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Comedies (rom-com)
일종의 패자부활전으로 이전에 포스팅한 〈로맨스 영화 100편〉, 〈코미디 영화 110편〉, 〈뮤지컬 영화 100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낭만적인 영화들을 추가했습니다. 〈애니홀〉, 〈이터널 선샤인〉, 〈이프 온리〉, 〈청설〉, 〈로미오와 줄리엣〉,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말할 수 없는 비밀〉, 〈금발은 너무해〉, 〈웨딩크래셔〉, 〈마누라 죽이기〉, 〈결혼이야기〉, 〈어린 신부〉, 〈프렌즈 위드 베네핏〉, 〈19번째 남자〉, 〈하이 스쿨 뮤지컬: 졸업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사브리나〉, 〈어바웃 어 보이〉, 〈미녀는 괴로워〉, 〈싱 스트리트〉 등의 중복작들은 제외했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가을여행, 1991〉 연출 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곽재용 감독은 1999년에 김호식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실화를 영화화했다. ‘엽기녀(전지현)’의 거침없는 기행은 과거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멜로드라마의 여성상을 전복시킨다. 거친 언행의 그녀에게 황당하고 어이없어 어쩔 줄 몰라하는 ‘견우(차태현)’의 가식 없는 너그러움에 웃음 짓게 한다. 〈엽기적인 그녀〉는 이처럼 달라진 멜로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이 핵심인 영화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 화제가 되었고, 심지어 유럽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네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타임〉 등 로맨틱 코미디 명가 ‘워킹 타이틀(Working Title Films)’을 대표하는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가 직접 연출한 <러브 액츄얼리>는 실로 방대한 야심을 품은 작품이다.
크리스마스의 런던을 무대로, 19명의 남녀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다. 신분의 장벽을 넘어서는 사랑, 언어를 뛰어넘는 사랑, 믿음을 잃어버린 사랑, 이성 대신 선택한 가족에 대한 사랑, 우정과 갈등하는 사랑, 진득한 우정에서 배어 나오는 사랑 등등 일종의 연애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수지와 샘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춘기 동안 첫사랑을 나눈다. 사랑의 도피를 택한 12살 소년소녀를 지켜보면,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 요소(경이로움, 광란, 동경)들을 볼 수 있다.
능수능란한 사기꾼 ‘진 해링턴(바바라 스탠윅)’은 찰스 ‘홉시’ 파이크(헨리 폰다)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지만 찰스에게 조금씩 매력을 느끼고, 원래 목표와 자신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로맨스’를 최고의 사기행각으로 바라봤던 스터지스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의상·각본상
'오드리 헵번'은 할리우드의 마법으로 단숨에 현대에 옮겨진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에른스트 루비치의 〈모퉁이 가게〉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펜팔을 이메일로 업데이트한다. 온라인 데이팅 즉 익명의 상대와 채팅창을 통해 추파를 던지는 최초의 로맨틱 코미디다.
노라 애프론은 동네 서점과 도서 체인점 간의 마케팅 경쟁을 더한다. 개봉당시 ‘아마존닷컴’ 같은 인터넷서점이 보편화된 것은 아니지만, 감독은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를 빠르게 캐치했다.
얼마 전 이혼한 언론인 부부의 러브 스토리와 사형집행을 취재하며 정치적/직업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엮여있다. 밝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와 어둡고 무거운 언론드라마가 수시로 교차하며 경쾌하고 속사포의 대사들로 이루어진 시원한 진행이 일품이다.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미디어 같은 여러 장르가 충돌하며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직업윤리의식(기자), 여성의 권익향상에 대한 남자들의 거부감 등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여러 면에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아카데미 각본·남녀조연상
우디 앨런은 〈애니 홀〉, 〈맨하탄〉,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주옥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꾸준히 생산한 공장장이다. 그간 TOP100에서 다루지 않은 작품을 골랐다.
자매 간의 불륜과 질투를 다루는 통속극이지만 개그가 인물과 플롯 안에서 개연적인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모든 인물들의 불안과 권태가 섬세하고 짙게 묻어나서 자극적인 소재마저 일상처럼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현실의 삶 또한 그저 존재하는 사건들이 느슨하게 모인 것이라는 것을 영화화한 셈이다.
제인 오스틴의 클래식 〈엠마〉을 LA 베벌리 힐즈로 옮겨와 새로운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앨리샤 실버스톤은 세대를 결정짓는 연기로 자신만의 관용구를 발명했다. 해커링의 세계는 활기차고 우스꽝스럽지만, 지적이며 이성적이기도 하다. 원문을 매우 섬세하게 90년대 십 대 은어들과 속어들로 압축한 공로는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영화 속 하이틴 문화에 대한 풍자와 숭배는 인플루언서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인류학적으로 90년대 하이틴 문화를 담은 기록물로 손색없다.
연애에 관한 환상적인 탐험이 준비되어 있다.
왠지 봄이 되면 자동소환하게 된다. 매번 볼 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첫사랑, 청춘, 싱그러운 캠퍼스, 벚꽃, 두근거림, 설렘, 떨림 등, 모든 시작이 총집결한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픽사의 가장 대담한 작품인 이 영화는 상반된 배경을 가진 두 로봇이 은하계를 넘나들며 사랑을 속삭인다. 특히 숨 막히는 오프닝 장면은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등의 무성영화 클래식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월-E와 이브는 대화기능이 없지만. 그 진심은 온전히 전달된다.
아카데미 작품·각본·감독·남녀주연상
로맨틱 코미디의 할아버지이자 ‘트래쉬 코미디(예시_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먼 조상이다. 여전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소위 '각선미 히치하이킹'의 원조이다.
부유층의 허세와 특권을 무자비할 정도로 조롱하며 남녀가 다투면서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가꿔간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발명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도넛을 커피나 우유에 담가 먹는 게(dunk in) 제일이라고 한 데에서 '던킨 도넛' 상호명이 유래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미를 찬란하게 파괴하는 파격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메이트’로 정의되는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낭만으로 가득 차있다. 아마도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를 이해하려는 몸부림’이라고 영화는 요란하게 외치고 있다.
여성에게 《신데렐라》가 있다면 남성에게는 《노팅힐》이 있다.
칸 영화제 감독상
(PTA가 생각하는) 사랑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상대방이 답해주길 기대하는 행위이다. 불안정한 성격의 배리(아담 샌들러)가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결점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다룬다. 누나 7명의 등쌀에 기를 못 펴는 소심남이 연애를 하게 되면서 자신을 옥죄는 것에서 벗어난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맘마미아》의 각본을 썼고, 《러브 액츄얼리》을 연출한 '리처드 커티스'는 로맨스와 유머의 황금 배합을 잘 알고 있다.
베니스 영화제 볼피컵, 아카데미 작품·각본·감독·미술·편집상
빌리 와일더는 곧잘 미국사회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었다. 직장상사의 밀회장소를 제공해 주는 스토리는 직장인들의 불만을 해소해 준다. 직장 내 괴롭힘과 권력자의 갑질·부조리를 꼬집을 때마다 코미디가 자연 발생한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60년대 할리우드는 섹스와 로맨스가 거래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직장 코미디 영화 중 하나다.
롬콤을 좋아하지 않는 냉소주의자들을 달래주는 완벽한 치료제다. 타임 루프 로맨스의 시조로, 주인공이 우연히 초자연적인 상황에 직면해서 내면을 성찰하고,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플롯을 확립했다.
2월 2일, 우리나라의 경칩과 같은 성촉절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 자기중심적인 남자 필(빌 머레이)이 타임루프에서 탈출하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필은 평소 관심이 가던 동료 ‘리타(앤디 맥도웰)’에게 진심을 전하려고 하지만, 매번 퇴짜를 놓는다. 어느 날 필은 리타를 유혹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 순간 필에게 찾아온 경이로움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다. 필은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과 친해지고, 그들에게서 친절과 존중을 배우게 된다. 반복되는 성촉절 하루마다 그의 매너리즘과 이기심이 서서히 씻어낸다. 감정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놀라운 영화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또 보고 싶게 한다.
로코물의 성서는 맥 라이언을 단숨에 세기의 연인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전 세계가 모방하려고 노력한 롬콤의 표준이 되었다. 1989년에 개봉과 동시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는 영화가 남녀가 정말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사려 깊게 다루기 때문이다.
젠더에 구애받지 않는 지금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영화는 장르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걸작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샐리 올브라이트(맥 라이언)의 톡톡 튀는 기발함과 해리 번스(빌리 크리스털)의 괴팍한 비관주의가 결합하고 노라 애프런의 지적인 대사들이 하모니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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