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bstance·2024》후기
《서브스턴스》은 미모와 젊음에 대한 탐욕이 부른 엽기적 비극을 유쾌하게 꼬집어서 외모지상주의와 페미니즘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영원한 젊음의 대가로 자신의 영혼을 파는 인간을 주제로 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처럼 젊음이 탐욕과 이기심에 대한 자각과 허망함을 뼈 있게 지적한다. 〈죽어야 사는 여자 1992〉 같은 작품도 연상된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서 별을 얻을 만큼 유명인에서 TV 피트니스 전문가(제인 폰다에 대한 명백한 암시)로 변신한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방송국으로부터 새로운 얼굴로 교체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늙는 것이 두려운 그녀는 더 어려진 자신을 만들 수 있다는 신비한 영약을 구하게 된다. 격주마다 늙은 자신과 젊은 ‘수((마가렛 퀄리)’가 교대로 7일씩 살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관객에게 묻는다. 더 젊어진 몸에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7일 규칙을 지킬까? 새로운 육체를 얻었을 때, 수는 직장도 되찾고 명성도 오르지만, 그녀의 늙은 몸은 욕실 바닥이나 벽면 뒤에 혼수상태에 빠진 채 내팽개쳤다. ‘미(美)’와 ‘추(醜)’을 대비하는 광경은 비참하다.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아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서브스턴스》은 더 내밀하게 내적 압력과 외적 압력 사이의 복잡한 연관성을 추적하지 않는다.
코랄리 파르자는 ‘미(美)’와 ‘추(醜)’의 관계를 양식화한다. 더 어려진 자신을 척추에서 꺼내는 그 ‘물질’은 성형 수술 및 기타 미용 시술에 빗댈 수 있다. 물질을 통해 젊음을 유지하려는 여성의 끝없는 불안을 탐구한다. 여성의 자존감을 보여주는 명장면이 있는데, 엘리자베스가 고교 동창과의 데이트를 준비하는 대목이 그러하다. 풀 메이크업한 그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데이트를 포기하는 장면은 ‘자기혐오’를 상징하는 적나라한 행위일 것이다.
절망에 빠진 무어의 연기는 평생 미녀로 살아온 배우의 실제 삶이 반영된 결과이다. 자신감 넘치는 수의 나르시시즘에 분개하면서 스트레스로 음식을 섭취하는 대목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여성의 이중성을 고백하는 그녀의 양심을 겨냥하고 있기에 더욱 가슴 아팠다.
‘미(美)’와 ‘추(醜)’라는 낱말을 들었을 때, 아마 대부분 반대말이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대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추의 본질이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낭만주의 이후 추가 점차 예술의 영역으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서브스턴스》은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불쾌, 부조화, 혼란 등에서 새로운 미를 창조해낸다. “원래는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하라”라고 광고하는 물질은 두 몸 사이에 공생관계를 형성한다. 즉 ‘미(美)’와 ‘추(醜)’의 관계에서 추를 완전히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추를 미와 공존할 때 가치가 살아난다고 보고 있다.
만약 노화가 없다면 젊음을 소중히 여기겠는가?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가는가가 영원한 젊음을 가지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수 역의 마가렛 퀄리는 ‘이쁨’을 마음껏 표출한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음에도 (그녀의 몸매를 클로즈업하는 촬영에서) 남성의 시선을 재구성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충실히 복무한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그녀의 캐릭터에 큰 역할을 주지 않았다. 욕망에 충실한 B****로 기능적으로 활용한다. 아까 말했던 내적·외적 압력에 관한 논의는 미개발 상태로 내버려 둔다.
성상품화에 여성이 (명성과 이득을 취하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회가 그것을 조장한다는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다. 문제는 그 메시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이 너무나 탐미주의적이다. 메스꺼운 고어, 과격한 노출, 그 육체적인 성적 매력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에 대한 조롱으로만 제시한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파르자 감독의 어설픈 접근이 관객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파르자 감독은 오마주를 자주 활용했는데, 음악도 그러하다. 음악 감독 라퍼티는 버나드 허먼의 현기증 테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이 유명한 노래를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배치한 것 같은 위화감을 느꼈다. 영상과 음악 모두 패러디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탐욕의 경고를 보내는 주제와 매끄럽게 연결되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 (4.0/5.0)
Good :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
Caution : 가도 너무 갔다. 끝까지 간다.
■코랄리 파르자는 "바디 호러 영화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해석으로 전작 〈리벤지〉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유사점도 많다. 장르영화다. 장르 영화는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훌륭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극도의 폭력과 유혈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끔찍하게 ‘장기’ 자랑하는 분장과 보형물은 피에르 올리비에 페르신이 담당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 데이비드 린치의 〈엘리펀트 맨〉 , 척 러셀의 〈우주 생명체 블롭〉 에서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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