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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r 25. 2024

댓글부대*여론조작의 위험성

《댓글부대 (Troll Factory·2024)》


인터넷에서 본 글 어디까지 믿으세요?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에서 영감을 받은 장강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국정농단에서 밝혀진 바대로 ‘온라인 여론이 조작’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누구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믿지 않으면서도 가짜 뉴스에 알게 모르게 영향받기 때문에 《댓글부대》의 이야기가 마냥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팀알렌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는 중소기업 대표에게 들은 의혹으로 만전 그룹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 당해 정직당한다. 의문의 제보자로부터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런데, 내부고발을 통해 실체에 다가서는 추적을 포기한다. 대신에 댓글부대 댓글부대 ‘팀알렙’의 실체를 일찍 밝힌다. 영화는 여론 조작이 이뤄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범죄영화처럼 악인은 응징하기보다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알리는 사회파 영화에 가깝다. 스마트폰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댓글을 통해 우리가 언제든 선동과 날조에 속거나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짜 뉴스를 통해 혜택을 얻는 큰 손(영화에서는 대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기득권과 결탁해 여론 조작하는 형태를 고발한다. 


이렇게 되니까 주인공이 뒷방늙은이로 밀려난다.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사건에 다가가지 못한다. 그저 내부고발을 청취하고 이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화자 역할로 제한된다. 더 황당한 점은, 원작처럼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후로 건너뛴다. 즉 상진에게 접근한 팀알렌의 동기나 목적은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았던 듯싶다. 음모가 분명하지 않으니 관심이 짜게 식는다. 또 팀알렌이 큰 손에게 고용된 것치고는 고작 3명뿐이라 그 위험성이 경각심을 일으킬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론 조작의 3가지 사례(하이패스 사업 방해공작, 영화평 조작 및 노동 착취사건, 여대생 팔로우)를 병렬식으로 진행하고, 서로 연관성 없는 소재들이이 엮이다 보니 영화의 장르가 불분명해진다. 회사명, 정치적 스캔들에서는 우리가 뉴스에 본 것 같아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을 전달하려나 싶었다. 갑자기 여론 조작의 흑막을 밝혀내는 스릴러로 전환되었다가, 마지막에는 사회 풍자를 다룬 블랙 코미디로 끝난다. 진실이 온전히 전해진 것도 아니고, 진상이 명쾌하게 규명된 것도 아니고, 열린 결말로 음모론처럼 끝낸다. 이런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에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멈춘다.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메시지는 또렷혔다.


누구나 SNS을 할 수 있는 시대다. 대한민국 여론의 중심은 더 이상 언론(생산자)이 아니라 대중(소비자)들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자본과 결탁해버린 《댓글부대》는 이런 시대 변화를 정확히 포착했다.


★★ (2.0/5.0) 


Good : 시의적절한 메시지

Caution : 팍 식는 마무리


■안 감독이 장편 데뷔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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