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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AI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

《The Creator·2023》후기

by TERU

2050년대에 인공지능이 로스앤젤레스에 핵폭탄을 터트려서 전쟁이 발발했다. 2070년경에는 서구에서 AI는 금지된다. 반면에 아시아 국가들은 연합하여 ‘뉴 아시아’를 만들었고, 인공지능은 이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했다. 미군 병사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전쟁에서 이길 결정적인 무기를 만든 창조자 ‘니르마타’를 찾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창조자는 아이 모습을 한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실종된 아내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다.



01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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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사이버펑크 영화들은 기계를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했다. 가렛 에드워즈는 이 전통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세계관을 펼친다. 가렛 에드워즈는 세계관을 비주얼로 보여준다. 건축물, 기술 수준, 전쟁의 역사를 생생한 느낌으로 전달한다. 인물이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도 설명이 아닌 시각 정보로 제시되기에 코믹스 영화의 트렌드를 영리하게 회피한다. 가렛 에드워즈는 독립영화처럼 그레이그 프레이저, 오렌 소퍼 촬영감독 등 소수의 스태프와 함께 80여 곳을 답사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세트와 CG, 모션 캡처 없이 대형 SF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적은 예산(8000만 불)로 완성했다.



02 갈등의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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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사살하는 장면이 계속 나옴에도 AI 로봇 캐릭터들은 인간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모순을 설파한다. 즉 〈크리에이터〉의 시나리오는 관객을 신뢰하지 않고 갈등구조를 단순화시켰다. 사려 깊은 아이디어가 이런 단점 때문에 감정적 카타르시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안드로이드들과 하이브리드인 ‘시뮬런트’에 서정적인 풍경을 더해 인간적인 정취를 자극하지만, AI의 잠재적 위협을 잠재우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아바타〉의 나비족처럼 자연을 존중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서구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아이 모습의 창조주는 〈블레이드 러너〉처럼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되묻지만, 그의 행적은 자꾸만 "제국에 저항하는 반란군"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베트남전쟁을 연상시키는 동남아시아 풍경이 더욱 그런 분위기로 몰아간다. 또 가나(仮名)와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을 제외한 여타의 동양문화가 엿보이지 않아서 ‘뉴아시아’에 대한 인상은 단편적이다.


0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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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가 특별한 이유는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와 반전(反戰)영화의 균형감을 균질하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웅적인 활약, 레이저 총격전, 우주선 전투를 보여주면서도 전쟁의 잔인성, 무자비함, 피폐함을 동시에 담았다. 특히 베트남전, 이라크전과 아프간전까지 명분 없는 침략을 벌인 미국의 행태를 비판한다. 특히 창조자를 색출하는 작전은 정치와 사회에 종교적 맥락을 더해 오사마 빈 라덴을 연상시킨다.


코믹스 블록버스터와 달리 각성에 의존하지 않고, 아군이 비뚤어진 이데올로기를 관철시키려는 신념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사실적으로 담았다. 또한 물리법칙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준수하고 있기에 약간 성에 안 찰 수 있다. 군인, 병사는 슈퍼히어로가 아니기에 초인적인 파워는 존재하지 않아야 리얼리티를 살렸다. 블록버스터로 대규모 예산을 투여하지 않아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동시에 IP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많은 레퍼런스를 리믹스하여 친숙하면서도 신선함을 유지하는 비결을 간직하고 있다.



★★★☆ (3.5/5.0)


Good : SF 전쟁의 스펙터클과 반전(反戰)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Caution : 왜 AI를 걱정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 끝내 소명하지 못한다.


●세계관 구축이 경이롭다. 에드워즈는 '〈지옥의 묵시록〉'(1979), '〈블레이드 러너〉'(1982), '〈아키라〉'(1988)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레퍼런스를 재가공한 솜씨가 기막히다. 겉보기와 달리 알맹이는 경외감으로 가득하다. 창의성이란 이런 디테일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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