으로 성범죄에 둘러싼 대중의 담론은 확실히 높아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라 토비어스(조디 포스터)의 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강간 사건에서 사법시스템이 피해자를 어떻게 정하는지(또는 인정하지 않는지) 조명한다. 특히 법정 장면에서 사라의 생생한 경험을 깎아내리려는 변호사들의 끊임없는 시도를 보여줘서 더욱 거북하다.     


조디 포스터는 ‘당시는 여성이 치마를 입고 있었으니 강간당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었다며 “개인적으로 <피고인>은 여성과 폭력에 관해서 대화를 시작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8 :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13th·2016) 아바 뒤베르네

"당사자가 정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에 대한 형벌을 제외하고는 노예제도나 비자발적 노역은 미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제13조의 예외조항으로 노예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다고 고발한다. 남부지역의 경제를 뒷받침하던 400만 노예들이 해방되자,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하여 노예 대신 범죄자를 양산하고 재소자 임대(Convict Leasing) 방식으로 값싼 노동력을 조달하였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량 수감, 미국 교도소 사업(범산복합체), 인종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형법 수업시간에 시청하면 좋을 교보재이기도 하다. 



#27 : 필라델피아 (Philadelphia·1993) 조나단 드미

아카데미 남우주연·주제가상

〈필라델피아〉는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공포가 지배하던 90년대에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작품이다. 필라델피아 명문 대형 로펌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자신의 동성애 사실과, HIV 감염 사실을 숨기려고 애쓰는 변호사 앤드류 베켓(톰 행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국 그의 비밀은 동료에 의해 폭로된다. 갑자기 해고당한 그는 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 그를 도와줄 유일한 변호사는 조 밀러(덴젤 워싱턴) 뿐이다.  

   

영화는 정서적 사회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 차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동시에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화두를 던진다. 즉 우리 안에 증오를 인정하고 직면할 때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여전히 의미가 있다.    



#26 : 래리 플린트 (The People Vs. Larry Flynt·1996) 밀로스 포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래리 플린트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나 같은 쓰레기가 보호받는다면 당신 모두가 보호받을 것이다”라는 구호는 큰 호소력을 지닌다. 래리 플린트는 실제 미국 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몇 단계 격상시킨 기념비적인 사건의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정의(正義)나 도덕성의 반대편에서 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도색잡지 발행인과 하버드 출신 변호인 알란 아이삭맨이 1987년 연방 대법원에서 거둔 승리는, 오늘날 언론이 공인을 향해 강도 높은 풍자를 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 밑바탕이 되었다.     


@임준규 님에게 이 글을 헌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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