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는 2013년부터 대중음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주역으로 우뚝 섰다. 어떠한 예고나 홍보도 없이, 전곡 뮤직비디오와 함께 정규앨범을 발매하여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주류 팝의 향배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 전반에 생산과 유통, 마케팅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비욘세는 #girlboss라는 페르소나로 자수성가의 모범으로 자리 잡는다. 재능을 발굴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흑인 여성도 성공할 수 있다는 역할 모델로 자리매김한다. 그녀의 흑인 자본주의 브랜드는 아메리칸드림과 잘 어울린다.
그녀가 창조한 흑인 억만장자, ‘보스 레이디’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만의 장르 연구를 발표하며 음악성을 인정받는다. 인기 스타로서 성층권에 도달하기 위해 침묵을 지켰던 초창기 시절도 있었지만, 그녀는 영향력을 갖게 되자 여성, 인종, 인권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에게 스타에 대한 친밀감을 주는 동시에 그녀가 현실에서 느끼는 고민을 팬들과 나눈다. 물론 그녀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하게 계산되어 있다. 그것이 비욘세 음반을 미학적이든, 적이든, 영적이든 진심이 전달된다.
그 외의 주요 경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녀는 1997년 16세의 나이로 데뷔하여, 그래미 시상식 최다 수상자(23회)이자 빌보드가 2000년대 가장 성공한 여성 아티스트로 꼽았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2020년대 모두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 곡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으면 7개의 정규 앨범이 모두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롤링 스톤 선정 500대 명반에 본인의 정규 6집과 7집, 5집을 각각 32위와 71위, 81위에 올려, 무려 3개의 앨범을 100위권 안에 진입시켰다. 또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8 : I Am... Sasha Fierce (2008)
《I Am... Sasha Fierce》은 상당히 분열적인 작품이다.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슈퍼스타로 끌어올린 흥행작이기도 하다. "Single Ladies (Put A Ring On It)", "If I Were A Boy", "Halo"등은 미국 할머니들도 흥얼거릴 히트곡들이다.
앨범은 슬로우와 미드 템포 섹션과 라디오 친화적인 댄스 팝으로 두 장의 디스크로 나눴는데, 이를 내성적이고 조용한 자아와 무대 위의 활달한 자아라고 구분 지었다. 이건 그저 이분법을 강조하기 위한 클리셰처럼 진부하다. 제이 Z와 결혼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새댁의 마음은 "Broken-Hearted Girl" 같은 곡에서 그녀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솔직함에도, 불구하고, 1·2집의 단조로운 느낌을 극복하지 못하며 그녀의 후기작에서 볼 수 있는 사려 깊은 기획력에 도달하지 못했다.
#7 : Dangerously In Love (2003)
걸그룹 아이돌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독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데스티니 차일드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대중에게 선보여야만 했다. 겨우 21세이었던 욘세는 미시 엘리엇“Signs”, 션 폴“Baby Boy”, 남자친구“Crazy In Love”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매니저인 매튜 놀스와 같은 음반 관계자에게 기대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불륜과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았음에도 ‘태어나지 않은 아들이 아빠 닮았으면 좋겠어 “라는 가사의 “Daddy”에서 그녀의 미성숙함이 두드러진다. 어쨌거나 아직은 그녀의 음악을 정의할 정체성을 찾지 못했지만, 전 세계에 그녀의 존재감을 깊이 각인시켰다.
#6 : B'Day (2006)
《B'Day》에서 비욘세는 처음으로 전곡에 편곡, 공동 작곡, 공동 프로듀싱했다. 1960년대 가상의 걸그룹의 탄생과 해체를 탐색하는 영화 〈드림 걸스〉의 캐릭터에서 크게 영감을 받은 2집은 비욘세의 상승 욕구가 담겨 있다. 비욘세는 그룹의 리드 싱어이자 매니저 테일러의 아내인 디나 존스를 연기하며 그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한다. 이 역할을 맡은 덕분에, 그녀는 여성주의를 주제로 앨범을 제작하였다. "Irreplaceable"과 "Resentment"에 핍박받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Deja Vu”, "Get Me Bodied", "Ring the Alarm", 〈핑크 팬더〉의 주제가“Check On It”와 〈드림 걸스〉의 삽입곡 "Listen"까지 8개의 히트 싱글을 발표했다. 그녀가 열망하는 흑인 자수성가의 찬가(2집)는 아티스트이자 여성으로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5 : 4 (2011)
매너지인 아버지의 밑에서 벗어난 비욘세는 자신이 설립한 파크우드 엔터테인먼트(Parkwood Entertainment)에서 발매한다. 음악적 독립을 쟁취한 그녀는 어린 시절의 추억 즉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R&B 미학을 추억한다. ‘1+1’, 'Schoolin' Life'은 프린스를 연상시키고, "Party"은 스티비 원더가 떠오르고, ‘Best Thing I Never Had’은 베이비페이스가 직접 프로듀싱을 받았다. 특히 "Love On Top"은 유년기에 그녀가 들었을 법한 트랙이며, "I Care"나 "I Miss You"은 더 이상 R&B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사샤 피어스의 페르소나를 해체하고 가정과 일 사이를 조화하려는 시도였다. 확실히 이전과 ‘다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적잖게 발견되는 음반이다.
#4 : Beyoncé (2013)
《4》가 비욘세의 창조적 개화였다면, 2013년 12월 13일, 팬들은 사전 예고 없이 발매된 셀프 타이틀 앨범은 그야말로 게임 체인져이었다.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발표하며 ‘비주얼 앨범(Visual Album)’이라는 개념을 창시하여 음악산업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왔다. "Pretty Hurts"와 "Partition"로 대표되는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얼터너티브 R&B과 네오 소울로 응집력 있게 구성했다. 또한 어머니로서 녹음한 첫 번째 앨범답게 아이를 낳고서도 경력 단절을 원치 않는 워킹 맘의 심정을 녹아있다. 다수의 여성들의 고민인 직업과 가정을 조화시키려는 선언처럼 들린다.
#3 : Cowboy Carter (2024)
‘이건 컨트리 앨범이 아니에요’라며 소개했지만, 3부작의 2번째 작품은 전작에 이어 대중음악 역사를 정리다. 역사가란 그 사실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컨트리 음악의 뿌리에 흑인의 기여를 재조명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컨트리 아티스트 린다 마텔에게 경의를 보낸다. 백인과 흑인,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를 주선한 것은 가스펠 음악이다. 남부 지역 흑인들이 음악을 교회에서 습득하는 전통에 착안하여 그녀는 성부 음악을 코러스에 활용하고, 심지어 오페라 아리아"Daughter"까지 음악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간다. 트랩 'Spagettii'에 서부극을 끌어들여 컨트리와의 교두보를 마련한다.
컨트리와 흑인 음악의 경계에서 ‘장르’라 불리는 음악 형식에 갇힌 인식론적 의문을 던진다. 이를 사회학적으로 환원하면, 차별과 갈등으로 분열된 미국의 현대사에 음악의 본질로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음악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화성학에 뚜렷이 발견되는 조화와 다양성이다.
#2 : Renaissance (2022)
6년 만에 돌아온 여왕은 1980년대 시카고 클럽에서 부흥한 하우스 문예부흥 운동을 이끈다. 흑인과 쿼어 뮤지션의 고전에서 채취한 샘플과 프로덕션 텍스처를 통해 과거의 댄스 그루브를 재해석하고 그 미래를 예견한다. 입체적인 코러스를 통한 스토리텔링, 무려 152명을 작곡 크레딧에 올리며, 단절 없이 다음 악장으로 이행하는 세구에(segue) 형식으로 흑인음악의 흥망성쇠를 빼곡하게 기록하는 장대한 역사책을 집필한다. 동시에 돌아가신 동성애자인 삼촌 조니로 대표되는 블랙 퀴어 개척자들을 추모한다.
시카고 하우스(Break My Soul)를 필두로 디스코(CUFF IT, VIRGO'S GROOVE), 아프로 (COZY, MOVE), 댄스홀(HEATED, COZY) 하이퍼팝(ALL UP IN YOUR MIND)을 아우르며 문화를 창시한 선구자들의 숨은 공로를 소개하고 소외된 공동체의 허브로서의 클럽을 발굴한다. 댄스 문화의 형성과 발전을 정리하는 파티는 그 맥락과 은유 속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드러난다. 차별과 소외를 긍정과 포용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우리 모두를 동참시킨다.
#1 : Lemonade (2016)
〈BEYONCÉ〉가 여성성에 관한 선언이었다면 《Lemonade》은 흑인으로서의 고해성사한다. 앨범을 청취한 다수는 제이 Z라고 의심되는 불충실한 남편에 의해 변덕스러운 성격이 반영되어 있다. (래퍼는 그의 10집 〈4:44〉로 사실을 인정한다) 레게 'Hold Up'에서 남편의 부정을 대면하고 로큰롤 'Don't Hurt Yourself'에서 그를 간음의 지옥으로 굴러 떨어뜨린다. 컨트리 ‘Daddy Lessons’에서 아버지의 불륜과 망가진 결혼 생활을 일치시킨다. 남부 흑인 여성은 가장 개인적인 앨범을 통해 남편의 허물을 용서한다.
불륜에 관한 성명서는 ‘Black Lives Matter’과 #MeToo을 거쳐 사회적 담론으로 커져갔다. 이 고해성사의 핵심인 그녀의 흑인성은 더 이상 주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성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의 중심에 서게 된다. 슈퍼볼 50에서 블랙 파워 정신을 드러내며 말콤 X에게 경의를 보내고 흑표당을 칭송한다. 곧장 SNL에서 패러디됐고, (백인에게도 흑인에게도) 하나의 사회현상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