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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25. 2024

웡카*달콤한 동화

《Wonka·2023》노스포 해석 후기

로알드 달의 동화는 지금껏 두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진 와일더 주연의 원작〈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와 조니 뎁 주연의 리메이크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이다. 이번 《웡카》은 원작의 주인공 ‘윌리 웡카(티모시샬라메)’의 젊은 날을 다룬 프리퀄이다. 감독인 폴 킹이 〈패딩턴 2〉의 공동 작가였던 사이먼 파나비와 함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썼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판타지 뮤지컬 

영화의 성격은 판타지 가족 영화이자 뮤지컬 코미디다. (원작에 없는) 윌리 웡카가 사업가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상상한 것치고는 무난하다. 또 순수한 동심을 지닌 아이들이 사악한 어른을 무찌르는 로알드 달(원작)의 주제에 충실한 편이다. 동화처럼 이야기가 술술 진행되지만, 지루해질 법한 구간마다 뮤지컬 형식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웡카의 성격은 조니 뎁보다는 진 와일더에 가깝다. (조니 뎁의 윌리 웡카는 팀 버튼 특유의 피터팬 콤플렉스와 어색한 부자 관계를 묘사하고 있어 원작과는 거리가 멀다.) 1971년 진 와일더가 불렀고, 레슬리 브리쿠스와 앤서니 뉼리가 쓴 주제가“Pure Imagination"을 티모시샬라메가 직접 불렀다. 감독이 빙 크로스비(최초의 미국 국민가수)처럼 노래했다고 극찬했다. 립 서비스가 과하다. 참고로 1971년의 "Oompa Loompa"는 휴 그랜트가 직접 불렀다.


북아일랜드 챔버 팝(실내악) 밴드 ‘디바인 코미디(The Divine Comedy)’의 닐 해넌이 음악을 맡았다. 1971년의 레슬리 브리쿠스와 앤서니 뉼리만큼 전염성 있는 넘버를 찾아볼 수 없다. 신곡 중에 그나마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곡은 "A World Of Your Own"와 "For A Moment"이다. 샬라메의 보컬은 얇은 편이고 음높이도 한정적이나 충분히 조율되어 있다. 크리스토퍼 가텔리의 안무도 격렬한 탭 댄스나 움직임이 민첩함을 요하는 턴 동작이 있긴 하지만 무난한 편이다.



ⓑ 로알드 달에 비해 순한 맛(?)

영화는 무난하지만, 원작의 매운맛이 너무 순해졌다고 느껴질 것이다. 로알드 달은 2차 대전 참전 용사이자 미국에서 스파이(대사관 부 공군무관)로 활동했었기에 그리 고분고분한 양반은 아니다. 생전에도 반유대주의와 여성혐오, 인종 차별(움파룸파)로 비난받았고, 원작 동화에도 블랙 유머와 사디즘(나쁜 아이는 체벌하더라도 똑바로 고쳐야 한다)이 내포되어 있다.


《웡카》는 그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성장영화로는 실패했다. 《패딩턴 1,2》에 비해 갈등이 단조롭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 원작과 진 와일더의 윌리 웡카는 마법사이자 발명가, 쇼콜라티에로서 전지전능하다. 아이들을 갖고 놀고, 괴짜다운 이상한 행동을 하기에 종종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 공포스러운 면은 대중매체에서 폭넓게 인용되었다. 아래의 뮤직 비디오가 그런 무서운 이미지를 활용했다.

https://youtu.be/Mq1sHDwpgqo?list=OLAK5uy_lW5ofD_LnvitLS1Sk-nZUWO16yEH3sHpo


원작의 웡카가 괴팍하고 예측불허인지라 누구에게 초콜릿 공장을 물려줄지 종잡을 수 없게 되고 긴장감이 생성된다. 반면 《웡카》의 윌리 웡카는 로알드 달이 상상한 캐릭터의 오만하고 권위주의적인 면을 제거했다. 킹과 파나비의 시나리오는 달의 달콤씁쓸한 맛에서 쓴맛을 뺐다. 반대급부로 모든 것이 정형화시켰지만, 모두에게 단맛을 제공한다. 《웡카》는 두 가지 시련을 통해 순한 맛을 보완하려고 했다.


첫째, 외부요인으로 피켈그루버, 프로드노스, 슬러그워스의 초콜릿 카르텔이다. 이들은 맛과 품질, 초콜릿 함량에서 경쟁이 안 되자 경찰서장과 추기경과 짜고 웡카를 시장에서 퇴출 시킨다. 단합은 내부자들끼리 정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언제든 큰 이익이 예상된다면 카르텔은 쉽게 붕괴된다. 결합성이 약한 측면을 간과한 채 제작진은 인맥, 연줄로 외부인을 배척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좀 더 경제학적인 접근을 했다면 더 깊은 갈등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첫 번째 갈등은 웡카의 외부요인이므로 그의 내적 성장과는 무관하다.


둘째, 어머니의 유언이다. 웡카가 왜 초콜릿 사업에 매진하는 동기로만 활용한다. 이것이 웡카의 내적 성장이 납작해진 이유다. 그렇기에 윌리 웡카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기억은 플립북 스타일로 아름답게 시각화했지만, 감동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다. 더욱이 영화는 ‘누들(칼라 레인)’를 원작의 찰리처럼 ‘웡카와 어린이’ 구도를 대체시킴으로써 이 소재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누들의 기원담은 〈올리버 트위스트〉의 패러디라 쉽게 예측됐다. 


ⓒ기획의 승리

1971년 원작에 대한 오마주

웡카와 움파룸파의 디자인, 노래, 율동, 네이선 크롤리의 프로덕션 디자인, 린디 헤밍의 의상, 정정훈의 촬영을 쫓다 보면 영화는 1971년 오리지널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초콜릿 가게 시퀀스는 1971년 원작을 요약한 것 같다.


여기서 기획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조증에 가까운 낙관주의로 즐겁게 하고, 성인 관객에게는 1971년 원작을 추억하는 팬심을 노린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21세기부터 세계 영화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20세기 프랜차이즈에 대한 호소력이 약한 편이라 그런 노스탤지어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 같다. 2005년 리메이크 영화라면 몰라도 말이다.


어쨌든 영화는 1971년 오리지널의 연장선에 서 있다. 그러나 1971년 원작은 진 와일더의 과장된 연기로 이뤄진 어린이·청소년용 블랙코미디다. 다섯 명의 아이 중에 정직한 어린이를 가려내는 줄거리에는 일종의 성인식처럼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는 숨은 주제가 깔려 있었다. 즉 아이에게는 교훈을, 어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이다. 이 점은 계승되었을까?


누들과 웡카

그 점은 누들이 분량이 많은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 《웡카》의 세계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며, 상위 1%가 나머지 사람들을 지배한다. 영화는 기득권층끼리의 단합을 지적한다. 슬러그워스, 프로드노즈, 피켈그루버의 초콜릿 카르텔(자본)에 줄리어스 신부(종교, 이데올로기)과 경찰서장(무력)이 결탁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유럽 역사에서 왕권(교권)을 위해 성직자와 귀족(기사)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마녀사냥을 자행한 것은 명명백백하다. 극중 웡카를 제거하기 위해 그를 추방하거나 죽이려는 행위로 묘사되어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1계급(성직자)과 2계급(귀족, 기사)이 제3계급(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에 의해 타도되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이러한 상징은 의미심장하다. 유쾌한 분위기 아래에 은근히 깔려오던 대단히 끔찍하고 잔악무도한 세계라고 각인시킨다. 스크러빗 부인의 세탁소에 끌려온 누들 개인이 이렇게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가 아니라 누들이 부패한 권력에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는 세계관의 비극과 피해자를 대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로알드 달의 민감한 묘사를 삭제했다. 동화의 초판본에서 움파룸파는 흑인이었으나 영화는 휴 그랜트로 그런 불만을 피한다. (초판본에 찰리가 피그미족이라고 지칭하는 대사 등은 출간 이후 대폭 수정되었다. 그러나 움파룸파의 복지나 처우에 대한 묘사로 미뤄봤을 때 달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흑인 배우를 곳곳에 기용함으로써 (원작의) 제국주의적 흔적을 지우려 애썼다. 오늘날 기준으로 달의 위험한 외모 유머 역시 부패한 경찰서장이 뇌물 초콜릿으로 살이 찌는 개그를 제외하고 나오지 않는다. 


《웡카》는 1971년작의 프리퀄로 엄격하게 규정짓지 않았다. 폴 킹 감독은 감독은"내가 제작하고 싶었던 것은 그 영화의 동반자 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했고, 그래서 《웡카》는 독립적인 영화로 느껴지기 때문에 성공했다. 스크럽빗 부인의 세탁소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는 고아 누들을 해방시키는 이야기로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난다. 누들의 시선을 통해 괴짜 웡카의 매력을 엿볼수 있으며 영화는 조니 뎁의 특이한 사이코패스가 될지 진 와일더의 사탕 장인 둘 다 아니다. 샬라메의 웡카는 단 몇 분 만에 호감 가는 친절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3.4/5.0) 


Good : 남녀노소 모두 빠져들 달콤함

Caution : 안전한 기획은 모든 것을 정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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