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2023)》
로맨틱 코미디는 주인공이 승리하는 액션 영화만큼이나 결말이 정해져 있다. 《30일》은 시작부터 남녀가 만나 러브러브하는 발상을 뒤집는다.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는 이혼을 30일 앞둔 상태로 다시금 싸우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며 그로 인해 동반 기억상실 상태가 된다. 기억상실은 〈이터널 선샤인〉의 선례를 본받아 서로를 왜 미워했는지 그리고 사랑했는지를 리셋한다.
영화 초반은 액셀을 세게 밟으면서 이혼 조정 과정에서 매우 과장된 콩트식 개그를 펼친다. 이 부분만 적응한다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밟으면서도 중간중간 클리셰를 살짝 비튼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엽기적인 그대〉, 〈내 아내의 모든 것〉 이례로 클리셰로 정착된 지질한 남주와 엽기적인 여주의 환장 케미가 빛을 발한다. 특히 개천용인 남편과 금수저 아내, 그리고 시어머니, 장모님이 끼어들면서 K-막장드라마의 클리셰를 끌어와 매우 한국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거듭난다. 공감도 되고 현실감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영화 내내 정소민의 '똘끼'와 강하늘의 '찌질美'가 치열하게 치고받는다. 다만 정열과 나라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짧게 처리되었다. 과거에 애틋했던 회상 장면에 영화가 힘을 주고 있어서 그렇다. 이런 약점을 에피소드 즉 쇼츠 영상처럼 짧은 개그를 자연스럽게 연결해놓아서 해결한다. 특히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개그 코드를 살짝 비틀어놓아 관객이 예측할 수 없게 한 영리함이 돋보였다. 정소민이 막 나가면 강하늘이 개그를 받아주는 식이다. 또 조민수에 주목하길 바란다.
《30일》은 〈스크림〉 같은 장르를 갖고 노는 메타 장르 영화는 아니다. 남녀가 이뤄진다는 과정에 모든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쏟아부은 성실한 작품이다. 열심히 머리를 싸맨 제작진을 응원하고 싶다.
★★★ (3.2/5.0)
Good : 사랑도 리부트 되나요?
Caution : 만약 추석시즌에 개봉했다면 더 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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