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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28. 2024

황야*마동석이 마동석했다

《Badland Hunters·2024》

《황야》는 공개 직전까지 홍보를 하지 않아 불안했다. 롯데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환했다는 사실이 부정적인 징후로 읽혔다.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황궁아파트 103동이 등장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관·이야기라며 속편이 아니라는 허명행 감독이 말해서 의아했다.


《황야》는 빅펀치 픽처스(마동석의 영화사)의 한계를 드러낸다. 〈범죄도시3〉,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성난 황소〉,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부러더〉, 〈압꾸정〉 같은 천편일률적인 마동석 영화는 한마디로 성의가 없다. 마동석이 농담 따먹고 주먹질하는 것 외에 성의가 없다.


 

불편하고 더러운 고어 액션

영화는 팔다리를 잘리고, 목이 떨어지는 고어 액션이 충격을 던진다. 또 총격전이 많은데, M16 계열의 자동소총이 탄창 교환 없이 5.56mm 탄이 바닥나지 않는다. 총기 파지법, 사격자세 역시 엉성하기 그지없다. 무술 감독이 연출했는데 도대체 왜 이럴까?


52세의 마동석은 물리적으로 동작을 소화하기 힘들어질 경우가 잦아졌다. 액션 내내 카메라는 가만두지 않는 것은 떨어진 민첩성과 파워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편집과 촬영, 사운드 등 기술적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4〉을 찍을 때 59세에도 불구하고 스턴트 없이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환갑의 연세에도 그 흐느적거리고 느려터진 몸동작을 픽스 샷(고정된 카메라)으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왜냐하면 존 윅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관객을 속이지 않는 ‘진짜 액션’을 팬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장르 영화의 제1요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장르문학, 만화와 게임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장르 영화가 어설프다. 장르 영화는 어떤 세계관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그 현상이 일어난 구동 원리, 그 시스템이 운영하는 작동 방식 즉 그 세계관을 이루는 철학적 베이스를 간과한다. 그러니 소재가 가진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특이점의 그 순간만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들은 대재앙 앞에서 이기적이고 무책임해지기 쉬운 인간 군상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그런데 《황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계급투쟁이나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잃는 도덕적 해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명색이 고어물이고, 생체실험 소재가 등장함에도 구성이 헐거워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물음표만 차곡차곡 쌓인다. 멀쩡했던 군인들이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양기수(이희준)에게 복종하는지, 아파트 거주민이 자기 자식을 못 만나게 하는 데도 왜 가만히 있는지, 수나가 물을 마셨는지도 확인도 안 하고 생체 실험을 하는 등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 이어진다. 자극적인 요소를 도입했다면 등장인물들이 맛이 간 이유를 미리미리 설명해야 한다.


황궁 아파트 장소만 소개하고 대지진 이후의 생활양식, 경제구조, 생존 법칙을 무시했다. 그러니 그 세계관이 단편적이고 식상할 수밖에 없다. 설정뿐인 얄팍한 세계관에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 역시 1차원을 벗어날 방도가 없다. 적대적인 고성, 감탄사, 비속어나 농담 따먹기로 점철돼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악역이라고 해서 마동석과 왜 대립하게 되었는지를 차곡차곡 설명했어야 했다. 대립 구도와 당위성이 없으니까 액션이 맥락 없는 살상이나 잔혹함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야기 흐름을 끊어먹는 농담은 쓸데없이 던지는지 모르겠다. 〈범죄 도시 2, 3〉을 극장에서 볼 때도 아무도 웃지 않을 때 민망했었는데 이번 《황야》도 마동석의 농담이 암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잔인한 고어와 생체실험에 찬물을 끼얹는다. 애드리브는 자연스럽게 묻어 들어가야 한다.


★☆ (1.5/5.0)


Good : 이은호 중사(안지혜)의 액션

Caution : 《범죄도시4》의 허명행 감독의 데뷔작


●장점은 기계체조 선수 출신의 안지혜가 직접 담당한 스턴트가 좋았다. 또 대결하는 동기나 과정은 얼렁뚱땅이고, 지나치게 단조로운 촬영과 편집임에도 무술감독 출신답게 액션의 동선은 짜임새 있었다. 그리고 이희준 배우가 그나마 캐릭터 연구를 좀 한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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