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Eye Samurai·2023》
《푸른 눈의 사무라이》는 캐나다계 미국인 마이클 그린('로건',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작가)과 앰버 노이즈미가 제작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다. 1633년 쇄국정책을 내건 에도(江戶) 시대를 배경으로 서양인 아버지를 둔 혼혈 검객 미즈(마야 어스킨)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복수를 꿈꾸던 그녀는 사무라이를 꿈꾸는 소바 장인 링고(오카 마시), 거만한 사무라이 타이겐(대런 바넷), 도쿠노부 가문의 다이치 영주의 딸 아케미 공주(브렌다 송)를 만난다.
제작자의 인터뷰를 미뤄볼 때 시바타 렌자부로의 《네무리 쿄시로(眠狂四郞)》를 몰랐던 듯싶지만, 서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둬서 눈이 푸른색인 혼혈 낭인 이야기는 일본 찬바라(チャンバラ, 칼부림) 영화의 흔한 소재 중 하나다. 여기서 찬바라 영화란? 사무라이가 살인과 성적 쾌락을 탐하는 피카레스크 요소가 강한 장르다. 안티히어로인 주인공이 일본도로 들고 싸우기에 잔혹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 무뢰(염치없는)와 자극적인 댄디즘이 특징이다.
《푸른 눈의 사무라이》도 그런 경향을 따르지만, 액션과 내적 갈등이 균형을 이뤘다는 점이다. 찬바라 영화가 개척한 표현양식들을 따르면서도 이 장르가 태생적으로 유희성 짙은 오락물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일본에 상륙한 네 명의 백인 중 친부에게 복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층민 출신 검객, 홍등가의 게이샤, 이토 막부를 노리고 있는 다이묘(영주)과 서양 상인 등이 펼치는 활극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표현방법과 비슷한 점들이 엿보인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장면이나, 음향으로 칼의 부딪힘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음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찬바라 영화와 달리 《푸른 눈의 사무라이》의 중심에는 칼싸움보다 인간들이 있다. 구로사와는 결투장면에 ‘최대한의 심리전과 최소한의 싸움’이란 원칙을 적용했다. 결투에 앞서 미즈의 심리 묘사에 공을 들인 뒤에 적을 제압한다.
스튜디오 블루 스피릿(Blue Spirit)의 그림체는 〈아케인〉의 겐디 타르타코프스키를 연상시킨다. 회화적으로 생생한 풍경 아래 치밀한 액션 연출이 버무려져 최고의 세트피스를 구성한다. 눈 덮인 숲에서 고풍스러운 마을, 정교한 궁궐에 이르기까지 공간에 대한 묘사가 화려하다. 멋진 배경 아래 사무라이 칼싸움, 장대한 전투 시퀀스, 훈련 몽타주가 시청자들에게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전투 장면 외에는 아트스타일이 간혹 단조로워 보인다. 3D 모델링이 종종 디지털 효과가 과해서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거의 손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는 자연 풍경이나 양식화된 액션 합이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떨어진다.
그럼에도 주인공 미즈의 심경에 강하게 이입할 수 있었다. 미즈란 일본어로 ‘물’을 의미한다. 앰버 노이즈미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물의 성질에 근거해서 명명했다고 한다. 물이 가져오는 유동성의 이미지는 미즈가 겪은 비참한 과거사와 현재의 소박한 행복을 교차시키는 매개체다. 섬세한 심리 묘사는 주인공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기에 액션을 펼치는 당위성에 공감하게 된다. 평생을 복수에 바쳤던 주인공의 냉정함이 인정에 흔들리는 대목이 훌륭하다. 복수귀의 이면에 흐르는 동정심이 그녀를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녀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상당하고 말이다.
액션 연출이 찬바라의 전통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면서 1인칭 액션 게임 등 모던한 시도를 한 점이 좋았다. 마이클 그린은 무술감독 써니 선(Sunny Sun)과 〈어벤져스〉에 참여했던 연출가 제인 우(Jane Wu)에게 액션을 일임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부터 〈자토이치 시리즈〉까지 깊이 연구했다고 한다. 그밖에〈구로사와 아키라〉, 〈수라설희〉, 〈13인의 무사〉, 〈킬빌〉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 (4.1/5.0)
Good : 인물에 동화하게 만드는 서사
Caution : 자극적인 폭력과 섹스
■1633년이면 4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츠나의 치세이나 애니메이션은 이토 타카요시라고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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