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tty Crazy·2025》
《악마가이사왔다》은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고(안보현)‘의 이야기가 담긴 코미디물이다. 낮엔 청순한 제빵사 ‘낮’선지, 밤엔 광녀 모드의 ‘밤’선지로 딴 판이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난 윤아에게 ‘악마 들린’ 빙의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이 감독은 “여러 장르가 버무려졌지만, 그 안에 심지처럼 굳건한 ‘진정성’이 관객에게 가닿기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엽기적인그녀〉의 전지현처럼 수틀리면 멱살이나 머리채부터 잡고, 웃음도 사악해지는 윤아의 이중인격 연기가 핵심이다. ‘낮’선지는 파스텔톤으로 팬시하게 촬영되었고, ‘밤’선지는 형형색색이 원색 의상이 톡톡 튄다. 상대역 길구도 백수 시절엔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입지만, 선지와 엮이면서 점점 유채색 계열로 바뀌는 것으로 캐릭터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표현한다.
〈두얼굴의여친〉처럼 두 얼굴이냐, 다중인격이냐. 순진한 그녀와 엽기적인 그녀를 오가는 영화는, 캐릭터의 변형과 상황의 역전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코미디가 부실하다. 윤아는 ‘두 얼굴’을 가진 여자와 극단적인 캐릭터를 오가는 두 모습 다 귀엽기만 하다. ‘낮’선지는 그냥 평소의 윤아이고, ‘밤’선지는 전지현보다 과장됐다. 반복되는 ‘낮’ 선지 vs ‘밤’ 선지’ 구도의 에피소드에 양념을 쳐줄 주현영, 안보현 등 다른 출연자들이 별 활약이 없어서 선지의 아버지`장수(성동일)‘만 빛났다.
길구는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선지를 돌보며, 그녀의 몸을 차지한 악마를 쫓는 퇴마 역할까지 도맡는다. 백수인 길구가 한 여자를 보호하는 기사로 당당하게 거듭나는 이야기는 〈오싹한연애〉처럼 공포물과 로코물이 이종교배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두 얼굴의 원인을 악마 빙의로 설명하면서 드러난다. 성동일 원 맨 쇼로 힘겹게 끌고 가던 영화는 ‘악마의 저주’라는 오컬트도, ‘가족의 비밀’이라는 반전도 본격 공포물에 비해 그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선지의 사연은 지나치게 늘어져서 영화 중간중간 늘어놓았던 엽기적인 에피소드가 코미디에서 로맨스로 수렴되는 걸 방해한다.
《악마가이사왔다》에서 진짜 주인공은 길구라는 점이다. 선지의 빙의가 평범하다면 갈구의 구원 서사에 더 신경 썼어야 한다. 길구는 공주님을 모시는 시종일 뿐, 왕자로 극을 주도하지 못한다. 안보현은 순수하고 착한 청년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윤아의 광녀 모드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역할마저 어설프게 수행한다.
윤아가 〈공조〉, 〈엑시트〉에서 코미디 연기를 인정받은 것은 유해진, 조정석 같은 리액션 장인들이 상대역이었기 때문이다. 차태현이 일반인(관객) 입장에서 〈엽기적인그녀〉를 상대했기에 우리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지 않았던가 말이다.
★★ (2.0/5.0)
Good :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Caution : 3% 부족한 장르적 상상력
■'선지'라는 이름은 선지가 프랑스 유학을 가고 싶어 하는데 여자 이름 중에 '소피 마르소'에서 '소피=선지'라서 지었고, 갈구(안보현) 역은 이상근 감독이 자신을 투영해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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