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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5. 2023

2023 올해의 노래 TOP 101

Best Songs Of 2023

스트리밍 시대의 앨범 번들에 대한 제재, ‘영상 콘텐츠’ 뷰 반영으로 전통적인 싱글에 대한 개념이 무너졌다. 뮤직비디오도. 무대도. 심지어 아티스트가 제작한 굿즈마저 앨범의 일부로 포함된다. 이런 때야말로 단순 음악이 아니라 캐릭터를 파는 ‘K-POP’이 강세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앨범 예술의 중요성이 올라갔다. K-POP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음반 제작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단기적인 손익계산에서 불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무조건 남는 장사가 된다. 명반을 하나둘 내놓기 시작하면서 음악시장이 앨범형 아티스트들이 나온다면 지금 같은 싱글 히트에 목매지 않고 훨씬 다양한 K-POP이 생산될 것이고, 남아공, 나이지리아, 스웨덴, 멕시코, 콜롬비아 같은 음악 강국과 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다. 영국 외에 해외 트렌드를 주도하는 50년 이상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K-POP의 영광이 오래도록 지속되기 위해선 이러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해 보인다.


아마피아노의 지속적인 성장, 요즘 각광받는 저지클럽, 딥 하우스, 빅비트, 드럼 앤 베이스 같은 장르 음악 중에 우리 국악 같은 토속 장르가 언젠가 들어가지 않겠어요? 그럼 소망을 안고 올해의 노래들을 선정해 봤어요. 핸드폰이나 와이파이 트래픽 때문에 올해의 앨범에 안타깝게 제외된 아티스트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생소한 노래 위주로 해설을 적었어요. 그럼 한번 만나보시죠.





#101 : 잭 블랙 – Peaches

https://youtu.be/ppf1I6N39U0

노래 가사가 촌스럽고 구질구질한데, 쿠파는 피치에게 진심이라는 것은 전달된다. 당연히 왜 쿠파가 피치를 사랑하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공주를 사랑하는 악당은 뭐 어떠냐며 막 나가는 것이 도리어 귀엽다. 잭 블랙이 밝혔듯이 미트 로프와 톰 존스를 완벽히 모사하여 반가운 구닥다리 노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100 : 테이크 댓(Take That)- This Life

https://youtu.be/w8Fq8tcQH9U


1991년부터 지금까지 1위를 놓치지 않는 영국의 국민 아이돌, 이번에도 앨범차트 정상을 밟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보이밴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엘튼 존의 70년대 유산에 빚을 진 노스탤지어로 50대가 된 자신들을 되돌아본다.


#99 : 투씨(Toosii) - Favorite Song 


#98 : 라임라잇(LIMELIGHT)- Madeleine


#97 : 조지 에즈라(George Ezra) - Green Green Grass 


#96 : 블랙스완(Blackswan) - Cat & Mouse 


#95 :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 SOS 


#94 : 바운디(Vaundy) -トドメ の一撃 Ft. Cory Wong 


#93 : 잭 할로우 (Jack Harlow) - Lovin On Me 


#92 : 킹 누(King Gnu) – SPECIALZ  


#91 : 라우브(Lauv) - Steal The Show 


#90 : 류수정 - Love Or Hate 


#89 : 디아만테 (DIAMANTE) - 1987 


#88 : (여자) 아이들 - 퀸카

https://youtu.be/7HDeem-JaSY


경박하고 어리석은 루키즘(외모지상주의)에 거부감이 들다가도 ‘My boob and booty is hot’에서 바디 포지티브로 메시지를 업그레이드한다. 보컬마저 전자음으로 샤워한 통에 흐릿한 멜로디라인마저 더욱 옅어지는 악수를 둔다. 하지만 이 노래의 강점은 척추를 이루는 베이스라인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 쭉쭉 뻗는 리듬감이 밑도 끝도 없는 자화자찬에서 추출한 자기 긍정으로 퀸카를 염원하는 모든 여성들을 축하한다. 



#87 : 백 넘버(back number) - 怪獣の サイズ 

https://youtu.be/pVVqODzyujA

고바야시 타케시가 프로듀스한 〈괴수의 사이즈〉는 솔직히 뮤직비디오 때문에 뽑았다. 고백은 최종 확인 절차지만, 주인공은 순애보에 호소하고 있다. 이런 시행착오 속에서 연애를 배워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지금 혹시 썸 타는 분들, 거대괴수같이 커다란 진심만으로 이쁜 사랑을 하시길 염원한다.



#86 : KiO 샤갈 타운(장기호) - 아카시아 아가씨

https://youtu.be/VCV54bDCUyM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빛과 소금은 1994년에 발표한 4집〈오래된 친구〉의 수록곡을 새로 녹음한다. 29년 만에 부활한 시티팝 클래식은 아카펠라와 재즈 피아노 같은 새로 장만한 옷을 입고 번화가를 누빈다. 



#85 : 아사케 (Asake) - Amapiano Ft. Olamide

https://youtu.be/l_-v1fNdSHs


나이지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장르적인 혁신이 활발한 지역 중에 하나다. 아마피아노 장르는 하우스 음악이 남아공에 건너가 아프리카 특유의 원초적인 리듬과 낙천적인 정서가 비참한 현실에서 도피하는 환락을 제공한다. 특히 그래미 시상식에 최초로 후보에 오른 아마피아노 장르 곡인〈Amapiano〉은 아프로 팝의 무서운 성장세를 체험할 수 있다.



#84 : 에프티 아일랜드(FT Island) - Sage


#83 : 유주 –따라랏 (Dalala)   


#82 : 카드(KARD) - Without You 


#81 :  케냐 그레이스 – Strangers   


#80 : 실리카겔(Silica Gel) - T + Tik Tak Tok (ft. So!YoON!) 


#79 : 요네즈 켄시 - 地球儀  


#78 : 폴 러셀(Paul Russell) - Lil Boo Thang 


#77 : 츄 (CHUU) - Howl 


#76 :  불리 (Bully) - All I Do  



#75 : 호지어(Hozier)- Eat Your Young

https://youtu.be/e6LM0sIA_Eg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1, 《Unreal Unearth》은, 아일랜드 출신 발라더는 히트곡〈Take Me To Church〉이후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원히트 원더라는 오명을 스스로 지워버린다. 관능적인 펑크와 소울이 가미된 인디 록 음악에는 단테의 〈신곡〉처럼 팬데믹 이후의 삶을 탐구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옥 같은 개인적 탐욕과 불만, 억압된 욕구로 모두를 초대하고 있다.



#74 : 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 - I Robbed A Bank

https://youtu.be/xdsTlqRqaOA


연세대 동아리에서 출발한 너드커넥션은 제법 근사한 케이퍼필름을 연출한다. 2023년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처럼 금융자본주의의 심장인 은행을 습격한다. 건조하게 내뱉는 보컬, 이 X 같은 물질 숭배를 시원하게 파괴하려는 일탈 욕구가 2000년대 영국 개러지 록 리바이벌을 떠올리게 한다.



#73 :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 So Much (For) Stardust

https://youtu.be/4Xl4WQo2xcA?list=PL_lEpAy_8J0dkQeEju1Zeo24GLODKGVjH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2, 〈So Much (For) Stardust〉은 20주년 앨범답게 중견 뮤지션다운 관록을 과시하고 있다. 아저씨가 된 이모코어의 3 대장은 차트 성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운드를 풍성하게 극대화시킨다. 미니멀리즘 트렌드에 역행하지만, 어른이 되었다는 내면의 성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72 : 아이브 - I AM

https://youtu.be/6ZUIwj3FgUY


제4세대 걸그룹 중에 아이브는 가장 정통파에 가깝다. 청명한 고음과 뚜렷한 멜로디 라인, 초통령다운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 의무적으로 분배된 랩 파트 모두 한국형 아이돌의 전통적인 성공방식이다. 


“다른 문을 열어/따라갈 필요는 없어”라며 주체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I've IVE〉, 〈I've Mine〉 모두 음악적 지향점이나 도전정신이 사라진 현상 유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안정을 취한 대신에 개성을 버린 선택’이라고 밖에는 결론지을 수 없어 안타깝다.



#71 : 악뮤 - Love Lee

https://youtu.be/EIz09kLzN9k


악뮤는 자가 복제마저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수현이 오빠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해서 완성된 곡은 유치한 가사에 화성 진행도 힘을 뺐다. 모든 음악이 복잡하고 세련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과거를 복기하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 고뇌가 녹아있어서 노래가 더욱 진솔하게 들린다. 



#70 : 체이스 & 스테이터스, 보우- Baddadan Ft. IRAH, Flowdan, Trigga, Takura

https://youtu.be/rkjNL4dX-U4

올해 드럼 앤 베이스(DnB)가 이토록 재조명될 줄 몰랐다. 이 장르가 빅비트, 테크노와 덥스텝, 빅비트, 레게에 연관되어 있지만, 이 곡은 이러한 요소들을 세기말 정서와 더불어 이토록 근사하게 부활시키다니 감탄했다. 어둡지만, 절망적이지 않고, 묵직하지만 마냥 무겁지 않은 그 균형 감각이 성공을 이끌었다. 그러나 앨범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습작이었다.



#69 : 디어클라우드 - Bye Bye Yesterday 


#68 : 오마 아폴로 (Omar Apollo) - 3 Boys


#67 : 린킨 파크 – Lost 


#66 : 자밀라 우즈 (Jamila Woods) - Tiny Garden (Ft. duendita) 



#65 : 샤키라(Shakira), 비사랍(Bizarrap) - BZRP Music Sessions Vol. 53

https://youtu.be/CocEMWdc7 Ck


콜롬비아 팝 아이콘에게 2023년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스페인에서 탈세 혐의로 기소되었고, 사실혼 관계였던 제라르 피케는 바람을 피웠다. 피케는 외도로 인해 FC바르셀로나에서 시즌 도중에 은퇴를 선언했다. 2400만 유로의 벌금과 징역형의 위협에 직면한 그녀는 아르헨티나 DJ 비사람과 함께 복수의 댄스 팝을 완성한다.



#64 : 정국 - Seven (Ft. Latto)

https://youtu.be/QU9 c0053 UAU


정국은 다른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이 BTS에 종속되어 있었는데 반해 보다 독립적이다. 투스텝을 부흥시키며 간결한 멜로디와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빌보드를 정복하러 나선다. 다만 Latto의 랩은 겉돈다. 어쨌든 이 곡은 해외 트렌드의 블루오션을 잘 개척했다. 이로써 올해는 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 음악이 대거 복귀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63 : 워 앤 트리티(The War And Treaty) - Ain't No Harmin' Me

https://youtu.be/RcgjM-0dToM

올해의 가창력, 이 부부 듀오가 만약 〈싱어게인 3 – 무명가수전〉에 출전한다면 결승전 진출은 무난할 것 같다.타냐와 마이클 트로터는 보컬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남부 소울의 진한 맛을 들려준다. 



#62 : 드림캐쳐(DREAMCATCHER) - Bonvoyage 


#61 : 부석순 (SEVENTEEN) - 파이팅 해야지 (Ft. 이영지)


#60 : 죠지(George) - 오래오래 


#59 : 코이 르레이(Coi Leray) – Players


#58 : 테이트 맥레이 (Tate McRae) – Greedy


#57 :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 - Psychedelic Switch


#56 : 레이(RAYE), 070 Shake - Escapism


#55 : 서사무엘 - Some Things Don't Change 


#54 :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 Blackbox Life Recorder 21f


#53 : 센트럴 씨(Central Cee) x 데이브(Dave) – Sprinter



#52 : 채펠 로안(Chappell Roan) - Red Wine Supernova

https://youtu.be/VS6ixn2berk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3, 〈The Rise And Fall Of A Midwest Princess〉은 유쾌하고 발랄한 오락성이 돋보인다. 롤러코스터처럼 중독성 있는 스릴이 우리의 청세포를 붙잡아둔다.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이 곡은 성적, 개인적 자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당당한 정직함과 거침없는 에너지를 소박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부담이 없고 감미롭게 들린다. 



#51 : 올리버 앤서니- Rich Men North Of Richmond

https://youtu.be/9Ug7udnfbcE


‘하루 종일 일하며 영혼을 팔고 있다, 하찮은 봉급에 초과근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는 ‘정치인들이 어딘가 섬에 사는 소수자가 아니라 광부도 돌봐주면 좋겠다’에서 서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촉구한다. 


2023년 12월 국제노총(ITUC)이 발표한 ‘글로벌 권리 지수(Global Rights Index)’에서 우리나라는 OECD 유일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5등급으로 평가됐다. “역사적 수준의 불평등과 기후 위기, 전염병으로 인한 생명과 생계의 손실, 그리고 분쟁의 파괴적 영향 등 다양한 위기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서문에서 노동권이 약화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노래했다. 



#50 : 라이즈 - Get A Guitar

https://youtu.be/iUw3LPM7OBU


우리 SMP가 달라졌어요, 기타는 대중음악에서 주요한 악기 중 하나였다. 2000년 라디오헤드 이후 탈(脫) 기타 사운드로 해체되어 왔으나 2023년 재차 주목받았다. 2분대의 짧은 플레이 타임과 도입부 없이 바로 진행되는 곡 구조는 다이어트의 산물이다. 랩과 퍼포먼스 파트를 철거하고 찰랑거리는 펑키(Funky)한 기타 리프만 남겨둔 것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49 : 카라 잭슨(Kara Jackson) - Dickhead Blues

https://youtu.be/4vxW5TOdBAs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4, 〈Why Does The Earth Give Us People To Love?〉은 시카고 출신 신인가수를 단숨에 주목하게 만든 역작이다. 거칠고 불편한 목소리를 나긋나긋하게 읊으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관점을 제공한다. 관계와 사랑에서 실패한 그녀의 노래에서 이상하게 위로받고 공감받고 용기를 얻는다. 정말 이상한 에세이를 읽은 기분이지만,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48 : 윤석철, 세진 - 칵테일 파라다이스


#47 : 트리플에스 - Rising 


#46 : 썬더캣(Thundercat) & 테임 임펠라(Tame Impala) - No More Lies


#45 : 다이나믹 듀오, 이영지 - Smoke 


#44 : 정글(Jungle) - Back On 74

https://youtu.be/q3lX2p_Uy9I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5, 《Volcano》은 순수하고 거부할 수 없는 음악적 재미를 선사한다, 소꿉친구끼리 결성한 일렉트로닉 듀오는 올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정글은 뼛속까지 흥으로 가득하다. ‘흥’ 부자인 그들은 일렉트로 펑크(Funk)와 디스코, 네오 소울, 신시사이저 비트, 영리한 랩 구절로 그루브의 롤러코스터로 탑승하라고 손짓한다. 



#43 : 김동률 - 황금가면

https://youtu.be/nbueu_IoIH4

아티스트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감정을 작품에 녹여낸다. 포스트 팬데믹을 주제로 가져온 김동률은 그의 음악적 자산인 클래식과 재즈 중에 후자를 선택한다. 〈Jump〉와 〈Melody〉의 속편인 동시에 뮤지컬 요소로 극적인 구성을 통해 재난을 함께 극복한 모두를 응원한다.



#42 : 페기 구 - (It Goes Like) Nanana 

https://youtu.be/sCz5y84dwuA

김민지는 90년대 유로댄스와 레이브를 2023년 클럽 버너로 재소환한다. 지저분한 드럼, 30년대 레이버 코드, 하우스 시대에 대한 향수를 소생시킨다. 몇 개의 음절을 피치 밴딩(음높이 조절)으로 반복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화창한 행복감을 전한다. 기계음에 따뜻함을 불어넣은 그 희망이 이 타임캡슐이 성공한 비결이다.



#41 : 레인(L'Rain) - Pet Rock

https://youtu.be/GjdtlFrI7N0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6, 〈I Killed Your Dog〉은 다채로운 소리샘과 화려한 색채로 끊임없이 변화무쌍하게 우리에게 환각을 제공한다. 이 곡 역시 앨범과 마찬가지로 여러 착상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몽환적인 상상력을 뽐낸다. 드럼은 단순하게 반복되는 것 같지만, 전자 기타가 등장하면서 연쇄적인 싱커페이션으로 이별 이후의 황폐화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40 : 줄리 번(Julie Byrne) - Moonless

https://youtu.be/Czke8Hmc5rY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7 , 앨범〈The Greater Wings〉은 프로듀서 에릭 리트만이 작업 도중 사망하면서 상실의 아픔 그리고 그동안의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듬뿍 담겨 있다.


이 이별 발라드는 인상파 화풍을 떠올리면 된다. 대상보다 그것을 바라봄으로써 느낀 감각에 초점이 맞춰있다. 직접적인 슬픔을 이야기하지 않아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K-발라드와 동일한 현악과 피아노 구조이지만, 감정의 폐허에서 강제적으로 홀로 서는 한 인간을 묘사하는 방식을 통해 훨씬 고차원적인 애상에 젖게 한다.



#39 : 조자 스미스(Jorja Smith) – Little Things

https://youtu.be/hqtDXcwX61I


남아공과 나이지리아의 신생 장르 ‘아마피아노’를 더욱 세련하게 가공했다. 스미스는 상대에게 뜨거운 하룻밤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만, 무심하게 노래해서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아프리카 리듬에 은밀하게 욕구를 숨기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재즈 피아노 루프가 반전을 선사한다. 하이햇을 건너뛰는 스킵과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에서 도도한 척하는 가면을 벗는 서스펜스 연출이 히치콕 못지않다.



#38 : 스크릴렉스, Fred again.. & Flowdan - Rumble


#37 : 라스트 디너 파티(The Last Dinner Party) - Nothing Matters 


#36 : 디페쉬 모드 (Depeche Mode) – Ghosts Again


#35 : 에브리씽 벗 더 걸 - Nothing Left To Lose


#34 : 마네킹 푸시(Mannequin Pussy) - I Got Heaven


#33 : 베이비 킴(Baby Keem),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 The Hillbillies


#32 : 하이키 (H1-KEY) -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31 : 스콜(Scowl) – Psychic Dance Routine



#30 : 슬립 토큰 (Sleep Token) - The Summoning

https://youtu.be/wJNbtYdr-Hg


올해의 메탈, 전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금속들을 한데 녹여낸 야금술이 기막히다. 신분증에는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기재되어 있지만, 캐러멜 마키아토 같은 달짝지근한 펑크(Funk)로 들썩이게 한다. 블랙 메탈다운 묵직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EDM 같은 순한 맛이 첨가되어 있어 듣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29 : 르세라핌 -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 

https://youtu.be/dZs_cLHfnNA


〈이프푸〉은 K-POP 세계관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이브, 그리스 신화의 프시케, 그리고 프랑스 전래동화 속 푸른 수염의 아내 모두 호기심에 이해 금기를 깨는 여성상을 상징한다. 얼핏 인상이 약한 EDM 노래에 문화적 금기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28 : 카디(KARDI) - City Of Wonder

https://youtu.be/hvQt4FFjVe4

K-POP은 장르라기보다는 한국신 아이돌 문화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K-POP이 지금 해야 할 고민은 ‘한국적인 소리’를 찾는 것이다. 이 곡에 한정하면, 단순히 국악기(태평소, 향피리, 장구)를 썼다고 선정한 것은 아니다. 거문고는 베이스와 기타의 영역이 겹칠 수 있는 고민이 느껴져서다. 그럼에도 카디는 영역의 충돌을 소리의 어울림으로 승화시킨다. 



#27 : 테일러 스위프트 - Is It Over Now? (Taylor's Version)/Cruel Summer


#26 : 마일스 사이러스- Flowers


#25 : 롤링 스톤즈- Sweet Sounds Of Heaven Ft. 스티비 원더 & 레이디 가가


#24 : 수프얀 스티븐스 (Sufjan Stevens) - Will Anybody Ever Love Me?


#23 : 도자 캣(Doja Cat) - Paint The Town Red 



#22 : 빅토리아 모네(Victoria Monét) - On My Mama

https://youtu.be/KdJ-Qwu3y4Y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10, 걸그룹 출신이자 아리아나 그란데의 작곡가로 활동하던 그녀를 그래미 후보로 오르게 한 〈Jaguar II〉은 클래식 소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모네의 어머니와 딸 헤이즐이 출연한 뮤직비디오 연출마저 90년대 복고풍으로 찍었다. R&B의 미래로써 모네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노래한다. 호른과 베이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섹슈얼리티를 살리면서도 찰리 보이 랩의 샘플을 더해 레트로 하면서도 뉴 스쿨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21 : 유라 - 수풀 연못 색 치마

https://youtu.be/9m9URYdPlzI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8,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은 K-얼터너티브 R&B의 재즈화에 한 획을 그었다. 빌보드를 노려 영어 가사가 급증하는 현 추세에 반해 한국어의 장점인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극 활용한다. 상징과 은유에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낱말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획득한다. 축조된 멜로디보다 리듬의 활용으로 장르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K-POP의 대안을 개척한다.




#20 : 릴 야티(Lil Yachty) - the BLACK seminole / drive ME crazy!

https://youtu.be/uCwNi9vaVSE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9, 〈Let's Start Here〉은 반지성주의가 팽배한 현 세태를 반영한다. 전통도 근본도 명분도 필요 없이 쇼츠의 BGM으로 전락한 지금 마일스 맥칼럼은 록과 R&B, 사이키델릭, 신스팝, 클래식까지 섭렵하며 전혀 새로운 것을 융합해 냈다. 계보에 얽매이지 않는 그 자유분방한 실험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19 : 박재정- 헤어지지 말아요

https://youtu.be/yFlxYHjHYAw


K-발라드의 포맷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완성되었다. 그 이후로 꾸준히 답습과 생명 연장 사이에서 소비되어 왔다. 물론 여러 사재기 논란으로 자멸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박재정은 박효신처럼 스스로 보컬과 음악 스타일을 개선해 나갔다. 보컬 코치에 의존하지 않는 그 가창에 Z세대의 연애 풍속도를 녹여낸다.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가 여자가 먼저 이별을 말해주길 바라는 비열함을 노래하고 있다. 연애마저 이해득실을 따지는 통찰력이 이 곡을 유튜브 커버 문화에서 생존하게 된 생명력을 타고나게 한다.



#18 : 에슬라본 아르마도(Eslabón Armado), 페드로 토바르(Pedro Tovar) -Ella Baila Sola

https://youtu.be/lZiaYpD9ZrI


멕시코는 나이지리아, 남아공, 대한민국과 함께 주목해야 할 대중음악 신흥강국들이다. 글로벌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멕시코 노래를 만나보자, 이 곡은 멕시코계 미국인 밴드 에슬라본 아르마도의 젊은 프런트맨 페드로 토바르가 멕시코 밴드 페소 토바르와 함께 녹음했다. 스트리밍 기타, 트롬본 솔로에서 멕시코식 낙관주의가 넘실넘실 거리며 첫눈에 반한 마음을 묘사한다. 스페인어 특유의 악센트 사이에서 흔들리는 멜로디는 ‘순정’이라는 춤을 추도록 당신에게 손길을 내민다. 



#17 : 타일라(Tyla) - Water

https://youtu.be/XoiOOiuH8iI


55년 만에 빌보드 핫100에 등장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가수를 만나보자, 틱톡(TikTok)을 통해 세계화에 성공한 ‘아마피아노’를 상징하는 노래이다. 타일라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Make me sweat, make me hotter”라며 에로틱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달달한 R&B하모니가 달달한 R&B하모니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그 물결을 타고 소울 애드리브가 귓가로 흘러넘친다. 갈망하는 멜로디는 촉촉하지만, 연인이 해결해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 긴장감을 상쾌한 하우스 비트로 뒷맛을 개운하게 한다.



#16 : 보이 지니어스(boygenius)-Not Strong Enough

https://youtu.be/bIX_ouNJsTs


올해의 희망가, 1995년 세릴 크로우는 ”당신은 내 남자가 될 만큼 충분히 강합니까? “라고 물었다. 여기에 착상한 노래는 점점 초식화되어 가는 남성성을 위로하는 응원가를 완성한다. 특히 후렴구의 "always an angel, never a god(항상 천사이지, 결코 신이 아니다)"에서 세상을 구원하지 못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개신교 가치관에 대한 회의감을 표출한다.



#15 : 100gcs - Hollywood Baby

https://youtu.be/UtfkrGRK8wA


딜런 브래디와 로라 레스 두 명의 DJ는 미래의 음악을 함부로 예언했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어릴 적 즐겨 듣던 음악들을 꺼내 들고 믹서기에 갈아버린다. 자신들의 스타덤을 'Hollywood baby'라고 셀프디스하면서 이 혼란스러운 믹스처를 청취할 수 있도록 정리 정돈한다. 하이퍼 팝, 일렉트로니카, 얼터너티브, 팝펑크가 조화로는 기묘한 뮤턴트를 탄생시킨다.



#14 : 빌리 아일리시- What Was I Made For?

https://youtu.be/cW8VLC9nnTo


"언제 끝났나요? 모든 즐거움 / 저는 다시 한번 슬퍼요, 제 남자친구에게 말하지 마세요."라며 최소화된 선율에 실려 속삭임에 가까운 보컬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바비 인형에 비유된 자아의 가치, 목적, 가스라이팅, 성적 지향이건 뭐든 간에 그 메시지는 빌리 자신의 흔들리는 정체성으로도 들리기 때문에 호소력 있게 들린다. 



#13 : 잭 브라이언(Zach Bryan) - I Remember Everything (Ft. Kacey Musgraves)

https://youtu.be/ZVVvJjwzl6c


모건 월렌, 루크 콤즈, 제이슨 알딘, 올리버 앤소니 등이 빌보드 싱글차트를 폭격하며 컨트리 열풍은 거셌다. 잭 브라이언은 사귀고 있는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와의 대화 내용을 읊는다. 두 사람이 기억하는 사랑의 기억은 다르다. 남자는 관계의 긍정적인 면을 떠올리는 한편, 여자는 한때 맹세했던 남자가 아니라고 비난하면서 부정적으로 회상한다. 마지막에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 세션이 휘몰아치며 남자의 시적인 노랫말은 누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모두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12 : 트로이 시반(Troye Sivan) – Rush

https://youtu.be/b53QJYP-lqY


올해의 앨범 패자부활전 11, 《Something To Give Each Other》은 이렇게 속삭인다. 클럽에서 섹시한 밤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나요? 경쾌한 파티 앨범은 우리 모두를 들썩이게 할 모든 채비를 끝마쳤다. 청춘과 여름, 향수를 찬양하는 밑바탕은 시반이 겪은 끔찍한 이별 후유증을 90년 대풍 댄스 음악, 신스팝, 하우스를 통해 댄스 플로어에서 말끔히 날려버리기 위함이다.



#11 : 비틀스 (The Beatles) - Now And Then 

https://youtu.be/Opxhh9Oh3rg


AI의 역습, 이 곡은 앞으로 AI 기술이 음악 산업을 바꾸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1995년 오노 요코는 폴 매카트니에게 존 레넌이 남긴 데모를 전달한다. 보컬의 음질과 당시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해 조지 해리슨은 이 곡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피터 잭슨이 비틀스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AI기술로 레논의 보컬을 채취하고, 90년대 세션에서 해리슨의 리듬 기타 파트를 채집한다. 링고 스타의 새로운 드럼 연주와 폴 매카트니의 추가 보컬과 베이스 연주로 Fab Four(비틀스의 별명) 완전체로 부활한다. 


처음 녹음된 45년 전에 발표했다면 이런 성과(영국 차트 1위, 빌보드 7위)를 거두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폴이 ‘사랑해’ ‘보고 싶어’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이 진부한 주제가 새로운 깊이를 얻게 된다. 



#10 : 허윤진 Of 르세라핌 - I ≠ DOLL

https://youtu.be/9trNIRzbPMc


용감한 노래, 아이돌의 생활상을 노래한 메타 송은 애달프게 들린다. 아이돌은 상품이 맞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인격체다. 본인의 행동, 외모, 성격이 항상 대중에게 알려지고 실시간으로 평가받는 직업병을 솔직하게 고발한다.


이들이 겪는 고난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가혹하고 엄격하다. 연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외모지상주의, 그룹 내의 왕따, 육체적 고충, 정신적 고충, 매우 폐쇄적인 숙소 시스템, 불안정한 미래 등은 아이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필수코스다. 왜 이런 불합리한 잣대를 K-돌만 겪어야 하는가? 그 밑바탕에는 한국인이라면 태어나면서 귀에 따갑도록 듣는 ‘비교와 경쟁의 논리’로 타인에게 엄격하고 본인에게 관대한 ‘내로남불’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자비한 정글 자본주의가 출생률 0.7명을 설명한다.



#9 : 지올 박 - CHRISTIAN

https://youtu.be/Dqlr8EDunCM


케이팝에서 K를 빼고 싶은 POP이 되고 싶은 야망이 가득하지만, 이 노래는 개신교의 타락과 사이비에 열광하는 한국인이 왜 정신적으로 궁핍해졌는지를 고발한다. 성경무오설을 방패 삼아 천룡인으로 등극한 목회자들은 우리나라 모든 시장의 실패 사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와 열악한 노동환경은 돈을 제1의 가치로 살아야 하는 한국사회를 만들었다. 한국인은 자기 자식을 교육하는 것조차 어떤 가치가 옳은지 어떤 방향성이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인적인 경쟁에 놓여있다. 또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박정희의 개발독재, 김대중의 IT전환 이후 3번째 경제 도약이 필요하지만, 우리 엘리트들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아이돌이 아닌 솔로 가수는 음원사재기를 해야만 차트에 오를 수 있는 왜곡된 음악시장에서의 좌절감이 이 곡에 녹아있다. 앨범형 아티스트나 인디 뮤지션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했기에 사재기의 유혹에 시달린다. 이것조차 기획사의 네임벨류에 따라 화력이 달라지고, 결국 해외로 진출하려니 영어 가사를 택할 수밖에 없는 시장실패 말이다. 




#8 :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 Bad Idea Right?

https://youtu.be/Dj9qJsJTsjQ

〈Vampire〉의 3단 변신도 웅장하지만 역시 이 곡이 《GUTS!》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1집《Sour》이 피해자의 관점에서 복수극을 서술했다면 2집은 가해자의 심리를 엿보는 관음증과 나쁜 짓을 행할 때의 일탈이 영화 〈조커〉같은 빌런 무비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전 애인을 만나는 것은 "나쁜 생각이지?"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서사가 제법 쫄깃쫄깃하다.




#7 : 뉴진스(NewJeans) – ETA / Super Shy 

https://youtu.be/jOTfBlKSQYY

리퀴드 드럼 앤 베이스와 저지클럽 열풍에 동참한 〈Ditto〉로 올해 초반을 지배하더니 뉴진스는 두 번째 EP《Get Up》로 방점을 찍는다. 쇼츠에 어울리게 음향 편집이 간결하게 이뤄지고 곡 길이도 짧아졌다. 훅을 전면에 배치하고, 해외 트렌드에 편승한 안전한 기획이 첫 번째 EP가 가졌던 신선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빌보드에서의 미진한 흥행은 당연하다. 


역으로 뒤집어보며 해외 트렌드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민첩함으로 읽을 수 있다. 더 이상 세계 음악계의 변방이 아니라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6 : 랜쿰 (Lankum) – Go Dig My Grave 

https://youtu.be/qhqpQiXnFx0

올해의 앨범 후보 12, 앨범〈False Lankum〉이 담은 극단적이고 변칙적인 포크 음악은 단숨에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안 린치, 코맥 맥디아마다, 래디 피트, 다라 린치로 구성된 아일랜드 4인조 포크 그룹은 목가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드루이드와 신영지주의를 토대로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두려움과 불안감을 파고든다. 목숨을 잃은 젊은 여성이 겪는 황량하고 잔인한 고통을 팽팽하게 전달한다.




#5 : 블러(Blur) - The Narcissist 

https://youtu.be/5Gr8Z3rUeJM

제목에 ‘이상화된 자신에 대한 자기애적 왜곡’을 붙였지만, 이 곡은 자신들의 결점과 실수를 깨끗하게 승복한다. 아저씨가 된 브릿 팝의 총아는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히트에 대한 욕심도, 음악적 도전도 아닌 그저 자연스럽게 노화를 받아들이고 보다 성숙해진 시각으로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몇 자 적었다. 그것이 ‘어른’이 된 음악가의 초상이다.




#4 :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 & 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 - Boy's a Liar, Pt. 2

https://youtu.be/oftolPu9qp4

국내엔 뉴진스로 알려진 ‘저지클럽’ 열풍은 이 노래가 틱톡을 통해 세계적인 유행을 이끌었다. 볼티모어 클럽에서 시작된 이 장르는 그 원류인 브레이크 비트에 대한 향수로 이어졌다. 8비트 비디오 게임 음악을 첨가하여 익살스럽게 Z세대의 마음을 훔친다. 전 남자친구 이야기에서 여성끼리 뭉치는 우정 선언에 이르는 스토리텔링마저 과잉 공유의 시대성이다. 이별조차 SNS에 올리는 그 감수성이 2023년 대중문화의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를 만들어 냈다.




#3 : 시저(SZA)- Kill Bill

https://youtu.be/MSRcC626prw

쿠엔틴 타란티노에서 영감을 받은 킬링 발라드는 복수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붐뱀의 묵직한 퍼커션(타악기)과 섬뜩한 신스 루프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액션 영화의 정신에서 고통스러운 자기반성으로 점차 변모하면서 청각을 붙잡아둔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나는데, 그녀의 내면, 즉 심연에서 ‘소유욕’이라는 괴물와 마주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 남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ß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2 : 피프티피프티 - Cupid

https://youtu.be/Qc7_zRjH808

이 평범한 ‘아메리칸 팝’이 이렇게 높은 순위에 오른 까닭은 뭘까? K-돌의 구조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피해자이자 무고한 전홍준 대표는 전속 계약분쟁, 사문서위조, 쌍방 고소고발, 법리다툼을 아주 매끄럽게 처리했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해외시장 혹은 팬덤 위주의 기획, 외국 작곡가 아웃소싱, 정산을 둘러싼 노동착취 문제까지 한국형 아이돌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노출했다. 초기 자본을 투자하는 기획사 입장이나 청춘과 사생활을 바쳐야 하는 아이돌 본인에게도 그렇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자본은 언제나 독점화되는 경향이 있다. 음악시장 역시 대자본(거대 기획사) 위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중소돌의 기적’이 남긴 씁쓸한 기억은 우리 음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남겼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되길 바란다.




#1 :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 A&W

https://youtu.be/S8wD7e08b98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고백의 서사다. 루이스 부뉴엘의 〈세브린느〉이 떠오르는 자기 파괴성은 39살의 아티스트가 겪는 내우외환이 담겨 있다. 〈A&W〉는 루트비어 브랜드이지만 여기서는 '미국 창녀(American whore)'를 의미한다. 창녀의 역사는 종교적 다산에서 출발한다. 고대의 창녀는 구약에도 다말이나 라합처럼 신탁을 전하는 매춘부가 등장한다. 그리스의 헤타에라, 중국의 관세음보살의 아형 전설, 인도 데바다시, 네팔의 듀키 역시 신전을 지키는 여사제로 풍요를 장려할 목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의 매춘에 비해 현대의 매춘은 해외 성매매 등 아무 설명이나 감정 없이 섹스를 주고받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레이는 이러한 ‘상품화’를 할리우드에 비유한다. 우리나라 아이돌 문화 역시 유사 연애의 심리가 깔려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연예계에 대한 회의와 비판으로 읽힌다.


매춘은 성(性)과 성(聖)의 상징 코드를 연결시키는 직관의 힘이 담겨 있다. 가사에 ”나는 공주이다 / 나는 분열적이다 / 내가 왜 이런지 물어보세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고귀한 신분과 여성들조차도 경멸하는 멸칭을 대조시킴으로써 안티의 비방, 점점 인기가 식는 쇼비즈니스의 속성, 히트를 위해 음악적 순수를 잃어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즉 중견 뮤지션이 겪는 모든 스트레스를 파격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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